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수 목사 마인드 칼럼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문제와 위험에서 자녀를 지킬 수 있는 부모도 없습니다. 금을 캐는 데 빠져서 지내다가 사랑하는 딸 클레멘타인을 잃고 슬퍼했던 아버지처럼, 위험에 처한 자녀를 건져내지 못해 슬퍼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자녀를 지킬 수 없다는 한계를 만난 부모는 자녀가 어려움을 겪거나 어두운 삶에 휩쓸리기 전에 미리 보호하고 가르칩니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오래 전에 학생들이 즐겨 부르던, 미국의 골드러시Gold Rush 때 만들어진 민요를 번역한 ‘클레멘타인’이라는 노래입니다. 노래 가사를 우리 정서에 맞게 번역하다 보니 어부가 등장하는데, 원래 미국 노래 가사에는 광부와 딸이 등장합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금을 찾기 위해 어린 딸과 함께 마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어느 사내가 협곡 가운데에 있는 동굴에서 살면서 금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계곡으로 떨어져 거칠게 흐르는 강물에 휩쓸려가고 말았습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딸인 클레멘타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클레멘타인’ 노래 가사에서 우리는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딸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비통한 마음을 만납니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이라는 가사 속에 울부짖는 아버지의 아픔이 들어 있습니다.
딸을 사랑하지만 지킬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의 능력이 유한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공부도 하고, 시험에 합격하기도 하고, 좋은 일을 하거나 훌륭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 보니, 젊었을 때보다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자기 능력의 한계를 알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하려고 애씁니다. “깊은 물가에 가지 말거라” “나쁜 친구들과 사귀지 말거라” 등등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그런 마음이 깊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제 아들에게 수영을 가르친 후 한 번은 해수욕장에 데리고 갔습니다. 아들 녀석이 수영을 조금 하니까 신이 나서 깊은 바다 쪽으로 자꾸 들어갔습니다. “영국아! 이리 나 와!” 어느 정도 깊이의 물에 있어야 빠져도 제가 건지지요. 그런데 제 아들은 위험한 줄 모르고 수영을 좀 한다고 안으로 더 들어가고 싶어했습니다. 제 아들은 어리니까 자신이 수영할 줄 안다는 사실만 생각하지, 바다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마음을 알면 그렇게 행동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생각이 얕고 단순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무리 말려도 아버지 몰래 어떤 일들을 해봅니다. 부모가 자녀의 그런 마음을 알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이 흐를 때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좋아지고, 사랑하는 자녀를 위험에서 지킬 수도 있습니다.

제 아들이 일곱 살 되었을 때입니다. 아들이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저에게 사달라고 하면 사주었습니다. 아들이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도 기쁨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생각을 했습니다. 제 아들이 그 나이에는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원하지만, 스무 살이 되어서도 “아빠, 사탕” “아빠, 아이스크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때는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사달라고 하겠지요. 조금 더 성장하면 자동차를 사달라고 할 것입니다. 제가 마음에서 아들에게 자동차를 사주어 보았습니다. 저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니까 싼 자동차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들 친구의 아버지는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겁니다. 그 사람은 아들이 귀하니까 비싼 자동차를 사줍니다. 아들이 자기는 싸구려 차를 타고 다니는데 친구는 멋진 고급 차를 타면, 제 아들도 고급 차를 타고 싶을 것입니다. 그럼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우리 아버지는 돈을 잘 못 벌어. 무능해!’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들어주면 안 되겠다. 아들의 욕구를 어려서부터 조금만 꺾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꺾어 주는 것은 다섯, 여섯, 일곱 살 때가 제일 좋습니다. 청소년기가 되면, 부모가 하는 말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런데 다섯 살 아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집을 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을 부모가 들어주지 않을 때 그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들에게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사주다가, 한 번씩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아빠, 아이스크림 사줘.”
“오늘은 안 돼.”
“아빠 돈 있잖아. 그런데 왜 안 돼?”
“아빠가 안 된다고 그랬잖아. 안 된다면 안 돼.”
자녀가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것을 부모가 다 들어주면 자제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못 하면 견디질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저는 아들이 어렸을 때 열 가지를 요구하면 일곱 가지만 들어주고 서너 가지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고 갖고 싶어도 그것을 꺾을 줄 아는 마음을 어릴 때부터 키워준 겁니다. 아들이 사탕을 사주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면, 어떤 때에는 제가 설명해주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는 없어. 네가 이런 걸 배워야 돼. 네 마음대로 하는 버릇은 나빠. 하고 싶어도 참을 줄 알아야 돼. 알겠어?” “네, 아빠.” 처음에는 아들이 섭섭해서 울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런 것도 참아야 돼.”

아들이 고등학교를 미국 뉴욕에서 다녔는데, 학교가 멀어 차가 꼭 필요해서 미국에서 제일 싼 차를 찾아 ‘에스코트’라는 차를 사주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지만, 제 아들은 어려서부터 욕구를 낮추어 놓아서 그 차도 자기는 너무 좋은 겁니다. 그리고 제 아들은 뉴욕에 있는 교회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교회에서 지내려면, 청소를 해야 하고 차를 운행해야 하고…. 자신이 교회에서 사는 값으로 그렇게 봉사해야 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에서 유학 간 친구들이 주말이면 스키장에 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뉴욕에서 200~300킬로미터 떨어진 스키장까지 가서 스키를 타고 돌아오는 겁니다. 제 아들은 가고 싶어도 교회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또 주일에는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월요일이 되어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자랑을 했습니다. “영국아, 스키 타는 것 정말 재미있어! 나는 이제 잘 탄다. 휙휙 내려가는 게 스릴 만점이야!” 아들도 스키를 정말 타보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절제하는 법을 배웠기에 그 마음을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제 아들의 친구들은 부모가 돈이 많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참 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키를 타러 토요일에 가서 일요일 밤이나 월요일 새벽에 돌아와서 학교에 갔습니다. 그러다가 월요일까지 스키장에 있느라 학교를 하루 빠졌습니다. 미국 교육 방식은 우리나라와 달라서, 선생님은 가르쳐야지 명령해서는 안됩니다. “공부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공부를 잘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어.” “지식을 많이 가지면 사회생활이 편해져.” 그런 식으로 가르쳐야지, 공부하라고 강요하면 불법입니다.

강압적인 제재가 없으니까 아이들이 스키장에서 월요일까지 놀다가 돌아오고, 얼마 후에는 화요일까지 놀다가 왔습니다. 어떤 때에는 수요일에 왔습니다. 그렇게 지내니까 공부가 될 리 없었습니다. 미국에 유학을 간 학생들 가운데 정상적으로 졸업장을 받지 못 하는 학생이 많다고 합니다. 공부를 하지 않아서 졸업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러면 부모님께 “제가 멋대로 살아서 졸업을 못했어요. 잘못했어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번에 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대학에 합격 했어요.”라고 거짓말을 한답니다. 그리고 집에서 보내준 돈으로 방탕하게 사는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때때로 하지 못하게 해주셨던 것이 감사합니다.”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물으니까, 졸업식 날 학생들이 다 봉투를 받았는데 제 아들 봉투 안에는 졸업장이 있었지만 스키를 타러 다녔던 친구들의 봉투 안에는 졸업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꺾을 수 있게 해주셔서, 저도 스키를 타러 가고 싶었지만 가지 않고 공부해서 이렇게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문제와 위험에서 자녀를 지킬 수 있는 부모도 없습니다. 금을 캐는 데 빠져서 지내다가 사랑하는 딸 클레멘타인을 잃고 슬퍼했던 아버지처럼, 자녀 가 잘못된 데에 빠진 후에 슬퍼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생각하는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할 뿐 아니라 자녀를 지킬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녀가 어려움을 겪거나 어두운 삶에 휩쓸리기 전에 미리 보호하고 가르칩니다. 제 아들이 어렸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빠가 나를 싫어하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은 저를 믿고 따랐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아버지가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했습니다. 아버지가 자신을 진실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말과 행동에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의 마음이 부모와 연결되지 않으면 부모를 믿지 못하기에, 당장 좋은 것을 가로막는 것 같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반발합니다. 자신이 보기에 좋은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을 버릴 수가 없고, 결국 그 길로 가고 맙니다.

좋은 마음은 어려서부터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외국어를 배우면 말은 유창하게 할 수 있어도 발음은 정확하지 않듯, 욕구를 자제 하는 마음도 어릴 때 배워야지, 나이 들어서 배우려고 하면 힘이 들고 어렵습니다. 이런 마음의 세계를 모르는 부모들은 자식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주려고 하지, 마음을 절제시켜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가정의 달인 5월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마음 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또 마음이 통하게 되길 바랍니다. 그때 우리 마음은 참으로 행복해질 것입니다.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의 설립자이며 목사이다. 세계 최초로 마인드교육을 창시한 청소년 문제 전문가로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한다.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마음의 세계를 성경에서 찾은 그는 젊은이들에게 물질세계가 아닌 마음의 세계를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나를 끌고가는 너는 누구냐>에 이어 <마음을 파는 백화점>을 냈고, 지난해엔 <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를 집필했다. 잠비아에서 마인드교육 교재로 사용하는 <나를 끌고가는 너는 누구냐>의 콘텐츠를 만화로 옮겨 올초에 <신기한 마음여행> 만화책을 출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