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제왕’ 독수리에게 배우는 지혜
독수리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날개를 활짝 펴고 드높은 창공을 유유히 가르다가, 목표물이 포착되면 쏜살같이 내려와 순식간에 휙 낚아채 하늘로 솟구치는 광경을 다큐멘터리 등에서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독수리 중에서도 가장 강한 종種인 검독수리는 토끼 같은 작은 포유류는 물론, 여우나 늑대, 심지어 어린 불곰까지도 사냥한다니 가히 ‘하늘의 제왕’이라 불릴 만하다.

날개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창공을 멋지게 나는 독수리의 모습을 보면 ‘몸집이 크고 날개 힘도 세니까 저렇게 높이 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그런데 독수리는 날개를 폈을 때 몸길이가 2.5~3.1미터나 된다. 그만큼 날개가 크고 육중해 하늘을 날기에 적합지 않다. 독수리보다는 오히려 보잘것없어 보이는 참새가 하늘을 날기에 더 좋은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참새는 날개가 작고 가벼워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수리는 신체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높이 비행할 수 있는 걸까? 그것은 상승기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수평으로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을 바람, 수직으로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을 기류氣流라고 하는데, 상승기류란 말 그대로 기류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가리킨다. 상승기류가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낮 동안 지표면이 태양열에 가열되면 지표면 부근의 공기 온도가 그 윗부분보다 높아지고, 이에 가벼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상승기류다. 그 밖에도 산의 경사면을 따라 바람이 불 때,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불 때, 태풍과 같은 강력한 저기압의 중심부에 있을 때 상승기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수리는 날기에 부적합한 자신의 날개를 의지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날개보다 강력한 상승기류의 힘을 적극 활용한다. 그 결과 다른 새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이에서 오랜 시간을 비행하지만 결코 피곤하지 않다. 반면 참새는 기껏해야 전신주나 나무를 오르내릴 뿐이다. 자신의 약한 날개 힘을 의지 하기에, 높이 날 수 없고 날아도 금방 지치는 것이다. 참으로 역설적인 사실이다. 자신의 약점에 매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더 큰 힘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활용하는 지혜! 그런 지혜가 있기에 독수리는 진정 하늘의 제왕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

‘나’의 한계를 알았기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마음의 지혜는 역사 속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국지>에 나오는 삼고초려三顧草廬(초가집을 세 번 찾아가다)의 고사다.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는 한漢 황실의 후예로, 몰락해가던 나라를 일으키고 전란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라이벌인 조조에게 연전연패하며 제대로 된 근거지나 병사도 얻지 못한 채 늘 쫓겨 다녀야 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와룡臥龍을 얻으면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와룡이 중국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모사꾼인 ‘제갈량’임을 알게 된 유비는 두 동생 관우, 장비와 함께 제갈량의 집을 방문했다. 때는 가을이었는데, 제갈량은 여행을 떠난 터라 언제 올지 모른다는 말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해 겨울 다시 찾아갔지만, 역시 제갈량은 집에 없었다.

이듬해 봄에 세 번째로 찾아갔는데, 제갈량이 있었지만 마침 낮잠을 자고 있었다. 유비는 쉰을 바라보는 황실의 후예였지만, 제갈량은 스물일곱의 청년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형님을 세 번이나 찾아오게 만든 제갈량이 못마땅했던 관우와 장비는 “저 버릇 없는 놈을 당장 깨워야 한다” “집에 불을 질러버리자”며 난리를 피웠다. 유비는 두 동생을 꾸짖은 뒤 제갈량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낮잠에서 깬 제갈량에게 유비는 “나라를 재건하고 백성을 구하려 하나 덕이 없고 재주가 없는 이 유비를 도와주시오”라며 무릎을 꿇는다. 유비의 마음에 감동한 제갈량은 유비를 평생 주인으로 섬기기로 결심한다.

이후 유비는 제갈량의 지혜에 힘입어 형주와 익주, 한중을 잇따라 차지하며 조조와 겨룰 만한 강대한 세력으로 성장한다. 늘 실패하며 제대로 된 성읍하나 갖지 못했던 유비가 제갈량이라는 상승기류를 타고 천하를 삼분하는 엄청난 일을 이루게 된 것이다. 유비는 ‘혼자서는 천하 백성들을 구하는 이 큰일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지혜로운 제갈량의 마음을 얻고자 깊이 사고하고, 불편을 감내하고, 무릎까지 꿇는 겸비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약점은 불행이 아니라 행복으로 가는 통로다
‘난 왜 이리 못난 걸까?’ ‘나는 왜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지?’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약점과 무능력함이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약점을 채우고 능력을 키워 더 뛰어난 사람이 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독수리의 사례에서 보듯 유약점이나 무능력함은, 내 능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힘이나 지혜를 받아들이는 기회가 된다. 독수리는 날개가 무겁고 커서 스스로는 날기가 어렵기에 자신을 솟구쳐 오르게 하는 강한 상승기류의 힘을 빌려 훨씬 더 높이 멀리 날 수 있다. 반대로 참새는 자기 신체의 조건만 믿고 의지하기에 자신의 힘이 미치는 한계 안에서만 나는 것이다.

누군가가 삶 속에서 실패나 좌절을 겪지 않고 성공만을 거듭한다면, 그는 자기가 뛰어나고 잘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자신과는 다른 의견이나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자기 한계와 기준안에서만 사는, 마음이 고립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잘못했던 일이나 실패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때 다른 사람이 해준 충고나 조언을 떠올리며 자신의 부족함을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자. 그리고 그런 자신의 한계나 약점을 채워줄 사람들을 찾아보자.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내 안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나 마음이 흘러들어 온다. 그것이 우리의 한계를 넘게 하는 상승기류다. 그 상승기류를 활용하는 지혜를 배우길 바란다. 한계를 넘어 높이 날지만 피곤하지 않은 독수리처럼 새롭고 활기찬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최현용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스리랑카 지부장이자 마인드교육 강사다. 그는 얼마 전 쓰던 지퍼넥타이를 모두 처분했다고 한다. 당장 쓰기에는 편리하지만 그렇게 일상사에서 편리한 것을 좇는 자세가, 삶 자체를 태만하게 흐르게 하는 출발점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해서라고 한다. 생활의 작은 것부터 마음의 조율을 실천하는 그가 ‘마음의 상승기류’라는 주제로 칼럼을 기고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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