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패션전문사전에 등재된 단어 중에 ‘TPO’라는 용어가 있다. TPO란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의 머릿글자로, 옷을 입을 때는 반드시 이 3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생긴 말이라고 한다.필자의 회사만 해도 ‘모든 직원은 출근시 정장full dress을 갖춰 입는다’ 같은 규정은 없다. 하지만 복장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어느 직원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왔다고 생각해보자.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과연 진지하고 정돈된 자세로 업무에 임할 수 있을까? 또
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다2016년 12월, 인터넷 바둑 사이트 두 곳에 magister와 master라는 닉네임의 유저가 등장했다. 이 둘은 한·중·일 랭킹 1위 3명을 포함한 세계최고 프로기사들을 연파하고 60승 무패를 기록한 뒤 사라졌다. 얼마 뒤, 구글이 ‘magister와 master는 알파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발표하며 알파고 등장 이후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랭킹 1위 커제는 알파고와의 대국 후 이런 소감을 남겼다.“인공지능의 바둑을 보건대, 어쩌면 인간은 그 누구도 바둑의 진리 그 가장자리에조차
벚꽃이 만발하던 상명대학교에서 사범대 재학생 네 명을 만나 ‘선생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없이도 인터넷 동영상과 소셜 네트워크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사회에서, 여전히 선생님의 가르침은 필요한 것일까?’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에게 영향을 준 선생님이 있나요?성찬: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선생님을 무시하고 뒤에서 욕도 많이 했어요. 친구들과 싸우다 혼나면 억울해서 화를 냈고요. 그때 선생님이 저를 유난히 강하게 혼내시면서 제 행동이 왜 잘못됐는지
내가 ‘서당도’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미술시간 때였다.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빵’ 웃음보가 터졌다. 글을 제대로 외지 못해 훈장님께 매를 맞고 울먹이는 학동. 그런 친구를 보며 ‘쌤통이다’ 하는 표정으로 익살스런 미소를 짓는 다른 학동들이 잘 대비되어서였다. 반면 훈장님은 찌푸린 표정에 안색이 어두운 것이 아무래도 제자가 공부를 해오지 않은 게 못내 언짢으신 모양이다. 하기야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매를 써가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여럿 계셨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싸리
제자 | 안경훈 은사 | 서인보 선생님(고3 담임)그림을 혼자서 그리기 시작한 지 어느새 8년이 지났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업을 뒤로하고 무작정 그림을 그렸는데, 선생님들이 나에게 그림을 그리더라도 공부는 꼭 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림만 잘 그리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배우지 않았고 선생님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선생님들은 때때로 나를 교무실로 불러서 진로에 대해 물으시며 조언을 해주시려 하셨다. 그러면 나는 나름대로 배워 쌓은 지식을 동
제자 | 김동혁 은사 | 남명현 선생님(중1 담임)나는 학창시절 학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말썽쟁이였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건 기본이고 선생님들께 언성을 높여 거칠게 반항하고 화가 날 때는 책상을 뒤엎거나 물건을 던지며 마구 행동했다. 선생님들이 혼을 내셨지만 나는 그 모든 이야기를 무시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나를 포기하셨고 나는 선생님을 ‘훈계와 체벌을 하는 어른’으로 여기며 멀리했다.그런데 남명현 선생님은 좀 특별하셨다. 선생님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는데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한번은 화를
5월 15일. 친구들이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사들고 선생님을 찾아간다고 한다. 나에게는 고마운 선생님이 없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요즘 들어 문득문득 나를 꾸짖으며 쓴소리를 해주셨던 선생님이 떠오른다.‘선생님이 붙잡아 주셔서 졸업도 하고 대학에도 올 수 있었던 거구나!’ 친구들처럼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은데 막상 선생님을 찾아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 취업도 못하고 해놓은 것도 없는데…. 나를 기억하시기나 할까?’는 모든 제자들께 선생님을 찾아가라고 권합니다. 그 시절 여러분의 미래에 대해 가장
글 | 김지수 은사 | 황정금 선생님(고3 담임)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황정금 선생님은 컴퓨터 그래픽 과목을 가르치셨는데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젊은 분이었다.진학할 대학을 정하기 위해 상담이 한창일 때였는데 하루는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부르셨다. 전날 우리 아버지를 만나 상담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맞느냐고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셨다. 상담을 하던 중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가족관계가 궁금하셨던 모양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새아버지라고 말씀드렸고 가족에게 있었던 일과 힘들었던 점 등을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내
“은국아, 아빠는 그때 다 용서했단다”차하 강은국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저희 집은 남부럽지 않게 부유하게 살았습니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가질 수 있었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누나와 함께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을 계속 보다보니 지루했는데, 문득 엉뚱하게도 담배 생각이 났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건 뭐든지 멋있어 보였기 때문에, 저는 담배를 한번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담배를 피는 사람이 없었기에 담배가 없어 빨대라도 물며 담배 피는 흉내를 내
그날의 노랫소리차상 백이슬그해 가을, 나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음악원 연습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음악을 전공한 나에게 연습실은 집같이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연습실 공기가 겨울바람보다 차가웠다. 한참 연습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왼손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져서 연습을 중단했다. 혼자 있던 연습실에서 누군가 내 왼손을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은 통증이었다. 순간 너무 당황했지만 얼른 다시 악기를 잡았고, 연습을 시도하다가 결국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악기를 무릎에 내려놓고 앉아 왼손을 품 안에 넣고 한참동안 악기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투머로우 마인드 에세이 콘테스트’ 마음쓰기가 열렸습니다. 더 크고, 멋지고, 화려한 것을 좇는 삶이 일상이 된 시대,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가치나 중요성은 외면받기 쉬운데요. 마음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되짚어보고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응모자들의 한결같은 소감이었습니다. 응모하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장원 이은혜, 차상 백이슬, 차하 강은국 씨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올해 마음쓰기 콘테스트에도 100명 넘는 독자들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매일매일 한 가지씩, 한 달이면 31가지 맛을 볼 수 있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문제와 위험에서 자녀를 지킬 수 있는 부모도 없습니다. 금을 캐는 데 빠져서 지내다가 사랑하는 딸 클레멘타인을 잃고 슬퍼했던 아버지처럼, 위험에 처한 자녀를 건져내지 못해 슬퍼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자녀를 지킬 수 없다는 한계를 만난 부모는 자녀가 어려움을 겪거나 어두운 삶에 휩쓸리기 전에 미리 보호하고 가르칩니다.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오
어느덧 봄이 완연한 4월이다. 들판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과 풀벌레들로 가득하고, 앙상하게 메말랐던 가지는 푸른 새 순을 돋아내며 기지개를 켠다. 봄기운이 가득한 자연을 보노라면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겨우내 잠을 자느라 주린 배를 채우려 뛰어다니는 개구리가 보이고, 포식자의 입질을 피해 필사적으로 달리는 토끼가 보인다. 멀리 떨어진 채 보면 아름다운 자연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 세 가지라면 옷과 음식, 집衣食住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인의 삶이 점차 풍족해지면서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는가?’는 단순히 생존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옷은 어떨까요? ‘유행’ 하면 패션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옷은 생활필수품을 넘어 때와 장소, 상황Time, Place, Occasion·TPO에 맞게 갖춰야하는 문화상품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음식은요? 과거처럼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만이 아닌, 음식점의 독특한 분위기 등과 맞물려 삶에 보
제가 아는 아름다운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성장해서 이 시대를 이끌어갈 때가 되면 세상이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들은 전 세계로 나가서 젊음의 한때를 봉사하며 지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와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겸비한 마음으로 해결해갑니다. 그래서 그들은, 진정한 피스 메이커Peace Maker입니다. 행복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 학생들이 인디언 원주민 마을을 찾아가 행복을 전한 이야기를 이번 호에 소개합니다.해마다 2월이 되면 전 세계 각지로 나갔던 굿뉴스코 학생들이
먹고사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숙제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누구나 두툼한 빨간 내복을 입고 지냈고 볼펜 하면 모나미 볼펜, 양치질 하면 불소치약을 제일 먼저 떠올렸던 때이므로, 자신의 취향보다 값싸고 튼튼한 제품을 사는 게 최우선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기업들이 다양한 제품 종류를 개발하지 않아도 잘 팔리는 시대였습니다.어느 날 저는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사려고 매대 앞에 섰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종류가 너무나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떤 우유를 살지 결정하기 위해서 그 많은 상품을 일일이 비교해서 구매하기
‘하늘의 제왕’ 독수리에게 배우는 지혜독수리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날개를 활짝 펴고 드높은 창공을 유유히 가르다가, 목표물이 포착되면 쏜살같이 내려와 순식간에 휙 낚아채 하늘로 솟구치는 광경을 다큐멘터리 등에서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독수리 중에서도 가장 강한 종種인 검독수리는 토끼 같은 작은 포유류는 물론, 여우나 늑대, 심지어 어린 불곰까지도 사냥한다니 가히 ‘하늘의 제왕’이라 불릴 만하다.날개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창공을 멋지게 나는 독수리의 모습을 보면 ‘몸집이 크고 날개 힘도 세니까 저렇게 높이 날 수
만인에게 공평한 자원, 시간소설 ‘11/22/63’, 영화 ‘인 타임’, 웹툰 ‘브릿지’…. 서로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시간’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11/22/63’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여행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인 타임’은 “커피 한 잔 4분, 스포츠카 한 대 59년…”식으로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되는 가상의 세상이 배경이다. ‘브릿지’의 주인공은 시간을 10초 전으로 되돌리는 초능력자다.시간이 이처럼 다양한 창작물의
우리는 살면서 어떤 일 앞에서는 사실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일 앞에서는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길 때가 있습니다. 감정은 사실과 달라서,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이 있으면 열 가지 중에 한 가지만 잘못을 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화를 냅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그 사람이 하는 일들을 다 좋게 받아들입니다. 마음속에 사실과 감정이 혼재되어 있으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누구나 직장에서 일할 때에는 자신이 맡은 일을 냉철하게 생각하고 정확히 처리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은행 창구에서 근무한다
우리가 새해마다 결심과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2018년 새해도 벌써 한 달 여가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갖가지 계획들을 세운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계획들 중 실천에 옮긴 것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지난해에도, 그 지난해에도 이런 일들은 반복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왜 해마다 이런 일들을 계속 겪는 걸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계획은 어떻게 하면 세울 수 있을까?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새해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의 심리를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새로운 일이 생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