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집]②선생님, 그립습니다

글 | 김지수 은사 | 황정금 선생님(고3 담임)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황정금 선생님은 컴퓨터 그래픽 과목을 가르치셨는데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젊은 분이었다.

진학할 대학을 정하기 위해 상담이 한창일 때였는데 하루는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부르셨다. 전날 우리 아버지를 만나 상담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맞느냐고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셨다. 상담을 하던 중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가족관계가 궁금하셨던 모양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새아버지라고 말씀드렸고 가족에게 있었던 일과 힘들었던 점 등을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내가 항상 밝게 지내서 몰랐다고 하시면서 미안해하시고 위로해주셨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우리 집 사정에 관심을 갖거나 내 심정을 헤아리며 물어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후로 선생님은 내가 무얼 하든지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셨다. 그 응원은 내가 졸업하고 대학에 간 후까지 이어졌다.

원하던 대학, 원하던 학과에 들어가 1년을 다녔는데 전공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다. 그래서 전과轉科를 생각하던 중 방학 때 엄마 심부름을 하러 가다 길에서 황정금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안부를 물으시면서 고민같은 건 없냐고 하셨다. 전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이 다음날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다음 날 선생님은 굉장히 냉정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고 나는 전공을 바꾸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선생님이 이번에도 다정하게 내 편을 들어주시며 전과해 보라고 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미래를 생각하며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하시는 말씀에 정신이 바짝 들었고 덕분에 4년을 잘 마무리하고 졸업할 수 있었다.

선생님과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는 선생님이 성적이 좋은 학생이나 친분이 있는 학생, 선생님이 담당하는 동아리 학생들 위주로 챙기고 가깝게 지낼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으레 특정 학생들만 신경 써준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정금 선생님은 내게 물어봐주셨고, 함께 울어주셨다.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 고3 시절에 선생님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냉정하게 대해주셨던 선생님 덕분에 지금 이 시간까지 올 수 있었다. 매년 5월 15일이면 선생님께 연락을 드린다. 빨리 취업을 해서 홍삼한 박스를 사들고 선생님을 찾아가 직장생활 중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선생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랜만에 선생님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는 김지수 씨는 요즘 선생님과 학생 간에 일어나는 안 좋은 사건들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세심하게 지도해주었던 선생님을 떠올리며 감사해하고, 선생님이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는 제자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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