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집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목사님, 여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예요. 이번에 미국 댈러스에서 이곳 라이베리아에 해외봉사단원으로 온 최요한이라는 학생이 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지난밤에 자다가 전갈에 쏘였어요.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의사는 두세 시간밖에 더 살 수가 없대요.”

우리가 시작한 ‘굿뉴스코’라는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휴학하고 1년 동안 외국에 가서 봉사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많은 대학생들이 굿뉴스코 단원이 되어 해외로 나간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으로 가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후진국에 많이 지원한다. 미국 댈러스에 살고 있던 최요한이라는 학생도 굿뉴스코 단원으로 라이베리아에 갔다. 그런데 자다가 전갈에 쏘여서 죽어가고 있었다. 

너는 아프리카산 전갈에 쏘였대

이 학생은 전날 밤 자던 중에 전갈에 쏘였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가 오후 3시쯤 속이 거북해서 화장실에 가다가 쓰러졌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얼른 자동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의사가 말했다. 

“이 사람 죽었어요. 그냥 데리고 가세요.”

전갈에 쏘인 사람은 그때 바로 병원에 가도 살까 말까인데, 독이 이미 심장에까지 퍼졌던 것이다. 뭐라도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웠다. 

“안 돼요. 곧 죽어요.”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의사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할 수 없이 그 병원에서 나와 다른 병원으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이 곧 죽는다며 그냥 데리고 가라고 했다. 세 번째 병원에 가서는 사정사정해 의식이 없는 학생을 병실 침대에 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멎었다. 의사 세 명이 교대로 심폐소생술을 해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지만 살 가망은 거의 없었다. 

그 상황에서 라이베리아에 있는 선교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목사님, 최요한이 전갈에 쏘였어요.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내가 생각할 때, 한국에서 라이베리아까지 비행기 직항이 없어서 갈아타고 가면 

10시간이 넘게 걸릴 것 같았다. 한국에서 급히 의사나 약을 보내려고 해도 두세 시

간밖에 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내가 물었다. 

“내가 최요한이랑 통화할 수 있겠는가?”

“예, 목사님. … 요한아, 박 목사님이야. 전화 받아.”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요한아, 너 내 목소리 들려?”

“예… 목사님…”

“너는 아프리카산 전갈에 쏘였대. 의사는 곧 죽는다고 말했어. 전갈의 독이 온몸에 이미 다 퍼졌대. 그런데 요한아, 나는 오늘 아침에 성경을 읽었어. 이사야 40장 31절에 무슨 말씀이 있느냐면,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라고 기록되어 있어. 요한아, 성경 66권은 모두 하나님의 말씀이야. 그리고 하나님은 절대로 거짓말하시지 않아. 이 말씀에,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는다고 했어. 요한아, 네가 하나님을 앙망해. 그러면 반드시 새 힘을 얻게 돼. 그러면 그 힘으로 전갈의 독을 이길 수 있어. 요한아, 알겠어?”

의사 선생님, 여기 기적이 일어났어요!

최요한 학생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으며, 의사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에 죽음을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자기가 아프리카로 오던 날 미국 댈러스 공항에서 아버지가 꼭 끌어안아 주며 “요한아, 잘 다녀와.”라고 전송해 주었는데 따뜻했던 아버지 품에 한 번만 더 안기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버지는 미국 댈러스에 계시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최요한에게 길이 있다면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약속뿐이었다. 최요한은 하나님을 앙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나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나님을 앙망합니다.’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전갈에 쏘여 고통스러워하던 요한이도 잠이 들고, 밤이 깊어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들도 모두 잠이 들었다. 병실에는 아무 인기척 없이 환자들의 숨소리만 들렸다. 병실의 밤은 고요했다. 시간이 흘러, 당직 간호사도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잠 속에 빠졌다. 

깊고 어둡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당직 간호사가 잠에서 깨어나 ‘어제 전갈에 쏘였던 그 청년, 지금쯤 죽었을 거야. 시체를 처리해야지.’ 하고 최요한이 누워 있는 침대 가까이 갔다. 그런데 최요한을 살펴보던 간호사가 깜짝 놀랐다. 

환자가 분명히 죽어 있어야 하는데 살아서 숨을 쉬고 있었다. 간호사는 곧장 자고 있는 당직 의사에게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의사 선생님, 일어나 봐요! 여기 기적이 일어났어요!”

의사가 자다가 깨어 놀라며 물었다. 

“간호사,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어?”

“예, 의사 선생님. 여기 와보세요.”

의사가 간호사를 따라 최요한이 누워 있는 침대로 가서 보니, 최요한이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 의사가 말했다. 

“간호사,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약을 먹였어?”

“선생님, 저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저도 놀랐어요.”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얼마 뒤 요한이가 잠에서 깨어났다. 

“아, 잘 잤다.” 

기적이었다. 그때부터 최요한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전갈에 쏘인 발 부분은 썩어서 잘라내야 한다고 했지만, 그 발도 얼마 안 되어 깨끗이 나았다. 생각만 해도 신기하다. 성경 말씀대로 하나님이 살아 계셔서 그를 지키셨다. 

우리 힘이 아닌 새 힘이 역사해서

우리가 어떤 사실을 귀로 듣는 순간 바로 마음에 전달된다. 문제는 마음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전갈에 쏘여 죽어가는 사람의 마음에는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차 있어서 다른 생각이 비집고 마음에 들어올 여유가 없다. 그런데 믿음을 가진 사람은 다르게 반응한다. 하나님이 나에게 사랑을 베풀고 은혜를 주신다고 믿으면, 형편이 어떠하든지 ‘하나님의 은혜로 내가 나을 수 있다’는 마음이 중심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 믿음을 보시고, 그 마음과 같은 형상의 실체를 만들어 주신다. 우리가 보기에는 불가능해도 하나님께는 불가능이 없으시니, 마음 중심에 자리 잡은 일이 이론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실체로 이루어진다. 

나는 최요한의 경우만 아니라 내 삶 속에서 많은 일이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경험을 했다. 사람을 믿고, 친구를 믿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불행한 일을 은혜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만 가지면 하나님이 일하신다. 다시 말해서, 신앙은 허황된 것이 아니다. 마음에서 의심하지 않고 믿으면, 내 마음에 있는 믿음을 따라 일하시는 분이 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고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히 경험할 수 있다. 부부 사이에, 형제 사이에도 믿음이 있으면 그것보다 안전한 것은 없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최요한 학생은 전갈에 쏘였다. 누가 봐도 죽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가 성경에 있는 약속을 믿었다. 인간도 성실한 사람은 약속을 지키는데 하물며 하나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실 리 없다. 약속을 믿어 마음이 약속과 하나가 되면, 우리 삶 속에 우리 힘이 아닌 새 힘이 역사한다. 최요한은 병이 깨끗이 나은 뒤 미국에 가서 결혼해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국제청소년연합을 위해 성실히 일하고 있다. 

신앙은 형식이 아니다. 하나님의 참된 약속을 받아 믿으면 누구든지 그 삶 속에서 크신 힘이 역사해서 말할 수 없는 은혜를 입을 수 있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찾아내, 이 내용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신기한 마음여행》,《마인드교육 원론》 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6권, 신앙서적 66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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