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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해도 우리는 여전히 선생님이 필요해요[스승의 날 특집]⑤선생님, 이제야 알았습니다
김소리 기자 | 승인 2018.05.14 09:10

벚꽃이 만발하던 상명대학교에서 사범대 재학생 네 명을 만나 ‘선생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없이도 인터넷 동영상과 소셜 네트워크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사회에서, 여전히 선생님의 가르침은 필요한 것일까?’

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에게 영향을 준 선생님이 있나요?

성찬: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선생님을 무시하고 뒤에서 욕도 많이 했어요. 친구들과 싸우다 혼나면 억울해서 화를 냈고요. 그때 선생님이 저를 유난히 강하게 혼내시면서 제 행동이 왜 잘못됐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주셨는데, 조금씩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너희들을 혼내면 뒤에서 내 욕하는 거 다 안다. 그래도 난 말할 거다” 하셨는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면서 조금씩 선생님을 따르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이 만약 저를 지도해 주시지 않았다면 지금 많이 비뚤어져 있을 거예요. 당시에는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었고 불평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서야 선생님의 고마움을 알겠더라고요.

정희: 고3 때 막연하게 좋은 대학에 갈 거라고 꿈꾸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제 성적으로는 재수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너무 충격적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고, 제 심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선생님이 미웠죠. 그런데 그렇게 따끔하게 말씀해 주신 덕분에 재수하는 동안 주저앉지 않을 수 있었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윤아: 제가 지금 교생실습을 하고 있는데요. 정희와 성찬이 말이 공감이 가요. 고등학생이었을 때 선생님이 좋은 말이라고 소개해 주셨던 글귀들이 정말 좋은 말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돼요. 초등학생 시절 저희 선생님은 항상 짝 피구, 짝축구, 짝 발표를 시키셨어요. 선생님이 자꾸 이상한 걸 시키시는 것 같아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뭘 하든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도록 지도하신 거였어요. 저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활발한 성격이 아니었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 주시니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성격도 밝아졌어요. 철없던 우리들 눈에는 선생님의 냉정하고 엄격한 태도가 이상해보이기도 했지만 그때를 되돌아보면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많이 생각하고 지도하셨다는 게 새삼 느껴져요.

대학생이 되어 중고등학교 선생님과 대학교 교수님들이 차이가 있다는 걸 느끼실 것 같아요.

창규: 중고등학생 시절 선생님들은 수업 외적인 문제로 상담도 해주시고 저희와 친구처럼 놀아주시기도 하셔서 정말 잘 따랐던 거 같아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열심히 발표도 하고 했지요. 그렇게 하니까 어려운 공부에도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대학에 와서 교수님 뵜을 때 지루하게 수업만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교수님은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연구하는 학자이시더라고요.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방식을 수용하면서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아: 저도 선생님께 질문을 자주 해서 수업 분위기가 좋아진 적이 많아요. ‘선생님이라면 존경할 만한 성품과 행동을 보여야지’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배우는 학생들의 태도에 따라 선생님도 달라지시는 걸 봤어요.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선생님께 다가간다면, 선생님께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찬: 맞아요. 관심있는 분야가 생기거나 진로가 정해지면 교수님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배우잖아요. 교수님과 중고생 시절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는 방식은 달라도 가르쳐 주시려는 마음은 동일하다고 봐요. 우리가 배우려고 한다면 선생님을 존경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요즘은 인터넷강의를 통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대입니다. 선생님이 계셔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요?

정희: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년이 지났는데 한번도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없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기억이 나네요. 한번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판치기(책상이나 책 위에 동전을 올려놓고 손으로 쳐서 동전이 뒤집히면 돈을 따는 게임)를 하다가 걸렸는데, 선생님이 그냥 혼을 내지 않고 자습시간에 저를 따로 부르셔서 물어보셨어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제가 살아왔던 가정환경과 고민, 잘못한 일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그때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제 마음을 붙잡아 줬는데, 저 또한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면 선생님을 찾아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죠.

요즘은 학생들이 문제행동을 하면 곧바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대화를 하거나 해서 생각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텐데요. 학생들이 선생님이 자신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걸 알면 선생님을 신뢰하게 되고, 선생님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어요.

창규: 저도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 다짐했죠. 그런데 제 의지는 작심삼일이었어요.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엉망이었는데, 그때 굉장히 엄한 수학 선생님이 “너 수학 좋아한다면서 수학 성적이 이게 뭐냐? 이래서 선생님 할 수 있겠어?” 하셨어요. 그 일을 계기로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다시 집중할 수 있었어요. 스스로 열심히 할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아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지식이나 교과내용보다 강한 훈계와 조언이 큰 힘이 되었어요.

성찬: 저는 고등학생 시절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여러 번 잘못을 하면서도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자식에 대해 잘 모르고 객관적인 눈으로 보지도 못하기 때문에 잘못한 점을 지적하고 가르쳐 주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선생님은 그런 부분을 지적해 주시면서 고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점이 감사하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와보니 선생님이 계신 것과 안 계신 것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껴요. 요즘은 제가 지각을 해도, 학점이 낮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이제 스무 살 성인이고 알아서 잘 해봐야지 하지만 아직도 나 자신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걸 경험해요.

윤아: 대학에서는 지각을 하거나 과제를 제대로 못하면 자동적으로 점수가 깎이는 시스템이지만 중고등학교는 학생이 좀 잘못해도 선생님이 그것을 보완해 줘요. 그렇게 지내다 대학에 오니 여전히 미성숙한 자신 때문에 힘들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요.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미래를 스스로 계획해야 하니까 생각할수록 불안한 거죠.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선생님이 필요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교수님이나 선배, 누구라도 나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언제든지 조언해 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을 만난다면 좀 더 멋진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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