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쎄 성당의 신부님

오래 전, 아주 가깝게 지내던 주한 파라과이 대사님이 저를 찾아와서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파라과이 대통령 당선자께서 한국에 와서 3일을 머무는데, 그 일정을 대사인 자신이 주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외교관이 한 나라의 대사로 있는 동안 대통령을 모시는 것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이지만, 대사관에 예산이 넉넉지 않아 잘 모시지 못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부탁이 있다고 하며, 대통령께서 음악을 좋아하시니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와서 음악회를 열어 주면 고맙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그라시아스합창단 단장에게 전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전도 집회를 하고 있어서 합창단이 성가 공연을 해야 했기에, 단장이 단원 중 몇 사람을 뽑아서 파라과이 대통령을 위해 음악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대사님이 저도 오라고 해서 집회 전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음악회 시작 30분 전에 파라과이 대사관에 도착하자, 대사님이 대통령 당선자가 계시는 방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곳에 대통령도 계시고, 비서실장과 장관 두 분도 계셨습니다. 대사님의 소개로 대통령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 난생처음 대통령을 만나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습니다. 옆에서 대사님이 웃으면서 제가 청소년들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마치고 대통령께 스페인어로 된 제 설교집 한 권을 선물한 뒤, 음악회가 시작되어 잠시 앉아 있다가 집회 장소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후, 대사님이 전화를 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제 책을 읽고 내용이 너무 좋아서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셨다며, 저를 파라과이에 초대하셨다고 했습니다. 몇 달 뒤에 파라과이에서 청소년 행사인 월드캠프가 열리기에 그때 가기로 했습니다. 

대통령께서 감격해서 한참 동안 제 손을 꽉 잡고 계셨습니다

이듬해 2월에 파라과이에 갔습니다. 대통령의 초청으로 가는 거라 대우가 특별했습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자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이 기내로 들어와서 다른 사람은 다 앉게 하고 저를 먼저 내리게 했습니다. 제가 귀빈실에 앉아 있는 동안 입국 수속을 다 밟은 뒤 차에 태워 제가 묵을 호텔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호텔에서도 대통령 경호원들이 밤낮으로 제 숙소를 지켜 주었습니다.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과 만나기 전날 비서실에 전화해서 면담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으니 40분이라고 했습니다. 시간을 꼭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날 밤에 대통령께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이튿날, 대통령께서 음악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그라시아스합창단 단원 두 사람도 함께 갔습니다. 동행한 여러 사람이 대통령을 뵙고 인사하는 데 5분, 합창단원이 노래 두 곡을 부르는 데 10분, 15분을 빼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25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복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 죄를 씻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통령께서 너무 감격해서 얼굴이 붉어지더니 한참 동안 제 손을 꽉 잡고 계셨습니다. 

우리가 아주 좋은 시간을 가지고 대통령궁을 나왔습니다.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화해서 그날 우리가 하는 행사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10분쯤 후에 비서실장이 다시 전화해서 ‘대통령께서 장관들에게 오늘 행사에 다 참석하라고 지시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날 저녁 대통령과 함께 앉아 그라시아스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청소년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날 이후 대통령과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죽음의 골짜기에서 벗어난 루고 대통령

이듬해에 파라과이에 갔을 때 루고 대통령을 다시 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대통령과 상원의원 한 분이 똑같은 병에 걸렸는데, 파라과이에서 치료하지 못해 브라질의 유명한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브라질 대통령이 특별히 부탁해 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했지만 차도가 없고 병이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20일쯤 되었을 때에는 대통령께서 말씀도 못 하시고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파라과이 정부는 대통령직 승계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병원의 의사들이 모여서 파라과이 대통령의 병에 대해 의논하는 회의를 세 번이나 가졌습니다. 세 번째 회의 때에는 의사들이 특별히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한 여자 의사가 일어나 말했습니다.

“우리는 파라과이 대통령을 치료하는 일에 실패했습니다. 그분이 우리 병원에 오실 때에는 걸어서 오셨는데, 지금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씀도 못 하십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해온 치료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대통령께서 죽습니다. 치료 방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다른 의사들이 그 말에 동의하며, 어떻게 방법을 바꾸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가 대통령의 병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대통령께서 우리 병원에 처음 오셨다고 생각하고 진찰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그 의견대로 의사들이 대통령을 다시 진찰했습니다. 그리고 몰랐던 병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 부분을 수술한 뒤 몸이 호전되어, 원래 치료하려고 했던 병도 고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파라과이 대통령을 뵈었을 때, 대통령께서 상의 단추를 푼 뒤 가슴에 있는 처음 받은 수술 자국을 보여 주셨습니다. 함께 간 상원의원은 죽어서 돌아왔지만 자신은 살아서 왔다며,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들어갔는데 주께서 나와 함께하셔서 거기서 벗어났다’고 하며 기뻐하셨습니다. 

언제든지 상파울루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을 방문해 주십시오

얼마 전, 제가 브라질에 다녀왔습니다. 일정 중에, 상파울루에서 제일 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일명 쎄 성당)에서 그라시아스합창단이 공연하고 제가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교회에서 초청을 받아왔지만, 성당에서 초청을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언젠가 파라과이 루고 대통령께서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이전에 가톨릭 신부였던 그분을 따라 성당에 다녀온 적은 있었습니다. 

쎄 성당을 방문해 제일 높은 신부님과 인사를 나눈 뒤, 그라시아스합창단이 공연하고 이어서 제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신부였던 루고 대통령 이야기도 하고, 전갈에 물려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해외봉사단원 최요한 이야기도 하고, 우리 죄를 씻기 위해 죽으신 예수님 이야기도 했습니다. 좋은 시간을 갖고 서로 감사한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그 뒤 쎄 성당의 제일 높은 신부님이 저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박옥수 목사님, 이번 행사는 저희 상파울루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에 영광이었고,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우리 믿음을 다지고 예수님이 주신 계시에 대해 좀 더 깨달을 수 있었던,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목사님이 전하신 말씀 안에는 너무나 지혜로운 메시지가 담겨 있었으며, 예수님을 받아들인 목사님의 간증과 믿음을 분명히 볼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에서 진정한 복음 전도자들만이 가진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께 다시 한 번, 같은 형제로서 진심어린 우애를 표합니다. 언제든지 우리 상파울루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을 방문해 주십시오. 항상 환영합니다.”

처음에는 ‘참, 고맙다. 높으신 신부님이 나에게 마음을 쓰셨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면이 생각되었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오랫동안 나누인 상태로 지내며 서로 교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파울루 대성당의 신부님이 우리를 초청하고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 언제든지 다시 오라고 이야기하신 것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개신교계에도 수많은 교단이 있고, 서로 등을 지고 지내는 교단이 많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목사인 저에게 마음을 열고 대하셔서 제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가톨릭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신부님의 열린 마음이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함께하지 못하는 좁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가톨릭을 향하여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에 금방 다시 가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또 찾아가서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성당에 오시는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고, 그곳 분들을 한국에 초청해서 그분들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가톨릭에서나 개신교에서나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기에, 서로 멀리 있어야 할 필요가 없고 형제처럼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교리나 예배 방법 등은 차이가 있겠지만 서로 다른 부분은 그대로 두고 함께할 수 있는 부분에서 교류하며, 서로 가까운 마음으로 함께하는 좋은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상파울루 쎄 성당의 신부님처럼, 자신이 가까이하기 힘든 곳에 속한 사람일지라도 그에게서 좋은 것을 발견하면 그 가치를 인정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좋은 것을 함께 나누어가질 수 있다면, 자신의 위치나 사회적 평판이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 의해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해져 갑니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찾아내, 이 내용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신기한 마음여행》,《마인드교육 원론》 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6권, 신앙서적 66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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