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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2023년은 무조건 행복하다
박문택 | 승인 2023.01.05 15:49

그리스 아테네 국제공항, 시간은 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벤구리온 공항으로 출발하는 연결편 비행기는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시간에 아테네 공항 카운터를 끝에서 끝까지 캐리어를 밀고 당기면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왕복 두 차례를. 이유인즉, 튀르키예(터키)에서 이스라엘로 가야 하는데 저가 항공권이어선지 아테네를 1시간 30분 동안 경유하게 되었고, 아테네 공항에서 다시 연결편 항공권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생고생 중이었다. 내가 타야 할 비행기 게이트가 곧 닫힌다는 문자는 날아오는데, 항공권을 아직 받지 못한 나는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 다음 날 비행기 표는 모두 매진이었기에 이 비행기를 놓치면 나는 일정에 맞춰 이스라엘에 도착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상황을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지금 저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내 입에서 어법에 맞지 않는 말들이 서슴없이 나왔다. ‘저, 이스라엘에 가면 무조건 좋습니다. 이스라엘은 무조건 행복합니다.’

모든 창구는 닫혀 있었고, 출국장 중간에 ‘인포info’로 보이는 부스에 두 명의 직원이 있었다. 그 중 오른쪽의 남자 직원 앞으로 뛰어갔다. 그 직원은 나를 쳐다보거나, 왜 왔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나는 e-티켓을 쑥 들이밀며, “나 지금 이 비행기 꼭 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연결편 티켓을 끊어주지 않아 비행기를 놓치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아까부터 카운터를 오가면서 나는 이 말만 벌써 다섯 번째 하고 있었다. 직원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나에게 뭘 물어 보는 것도 없이,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그러다가 데스크에 올려둔 내 여권을 가져가더니 티켓을 한 장 뽑아준다. 탑승권이다! 직원이 딱 한마디를 했다. “게이트가 닫혔을 수도 있는데, 그것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Thank you!” 라고 하고, 보안검색대와 출국심사 창구를 총알처럼 통과해 게이트로 달려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어렵사리 얻은 탑승권을 잃어버리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게이트 앞에서 항공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연결편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테네 공항에서 한 시간 동안 혼자 식은땀을 흘리며 고생을 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이스라엘은 무조건 행복하다.’라는 생각으로 예정된 이스라엘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스라엘에 있는 것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좁디좁은 골목에서 시작하여 산과 골짜기에 이르기까지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황량해 보이지만 보물이 숨겨진 듯한 땅, 긴 세월 동안 금빛을 한줄기 한줄기 머금은 예루살렘 성, 도시를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맑은 하늘, 마른 땅 사이로 길게 뻗어 있는 초록빛의 요단강, 시원스러운 폭포를 속에 몰래 품고 있는 뜨거운 협곡, 눕기만 하면 몸이 뜨는 사해, 사해사본이 발견된 쿰란 동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자파,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 나는 내가 본 모든 것을 마음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내 마음에는 동화책의 그림처럼 단순하면서도 고운 장면들이 포근한 색깔로 덧칠되어 있었다.

나는 닷새 동안 이스라엘에서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스라엘은 무조건 행복하다.’라는 생각에서 여행을 시작하였으니, 행복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다. 여행하다 보면 당연히 힘들 때가 있는데, 아테네 공항 사건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온전한 행복감을 만끽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했고, 몇 달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온전한 행복감은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23년을 맞는 지금, 나는 이스라엘이라는 공간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두고도 다시 한 번 마음과 생각을 결정한다. ‘2023년은 나에게 가장 행복한 해’이다. 내 아내에게 가장 멋진 해가 될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최고로 좋은 해가 될 것이다. 투머로우에도 매달 글을 보내면서 독자들께 행복을 전하고 있는데, 2023년에는 더 좋은 글로 삶의 어려움이라는 문턱에 서 있는 분들께, 그리고 밝은 내일을 지향하는 분들께 더 다가서고 싶다. 물론 어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만나고 잘못된 선택과 결정으로 일이 어그러질 때에도 ‘나는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그 일들을 대할 것이다. 시간표를 만들기에 앞서서 마음 계획을 짜면 좋겠다. 좋은 일이 생기기만 바라지 말고 좋지 않은 일에 부딪치더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새해에 들어 맨 먼저 하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

2023년엔 나와 여러분 모두 행복하다고 믿자.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어려울 때 같이 마음을 나누면서 행복에 대한 지혜를 배우자. 제발 ‘돈 많이 버세요~’ 라고 하지 말고. 

박문택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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