상파울루 쎄 성당의 신부님오래 전, 아주 가깝게 지내던 주한 파라과이 대사님이 저를 찾아와서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파라과이 대통령 당선자께서 한국에 와서 3일을 머무는데, 그 일정을 대사인 자신이 주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외교관이 한 나라의 대사로 있는 동안 대통령을 모시는 것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이지만, 대사관에 예산이 넉넉지 않아 잘 모시지 못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부탁이 있다고 하며, 대통령께서 음악을 좋아하시니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와서 음악회를 열어 주면 고맙겠다고
지구의 자전으로 낮과 밤이 번갈아 찾아온다. 좋은 일이 있어서 밝은 것이 아니고 나쁜 일이 있어서 어두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빛을 보내는 태양을 향하면 밝고, 태양을 등지면 어두워진다. 사람들은 어두운 상태를 싫어해서, 밤에도 어둠을 밀어내 밝게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호롱불로 방안을 밝히기도 하고, 전구를 만들어 더 넓은 곳을 밝히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밤은 밤이다. 낮에는 등불을 켜지 않아도 밝지만, 밤에는 등불을 많이 켜도 대부분의 공간이 어둡다. 도시의 밤은 어둠을 밝히는 많은 불빛들로 환하지만, 먼 곳에서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에서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가 쓴 ‘다시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라는 기사를 감명 깊게 읽었다. 이 기사의 핵심 내용은 한때 경제 우위를 점했던 국가는 경제 전체 산업을 흔들 수 있는 기반 기술이 연구실에서 산업의 기술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패권을 만들어 낸 영국, 미국, 한국 사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자신을 돌아보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 참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 기사 내용을 인용해 본다.연구실에서 산업으로 가는 기술에 주목하자영국은 고전물리학을 기반으로 산업혁명을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변두리에서 들과 산으로 뛰어놀던 촌놈이었다. 학교에 가면 도시에서 온 아이들 때문에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자신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나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가져주셨던 분이 권희숙 국어 선생님이셨다. 수업 시간에 교실로 들어오실 때면 선생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시며 앞문 입구에 앉아 있는 나의 머리를 자주 쓰다듬어 주셨다. 한번은 명찰의 이름을 보시고 “문택아, 넌 어디에 사니?”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매번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다. 커가
어느 날, 집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목사님, 여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예요. 이번에 미국 댈러스에서 이곳 라이베리아에 해외봉사단원으로 온 최요한이라는 학생이 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지난밤에 자다가 전갈에 쏘였어요.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의사는 두세 시간밖에 더 살 수가 없대요.”우리가 시작한 ‘굿뉴스코’라는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휴학하고 1년 동안 외국에 가서 봉사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많은 대학생들이 굿뉴스코 단원이 되어 해외로 나간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으로 가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아프리카나 동남
오래 다녀서 익숙한 길이 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서 별 의심 없이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익숙해졌을 것이다. 차를 타든 자전거를 타든 두 발로 걸어가든, 익숙한 길을 갈 때에는 편안하다. 보지 않고도 저 모퉁이를 돌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어떤 지점에서 길이 고르지 않은지 다 알기 때문이다. 낯선 길을 갈 때에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무슨 상황이 펼쳐질지 몰라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갑자기 생길 때를 대비해 평소보다 신경을 더 쓰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낯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교육지원청의 후원을 받아 부모교육 특강을 실시했다. 강의가 주말 황금시간대라서 참석 인원이 얼마 되지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주최 측을 놀라게 만들었다. 다른 일정을 뒤로하고, 낯설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모교육을 듣겠다고 모인 것은 다름 아닌 ‘자녀’라는 중요 관심사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두 사람조차도 마음을 합치기가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만, 자녀 문제에 있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남의 일 같지 않고, 좋은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싶고, 뭐라도 배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평가할 때 우리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보통 고향이 어디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를 물으며 나와의 연관성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학연이나 지연은 학교 또한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가 받는 요소이다. 이외에 더 깊이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평소 어떤 취미 생활을 하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관심 분야는 어떤 것인지 등을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자신만의 특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
그리스 아테네 국제공항, 시간은 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벤구리온 공항으로 출발하는 연결편 비행기는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시간에 아테네 공항 카운터를 끝에서 끝까지 캐리어를 밀고 당기면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왕복 두 차례를. 이유인즉, 튀르키예(터키)에서 이스라엘로 가야 하는데 저가 항공권이어선지 아테네를 1시간 30분 동안 경유하게 되었고, 아테네 공항에서 다시 연결편 항공권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생고생 중이었다. 내가 타야 할 비행기 게이트가 곧 닫힌다는 문자는 날아오는데, 항공권을 아
인간이 추구하는 새로움까치가 둥지를 짓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시골 까치는 나뭇가지 사이에, 서울 까치는 전신주 위에 짓는 장소만 다를 뿐, 어떤 까치도 둥지를 복층으로 짓거나 네모진 형태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자나 곰도 마찬가지다. 사냥한 먹이를 늘 같은 방식으로 먹는다. 이번에는 색다르게 양념구이를 해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의 생존 방식은 오래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반면에 인간은 어떤가? 동일성을 유지, 계승해온 동물과 다르게 우리 인간은 늘 새로움을 추
“얘들아, 이것 표범 새끼잖아.”“예, 추장님. 이 표범은 우리 아버지가 정글에서 잡아왔어요. 어미는 우리 아버지 활에 죽었어요.”“안 돼. 이 표범이 지금은 순한 새끼지만 조금만 지나면 금방 큰 표범이 돼. 그러면 사람을 죽여. 그러니까 지금 죽여야 돼.”“아니에요, 추장님! 이 표범 새끼는 다른 표범이랑 달라요. 고기를 먹고 자란 표범은 포악해지지만 이 표범은 죽만 먹여서 아주 순해요. 꼭 양 같아요. 추장님, 제발 죽이지 마세요!”“아니야. 지금은 순하지만 자라면 틀림없이 다른 짐승을 잡아먹고 피맛을 볼 거야. 그러면 무서운
‘메시지’는 내용이 중요하다. 하지만 메시지에 담긴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전달했느냐이다. 이에 따라 같은 메시지라도 반응과 효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론 우편집배원이나 택배기사가 전달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므로 여기에서는 제외하고자 한다.무슨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가?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과거에 검증된 사실들이다. 보통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검증된 사실, 또는규정화된 내용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로 통계적 자료
아껴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전기나 수돗물을 아껴 써야 하고, 돈도 아껴 써야 하고, 시간도 아껴 써야 한다. 한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고갈되고 있다- 더 생산이 안되는 것들은 정말 아껴 써야 한다. 우리가 아껴 써야 할 것들 중의 하나가 시간일 것이다. 사람마다 주어진 시간이 조금은 차이가 있고 때로는 사고나 질병 등으로 삶을 일찍 마치기도 하지만,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나면 삶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벌써 1년 전의 일이 되었다. 두 해 만에 나와 아버지의 ‘부자 상봉’이 이루어졌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선교하는 나와 한국에서 목회를 하시는 아버지. 우리는 먼 거리를 날아와,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기독교 세미나에서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행사 첫날엔 참가자도 많고 일정도 빠듯했던 터라 먼발치에서 아버지 모습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마다 유독 아버지가 메고 다니시는 가방이 커 보였다. 둘째 날 오후 즈음, 잠깐 쉬는 시간이 생겼을 때 나는 겨우 아버지를 뵐 수 있었다. “아버지, 무겁게 뭘 이렇게 갖고 다니시는 거예요
지난 3월호부터 투머로우에 매달 글을 쓰고 있다. 고민 없이 편안하게 쓸 때가 있는가 하면, 내 속의 바닥까지 긁고 쓸어 담아야 겨우 쓸 때도 있었다. 교정을 봐 주는 우리 직원이 초고草稿를 읽고 활짝 웃으면 ‘통과’되지만, 말이 없거나 필요 이상으로 말이 길 때면 내용이 마음에 안든다는 뜻이어서, 나는 썼던 글을 버리고 다시 첫 문장부터 써 내려간다. 첫 관문을 지났다고 끝이 아니다. 다음에는 투머로우 편집팀이라는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7월호 글을 준비할 때였다. 우크라이나 대학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약 성경 사도행전에 ‘아나니아’라는 남자와 그의 아내 ‘삽비라’라는 여자가 나옵니다. 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3일 만에 살아나셔서 승천하신 직후였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예수님을 판 가룟 유다를 제외한 나머지 제자들이 모두 모여서 예수님의 부활을 외쳐 복음 전도가 힘있게 일어날 때였습니다. 그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예수님의 제자들은 여러 어려움 가운데에도 자신의 재산을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초대교회*에는 가난하거나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밭이나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그것
우리가 가진 습관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져 생겨난 게 아니다. 어떤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응대하다보니 만들어진 것들 대부분이다. 그래서 무의식 속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기도 하고, 경험이 축적된 뇌에서 먼저 인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긴장 상황이라고 해서 동일한 행동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습관이나 태도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의 이유를 살펴보면, 살아오면서 겪은 일 중 사소한 이유부터 큼직한 일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
‘잉어빵’을 보며 떠올리는 도전의 가치아침저녁으로 찬 공기가 옷자락을 파고드는 11월이다. 군고구마, 호빵, 귤, 어묵 등 겨울 간식이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겨울 간식 중 잉어빵을 즐겨 먹는다. 잉어빵은 단순히 맛난 먹거리를 넘어, 한계와 틀을 깨고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한 과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1999년 한 식품회사에서 출시한 잉어빵은 붕어빵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밀가루 반죽으로 구웠기에 식으면 눅눅해지고 들러붙는 붕어빵에 비해, 찹쌀가루와 버터를 반죽에 넣어 구운 잉어빵은 식어도 바삭한 식감이
예전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학습법이 있다.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가 쓴 라는 책에 나온 ‘느림보 학습법’이다. 당시 혁신적인 육아 관점을 보여준 이 책은 조기교육이 아이들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해주었다.나도 그런 면에서 저자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학부모님들과 상담할 때 이 책의 내용을 자주 언급했다. 평소에 ‘우리 아이가 뒤처지고 있지않을까?’ 근심했던 부모님
두 해 전, 내 나이 48살이 되었을 때 앞으로의 24년을 어떻게 살지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 종아리 근육이 파열된 뒤로는 잘 하지 않지만, 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8킬로 정도를 뛰었는데, 워낙 달리는 속도가 느리니까 뛰는 동안에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나에게 24는 의미 있는 숫자다. 태어나서 24살까지,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48살까지 내 삶은 둘로 선명하게 나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내 삶도 편의상 24년으로 잡아보았다.태어나 24살이 되기까지 나는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 무엇이라도 잘 해 보고 싶은 욕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