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전기나 수돗물을 아껴 써야 하고, 돈도 아껴 써야 하고, 시간도 아껴 써야 한다. 한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고갈되고 있다- 더 생산이 안되는 것들은 정말 아껴 써야 한다. 

우리가 아껴 써야 할 것들 중의 하나가 시간일 것이다. 사람마다 주어진 시간이 조금은 차이가 있고 때로는 사고나 질병 등으로 삶을 일찍 마치기도 하지만,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나면 삶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죽고 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세상이 이어져 가고 있으나, 개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언젠가 사라져야 할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소중하고, 그만큼 의미 있게 잘 사용해야 한다.

사용하면 점점 줄어드는 자원이나 시간과 달리, 아무리 사용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랑이 그렇다. 부모와 자녀 사이든, 친구 사이든, 연인 사이든 서로에게 쏟는 사랑은 줄어들거나 사라질까봐 걱정하며 아낄 필요가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의 총량에는 끝이 없다. 동생이 태어난다고 해서 형이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이 줄어들진 않는다. 물론 사랑의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반면에, 부모가 가진 시간이나 돈은 한정되어 있어서 자녀가 더 생기는 만큼 나눠 써야 하므로 받는 입장에서는 돌아올 몫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은 나눠 쓸 필요가 없다. 연인 사이에도 사랑은 아껴 쓰지 않는다. 오늘 마음을 다 쏟아 사랑한다고 내일 주고받을 사랑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한 오늘날 사람들은 겉으로 표현한 만큼을 사랑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무한’이다. 

사랑에 있어서의 문제는, 무한한 사랑을 서로 나누기 힘들다는 점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 사랑이 가로막히고, 연인끼리 사랑하다가도 신뢰를 저버리거나 성향이 달라 사랑이 길을 잃고 만다. 상대방에 의해 사랑이 망가지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이 사랑을 부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조건과 제약들로 인해 사람들이 사랑을 아예 시작도 못하고, 시작해도 잘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실현되지 못한 채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 안에만 머물러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시간을 다 쓰면 사라져야 하는 슬픔을 가지고 있다. 한번 사용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잘 생각하며 소중히 써야 할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사람은, 마음에 영원한 것을 품고 있으나 실현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마음 안에만 머물러 있던 사랑이 마침내 이루어지면 우리는 그늘진 곳이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삶의 참된 의미도 알아갈 수 있다. 그 사랑이 실현될 때, 여전히 아껴 써야 할 것들을 아껴 쓰면서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길을 마음껏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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