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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핵심은 사람이다
안현지 | 승인 2023.01.16 15:44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교육지원청의 후원을 받아 부모교육 특강을 실시했다. 강의가 주말 황금시간대라서 참석 인원이 얼마 되지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주최 측을 놀라게 만들었다. 다른 일정을 뒤로하고, 낯설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모교육을 듣겠다고 모인 것은 다름 아닌 ‘자녀’라는 중요 관심사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두 사람조차도 마음을 합치기가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만, 자녀 문제에 있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남의 일 같지 않고, 좋은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싶고, 뭐라도 배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게 부모들의 심정이다. 

부모교육 강의 초청을 받아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내용만 다를 뿐 유형은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OO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즉, 자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바르게 빨리 변화시킬 수 있을지 방법적인 측면의 질문들이다.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가 커 보이고 재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부모에게 간절하기에,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지의 솔루션부터 먼저 찾게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교육서적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안에 여러 형태의 솔루션이 제시되고 있다. 부모들은 이런저런 방법을 유행처럼 배우고, 적용해보려 노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에 있어서 방법과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나도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해서 부모들로부터 감사의 후기를 받은 적이 많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 깨달은 사실은 사람이 결코 어떤 말이나 기술, 방법 자체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양한 해결책과 그럴 듯한 솔루션도 처음에 반짝 효과를 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근본적인 갈등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로그램이나 기술 너머에 더 중요한 뭔가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를 넘지 못한다는 말처럼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교육자들 사이에서 정설처럼 여겨지는 명제가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를 넘지 못한다.’ 라는 명제인데, 학교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과 위치가 그 어떤 교육기제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다. 좁게 보면 교사라는 직업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사람의 중요성을 꼭 집어서 표현한 것이다. 결국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 바뀐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 사람의 마음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건너가 영향을 끼칠 때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성장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 교육방법이나 교육환경, 기술 등은 마음의 에너지가 잘 전달되도록 길을 터주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녀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면의 중요성보다 눈에 보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출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결국 ‘전문가’로 불리는 외부에 자녀를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어떤 학교가 좋다더라, 어떤 프로그램이 좋다더라, 어떤 책이 좋다더라.’ 그런 것에 자녀를 일임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될 수 있다. 학교에서 교사를 넘을 수 있는 교육방법이 없는 것처럼, 학교 밖에서도 평생담임인 부모를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사람들의 영향을 받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같은 맥락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맹자가 어떤 사람들의 영향을 받느냐’ 의 문제였다. 묘지 근처에서는 장례 치르는 사람들을 따라 하고, 시장 근처에서는 장사꾼 흉내를 내며 노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좋은 영향을 받게 하려고 어머니는 서당 근처로 집을 옮겼다. 이 일화를 교훈 삼아, 실제로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고, 명문학교에 보내려고 애쓰는 부모들도 많다. 그런 노력들이 어느 면에서는 일리가 있겠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자. 

맹자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그런 놀이를 했다면, 맹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웃보다 더 가까이 살고 있는 부모와 가족들이다. 맹자를 바꾼 것은 세 번이나 집을 옮길 정도로 아들의 교육과 미래를 생각하는 맹자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물론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도 있고, 바른 삶과 거리가 먼 부모 아래에서 자녀가 훌륭하게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자세히 살펴 보면 그들에게 영향을 준 제 3의 누군가는 반드시 존재한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대부분의 위인들은 혼자 깨달아서 변화, 성장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주변에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부모나 가족 혹은 스승이 있었다. 허준의 스승이었던 유의태 선생,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 손흥민과 그의 아버지 손웅정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머털이와 누덕도사’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눈에 띄는 위인들뿐 아니라, 주변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아도 그 삶 속에 변화를 준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오늘의 나도 누군가의 사랑, 누군가의 희생, 누군가의 신뢰, 누군가의 격려, 누군가의 관심이 내 마음에 연결되면서 그 에너지가 나를 성장시켰음을 아무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학생은 곧 어른의 거울이다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갈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그 ‘누군가’가 급속도로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나는 가슴 아픈 뉴스를 접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훈계하는 교사가 싫어서 때렸다는 기사, 10대들이 금은방을 15초 만에 털었다는 사건 등 점점 더 황폐해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이 들었다. 

10여 년 전부터 학교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화제는 ‘학교폭력’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학교폭력 예방대책이 수립되고 그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 적용되었다.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에 일정 시간을 참여해야 했다. 그런데도 그 효과는 아주 미비했다. 뉴스에서 보다시피 오히려 학교폭력의 발생 연령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교사인 나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는 답답함보다는, 결국 그 학생들이 우리 어른들의 거울이기 때문에 더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요즘 아이들은 그럴 수 밖에 없어!’가 아니라, 요즘 아이들 주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른들이 많지 않았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교육예산은 갈수록 많아지고 학교 현장에는 온갖 교육 도구들과 교육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건강한 마음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교육이 ‘앙꼬 없는 찐빵’처럼 되어가고 있다. 말만 무성한 교육, 형식적인 절차만 중시하는 교육, 위선자를 만들어내는 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계속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더 깊은 병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우리 마음에 밝은 에너지를 전해줄 사람이 있어야     

이제부터는 부모나 교사 이웃 모두가 같은 편이 되어 우리의 마음부터 점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좋은 방법을 찾고 환경을 바꾸어 주는 것보다 먼저 우리의 마음을 밝은 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강력하고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길이다. 인정하기 싫고 부담스럽지만, 내 마음에 초점을 맞추면 그 후의 방법은 비교적 쉬워진다. 하지만 원인을 모르고 방법만 찾게 되면 혼란에 빠지기가 쉽다. 최근에 상담을 요청한 어느 학부모도 그랬다. 요즘 즐겨보는 육아 프로그램과 유튜브 내용을 내게 보여주시면서 “선생님, 이 말이 맞는데… 그래서 이렇게 해 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돼요. 뭐가 잘못된 거지요?” 라고 물으셨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도 유사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럴 땐 이렇게 대응해야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표현해야 한다는 ‘부모 행동 수칙’을 접할 때마다 ‘아, 그렇지. 맞아. 저렇게 해야 했구나.’ 라고 깨닫는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필기도 하고, 그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도 하지만, 결국엔 원하는 대로 잘 안 된다는 것이 부모들의 고백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것을 갖춘 교육 환경일지라도 정작 밝은 에너지를 전달해 줄 사람이 없을 때 그 교육은 ‘속 빈 강정’이 되는 것처럼, 사람이라는 매개체도 밝은 에너지가 없이 말만 전달하면 시끄러운 꽹과리 소리가 되고 만다. 보고 들은 것이 마음에 내 것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면, 여전히 앵무새의 흉내처럼 의미 없는 말이 되고 자녀들과의 소통에도 말싸움만 반복될 수 있다. 아이의 자제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먼저 내 마음에 자제력을 장착시켜야 그 마음이 말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다. 나는 그 학부모께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말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기에 앞서, 우리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마음을 밝은 에너지로 채워보자고 말이다. 아이에 대한 걱정스러움과 속상함, 불안함과 답답함을 마음에 그대로 둔 채, 겉으로 올바른 말들만 전달한다면 그 말은 아이에게 결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반항’이라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머리로 안 것과 마음으로 깨달은 것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한다. 우리는 자주 머리에서 안 것을 마음에서 깨달은 것으로 혼돈할 때가 있다. 그래서 듣고 배운 것을 말로 쉽게 전달하면서, 이게 맞는데 왜 내가 말한 대로 하지 않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내 마음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머리로 알게 된 지식을 전달하면 그 말에 힘이 실리지 않아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머리로 알게 된 것인지, 마음으로 깨달아 이루어진 것인지는 발까지 가보면 쉽게 판정이 난다. 마음에 온 것은 발까지 자동으로 전달되지만, 머리에 온 것은 발까지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머리로 아는 사람은 실제로 담배를 끊기가 힘들지만,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마음으로 깨달은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담배를 멀리하게 된다. 학교에서 여러 종류의 예방교육과 인성교육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선생님, 우리 엄마는 밥 먹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봐요.” “선생님, 우리 아빠는 담배 매일 피우는데 안 아프시대요.” “선생님, 우리 엄마 아빠는 매일 싸워요.” 

만약에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많이 쓰지 마라.’ ‘담배 피우면 안 된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국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효과처럼 다른 말들도 허언虛言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인간의 변화는 새로운 사람을 사귈 때 가능하다 

부모와 어른들이 모든 행동에 완벽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들의 어깨에 짐을 얹어주거나 자녀 문제에 대한 자책을 하라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교육의 핵심 열쇠는 바로 사람, 더 가까이는 부모인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 자신의 마음과 싸워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를 위한다고 주변의 좋은 환경과 방법을 찾으면서 스스로 교육의 객체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사고하면서 자녀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나 자신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큰 존재라는 것에 자존감을 가지고, 마음을 밝고 좋은 에너지로 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그의 저서《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 첫째는 시간을 달리 쓰는 것, 둘째는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셋째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뼈 있는 조언을 보탰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방법에서 가장 무의미한 행위는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가 제시한 방법 중에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세 번째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아이들 마음에 밝은 에너지를 채워주기 위해 부모, 교사, 주변의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에 밝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분명한 신념과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 사귀어 함께 대화해 보자. 이를 통해 상대방의 건강한 에너지가 내 마음에 자리 잡으면, 그것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네 명이 되면서 부모도 행복하고 자녀도 행복한 가정이 이뤄지고, 그런 가정들이 하나둘 모여 다 함께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교육의 열쇠는 다름이 아닌 사람, 바로 사람의 마음에 있다. 

글쓴이 안현지

교육학을 전공한 올해 26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다. 2021~2022 교육부 인성교육 우수선진교사로 선정되었고, 지역사회 교육문화단체 ‘하트톡’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춘천교도소의 초청을 받아 2015년부터 매달 재소자들에게 인성교육 강연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온오프라인 학부모교육 강사로 활동 중이다. 교사이자 엄마로서, 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과 상담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안현지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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