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집]⑥선생님, 제자라서 행복했어요

내가 ‘서당도’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미술시간 때였다.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빵’ 웃음보가 터졌다. 글을 제대로 외지 못해 훈장님께 매를 맞고 울먹이는 학동. 그런 친구를 보며 ‘쌤통이다’ 하는 표정으로 익살스런 미소를 짓는 다른 학동들이 잘 대비되어서였다. 반면 훈장님은 찌푸린 표정에 안색이 어두운 것이 아무래도 제자가 공부를 해오지 않은 게 못내 언짢으신 모양이다.

하기야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매를 써가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여럿 계셨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싸리나무, 밀대손잡이, 30센티미터 자… 사랑의 매는 재료도, 크기나 생김새도, 맞았을 때의 고통도 천차만별이었다. 매는 선생님의 분신과도 같았다. 매가 몇 번 춤을 추고 나면 장터마냥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금세 독서실이 되었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 때 옆 반 담임이셨던 김규태 선생님은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팔뚝만 한 나무막대를 소금물에 삶아서 만든 김 선생님의 매는 어지간해서는 부러지는 법이 없었다. 꽤 오래 전, 그 김 선생님을 길에서 만났다. 선채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슬며시 매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참, 그랬지. 사실 그때 그 매 한 대를 때리기까지 머릿속으로는 계산을 열 번도 더 했을 거야. ‘어디를 얼마나 힘주어 때려야 할까? 몇 대를 때려야 할까? 얘가 매를 맞고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오히려 나를 향해 맘을 닫거나 앙심을 품지는 않을까? 자식이 매 맞은 걸 아신 부모님이 속상해 하시진 않을까?’ 하고 말이야. 이제는 그것도 옛이야기가 되었네.”

순간 코끝이 찡했다. 그리고 문득 ‘서당도’가 떠올랐다. ‘서당도’ 속 훈장님도 틀림없이 김 선생님과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매 맞은 고통은 순간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 가는 법인데. 저 아이가 그걸 알까?’ 매 맞고 돌아선 제자의 마음을 수도 없이 저울질하느라 훈장님의 표정은 절로 수심이 깊어지고 주름살도 늘었을 것이다.

학교나 학원보다 인터넷강의가 대세가 되고, 몇 년 뒤에는 인공지능 선생님이 등장할 전망이라는 요즘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김 선생님이 하시던 계산을 과연 인강 선생님이나 인공지능 선생님도 하실 수 있을지 말이다. 세상이 바뀌면서 학교현장에서 매나 체벌도 사라졌다지만, 제자의 마음을 저울질하며 앞날을 헤아리던 선생님의 사랑은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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