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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힘든 시기를 즐겁게 보내게 해주신 호랑이 선생님특집[1] 선생님, 그립습니다
김소리 기자 | 승인 2018.05.08 19:26

5월 15일. 친구들이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사들고 선생님을 찾아간다고 한다. 나에게는 고마운 선생님이 없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요즘 들어 문득문득 나를 꾸짖으며 쓴소리를 해주셨던 선생님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붙잡아 주셔서 졸업도 하고 대학에도 올 수 있었던 거구나!’ 친구들처럼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은데 막상 선생님을 찾아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 취업도 못하고 해놓은 것도 없는데…. 나를 기억하시기나 할까?’

<투머로우>는 모든 제자들께 선생님을 찾아가라고 권합니다. 그 시절 여러분의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셨던 분이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에게는 당신의 모습 자체가 선물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선생님을 찾아가 봅시다.

선생님, 그립습니다
힘든 시기를 즐겁게 보내게 해주신 호랑이 선생님
제자 | 박선향 은사 | 김재관 선생님(고3 담임)

‘선생님’ 하면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자 무서운 영어 선생님이셨던 김재관 선생님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3학년 부장 선생님이셨는데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도하셔서인지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 태도를 엄격하게 살피셨고 특히 자율학습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셨다. 너무 꼼꼼히 간섭(?)하시는 선생님 스타일에 학생들은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는 선생님’이라고 투덜거리며 되도록 선생님을 피해 다녔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갖고 있거나 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도망치는 학생들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무섭게 혼내셨다. 그래서 김재관 선생님이 자율학습을 감독하시는 날이면 우리는 모두 딴생각을 포기하고 공부에만 집중했다. 한 번씩 선생님을 보면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엄하게 하시는 것 같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학생들의 심정을 헤아려주시지 않는 것 같은 선생님이 야속하고 선생님이 하시는 어떤 말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러스트 방지혜

그런데 언제부턴가 김재관 선생님을 보는 내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번은 우연히 선생님의 교과연구용 책을 보았는데, 선생님이 공부를 정말 많이 하신 흔적이 있었다. 빽빽하게 메모한 내용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흥미롭게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선생님은 동영상 강의와 여러 교재들을 참고하여 다양한 지도안을 작성한 후 그것들을 실제 수업에 적용하고 계셨는데 ‘아, 선생님이 우리를 가르치시기 위해 이렇게 열정적으로 준비하시는구나’ 하는 감탄이 나왔다. 선생님의 책을 보니 선생님도 우리와 똑같은 수험생이었다. 제자들이 하나라도 더 배워 좋은 성적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목표를 가진 수험생 말이다.

선생님은 또 공부와 스트레스로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힘을 주고 고등학교 시절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시려고 반끼리 특별한 프로젝트도 하게 하셨는데,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명절같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도 선생님은 학교에 오셔서 공휴일 없이 공부하는 학생들과 함께해주셨다. 냉정함 뒤 선생님의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무섭기만 했던 선생님께 서서히 마음이 열렸고 신기하게 선생님이 가깝게 느껴졌다.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일들까지 꺼내놓을 수 있었는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선생님이 우리를 얼마나 깊이 생각하시는지가 보였다.

선생님도 우리를 엄하게 대하시는 게 쉽고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고 꾸짖어 원망을 듣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김재관 선생님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으셨을 텐데 학생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을 주고자 무서운 선생님 역할을 해 오신 것이었다. 선생님은 우리를 향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거나 내색하지는 않으셨지만 누구보다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다. 대학을 결정하는 문제로 상담할 때는 실질적인 조언과 함께 내가 원하는 분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진심으로 응원하며 필요한 것들을 알아봐주셨다.

드디어 수능 시험을 치른 날, 생각보다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서 실망이 컸었다. 선생님을 뵙기도 부끄러워 머뭇거리다가 울면서 시험을 망쳤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이 “선향아, 나는 네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 잘할 거라고 믿어. 선생님이 지금까지 너를 봐왔잖아. 선향이는 어떤 일도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야!”라고 하셨다. 그날 선생님이해주신 따뜻한 한마디 말씀에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내고 새롭게 방향을 설정해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다.

가장 힘들고 지치고 실망스러울 수 있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김재관 선생님이 계셨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시지 않고 무슨 일이든 까다롭게 처리하시는 무서운 선생님 덕분에 나는 중요한 시기를 잘 견디고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요즘도 종종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는데 선생님은 언제나처럼 내 편에 서주시면서 무얼 하든지 자신 있게 해보라고 하신다. 그리고 ‘제자가 찾아와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다’라고 하시며 자주 오라는 말씀을 덧붙이신다. 선생님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사하다. “선생님,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과 같이 찍은 박선향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이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면서 선생님을 한 분 두 분 떠올리게 합니다.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서 생명공학부에 진학에 열심히 공부하는 박선향 씨는 지치고 힘들었던 고3시절이 기억날 때마다 김재관 선생님이 고마워진다고 합니다. <투머로우> 5월호를 들고 선생님을 찾아가 뵈면 어떨까요?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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