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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국아, 아빠는 그때 다 용서했단다”2018 제2회 투머로우 마인드 에세이 콘테스트 '마음쓰기' 수상작
강은국 | 승인 2018.05.04 14:45

“은국아, 아빠는 그때 다 용서했단다”
차하 강은국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저희 집은 남부럽지 않게 부유하게 살았습니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가질 수 있었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누나와 함께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을 계속 보다보니 지루했는데, 문득 엉뚱하게도 담배 생각이 났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건 뭐든지 멋있어 보였기 때문에, 저는 담배를 한번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담배를 피는 사람이 없었기에 담배가 없어 빨대라도 물며 담배 피는 흉내를 내려고 했습니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빨대에 불을 붙였는데, 생각과 달리 빨대에 금방 불이 붙어 당황했습니다. 빨대에 붙은 불을 얼른 물로 끄고 다시 방에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몇 시간 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급히 거실로 나가보니 부엌이 타고 있었습니다.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불을 꺼야겠다는 생각에 화장실에서 물을 퍼다 뿌렸지만, 불길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누나와 저는 바로 아빠한테 전화를 하고 창문으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저는 불에 타는 집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아빠는 119에 신고를 하셨고 소방관 아저씨들이 달려온 덕분에 불을 끌 수 있었지만, 집안은 완전히 타 버린 뒤였습니다.

소방관 아저씨는 아빠께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저는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내가 불장난을 했다가 집에 불이 난 걸 들키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니 두려웠습니다.

‘아, 나 때문에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와 추억이 모두 사라졌구나. 우리 가족이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었어.’

죄책감에 시달리던 저는 며칠이 지난 뒤에야 아빠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집에 불을 냈기 때문에 저희 가족은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 했습니다. 아빠는 운영하시던 디자인 사무실을 처분해 새로 살 집을 구하러 다니시는 한편, 새로운 일을 찾아 다니셨습니다. 엄마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내가 집을 태우는 바람에 엄마 아빠가 이렇게 고생하시는구나. 나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구나.’

왠지 모르게 누군가가 제게 욕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엄마 아빠도 하는 수 없이 나를 키우는 걸 거야. 엄마 아빠는 언제든 나를 버리실 수 있어’ 하는 생각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괴로워하는 저를 보신 어느 선생님이 제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 주셨습니다.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지만, 그래도 제 마음속에는 여전히 죄책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울면서 엄마 아빠한테 제 마음 속 괴로움을 말씀드렸습니다. 아빠는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은국이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지만 절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단다. 엄마 아빠는 단 한 번도 널 버릴 생각을 한 적이 없어. 그날도 집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달려가면서 아빠는 누나와 네 걱정만 했단다. 집이 불탄 건 아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었어. 너희들이 무사해줘서 정말 고마웠고, 그때 아빠는 네 잘못도 다 용서했단다.”

아빠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제 마음속에 있던 괴로움이 모두 씻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알고 난 뒤, 저희 가족은 부유했던 때와는 또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먹을 것 하나도 서로 먼저 먹으라고 배려하고, 작은 일도 서로 도와가면서 웃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정형편도 많이 여유가 생겼고, 저도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무려 9년 동안을 죄책감에 사로잡혀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면서 죄책감은 행복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랑 앞에서는 어떤 잘못도 용서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식이란 이유로 허물을 감싸주고 사랑하시는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수상소감
이 글을 쓴 이유는 집에 불이 난 사건을 통해서 저는 큰 행복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제 마음 속에 있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누고 대화했을 때, 부모님의 사랑을 처음으로 크게 느꼈습니다. 집이 가난해지면서 작은 집에서 가족들과 힘들게 살다보니 마음이 겸비해지는 것을 봤습니다. 부유했던 옛날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들이 하나씩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한 행복은 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음 쓰기를 쓰고 나서 잠시 후회를 했습니다. 제 눈에도 제 글이 너무 부족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무척 기쁩니다.

강은국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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