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것 표범 새끼잖아.”

“예, 추장님. 이 표범은 우리 아버지가 정글에서 잡아왔어요. 어미는 우리 아버지 활에 죽었어요.”

“안 돼. 이 표범이 지금은 순한 새끼지만 조금만 지나면 금방 큰 표범이 돼. 그러면 사람을 죽여. 그러니까 지금 죽여야 돼.”

“아니에요, 추장님! 이 표범 새끼는 다른 표범이랑 달라요. 고기를 먹고 자란 표범은 포악해지지만 이 표범은 죽만 먹여서 아주 순해요. 꼭 양 같아요. 추장님, 제발 죽이지 마세요!”

“아니야. 지금은 순하지만 자라면 틀림없이 다른 짐승을 잡아먹고 피맛을 볼 거야. 그러면 무서운 표범이 돼.”

“추장님 말씀이 맞아요. 그래서 우리는 절대로 고기를 먹이지 않아요. 여기 보세요! 표범이 얼마나 순한지 몰라요. 걱정 마세요.”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아이들도 표범을 좋아하고, 표범도 아이들을 좋아해서

새끼 표범은 마을 추장과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고 그냥 눈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추장이 보아도 새끼 표범은 아주 순해 보였다. 숲속에서 사는 아이들이 심심하게 보낼 때가 많은데 새끼 표범과 함께 지내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추장은 새끼 표범을 창으로 차마 찔러 죽일 수 없었다. “그러면…” 하고 추장이 말을 바꾸었다.

“이 새끼 표범이 자라면 큰 표범이 될 텐데 어떻게 고기를 안 먹을 수 있지?”

“추장님, 그것은 아주 쉬워요. 이 표범은 항상 우리와 같이 다니고, 우리 말을 잘 들어요. 그래서 고기를 먹지 않게 하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에는 표범은 창고에 묶어두고 우리만 먹으면 돼요. 표범에게는 죽만 먹이면 돼요. 이 표범은 순해서 우리 말을 아주 잘 들어요.”

“그래, 절대로 고기를 먹이지 말아라. 혹시 너희들이 고기를 먹더라도 표범은 창고 안에 묶어두고 문을 닫은 다음 표범이 보지 않는 데에서 먹어야 한다.”

“예, 추장님. 지금까지도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에는 항상 표범이 없는 곳에서 먹었어요. 염려 마세요, 추장님.”

새끼 표범을 아주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추장의 날카로운 창에서 표범을 건져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 표범과 어울려 지내며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3년쯤 지나자 아이들도 많이 자랐고 표범은 덩치가 커다란 어른 표범이 되었다. 분명히 표범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보통 표범과는 달랐다. 겉모습은 표범이지만 양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숲속을 함께 다니며 지냈다.

아이들이 숲속에 들어갈 때에는 항상 표범을 앞세웠다. 그러면 짐승들이 나타났다가 표범을 보고는 정신없이 도망갔다. 그런 광경을 보는 것이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표범은 아이들의 친구가 분명했다. 아이들도 표범을 좋아하고 표범도 아이들을 좋아해, 아이들과 표범은 마음마저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숲속 마을 사람들도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표범을 다 좋아하고 위해주었다.

“표범아! 왜 그래?”라고 말할 틈도 없이

어느 날, 세 아이가 숲속의 다른 마을에 갈 일이 있었다. 물론 표범도 함께 데리고 갔다. 가던 중에 높고 경사가 급한 언덕길에서 한 아이가 걸어가다가 작은 돌을 밟았다. 그런데 돌이 놓여 있던 곳의 흙이 약해 돌이 구르면서 아이가 미끄러져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다른 두 아이가 언덕 아래로 떨어진 친구를 구하려고 빠르게 달려 언덕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러는 동안 함께 있던 표범은 경사가 급한 언덕을 바로 뛰어내려가 언덕 아래에 쓰러져 있는 아이에게로 먼저 다가갔다.

아이는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는 동안 무릎을 다쳐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표범은 다친 아이의 무릎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주려고 혀로 핥았다. 표범이 피를 핥아 주었지만 깨진 무릎에서 피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그러는 사이에 표범은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피맛을 보았다. 표범이 아이 무릎의 피를 핥아 목으로 넘길 때마다 혀에서 그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피맛을 느끼면서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이제 표범은 피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맛에 깊이 취해가고 있었다. 그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잠들어 있었던 맹수의 야성이 강하게 깨어났다. 표범은 더 이상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순한 표범이 아니었다. 숨겨져 있던 본성이 표범의 온 몸을 뒤덮었다. 순간 표범의 눈빛이 변하더니, 아이의 피를 핥아주던 것을 그치고 머리를 들어 포효한 뒤 아이의 가슴을 두 발로 내리찍었다. 지금까지 아주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지만 깨어난 맹수의 본능을 어찌할 수 없었다.

언덕 아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두 아이는 굴러떨어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다. 표범은 두 아이가 오는 것을 보고 높게 뛰어올라 덮친 뒤, 두 아이의 가슴도 찢어버렸다. 아이들이 “표범아! 왜 그래?”라고 말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표범은 아이들을 죽이고 말았다.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숲속 여기저기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비참한 모습으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는 세 아이를 발견했다. 마을 사람들은 들고 있던 창과 칼을 휘둘러보지도 못한 채 아이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 괴로워해야 했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사람 속에도 탐욕이나 방탕, 거짓 같은 것들이 도사리고 있다

숲에서 살다가 어미를 잃은 새끼 표범이 숲속 마을에서 아이들과 같이 지냈다. 순하고 예쁜 새끼 표범은 아이들의 말을 잘 들으며 자라서 큰 표범이 되었다. 그때까지 표범이 마을에서 사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피맛을 본 표범은 더 이상 얌전하지도 않고 순하지도 않았다. 그 무엇으로도 본성을 제어할 수 없는 무서운 맹수로 변했다.

표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도 스스로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 속에도 탐욕이나 방탕, 거짓 같은 것들이 도사리고 있다. 새끼 표범이 순한 것 같지만 자라서 무서운 맹수로 변하듯이, 사람도 마음속에 있는 악한 본성을 소홀히 생각하면 나중에는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술이나 도박이나 마약 같은 것을 맛보면 다시 하고 싶고, 계속 하다 보면 나중에는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새끼 표범이 자라면서 맹수의 본성도 함께 자라듯이, 우리 속에 있는 탐욕이나 방탕이나 거짓도 우리가 성장하면서 함께 커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들에게 기회를 주면, 표범이 피맛을 보았을 때 맹수의 본성이 온몸을 뒤덮은 것처럼 잘못된 욕구들이 우리 마음을 뒤덮는다. 맹수의 본능을 제어할 수 없었던 표범처럼 사람들이 욕구를 제어하지 못해서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마약 중독자가 되고, 도박꾼이 된다. 사람인데 사람 같지 않게 되어서,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든지 술이나 마약이나 방탕한 삶에 빠질 수 있다. 그처럼 잘못된 데에 빠져서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술이나 마약이나 도박이 삶을 송두리째 삼켜서 인생을 불행 속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다.

세상에는 마음의 세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잘못된 데로 빠져가고 있거나 이미 빠진 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삶이 왜 그렇게 망가졌는지 가르쳐 주고, 어떻게 해야 불행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인도해줄 수 있다.

우리 마음에는 어둠이나 죄악이 자랄 수도 있고, 기쁨이나 행복이 자랄 수도 있다. 우리가 마음의 세계를 바르게 알면, 잘못된 욕구들이 끌고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고 그로 인한 고통의 길에도 들어서지 않는다. 마음의 세계를 알면 참된 믿음을 가져 마음에 평화를 누리고 기쁨과 행복을 맛보며 살게 된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찾아내, 이 내용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신기한 마음여행>, <마인드교육 원론> 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6권, 신앙서적 66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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