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차를 타고 퇴근을 하면서, 한강공원에 내려 차에서 옷을 갈아입고 트렁크에 있던 운동화를 꺼내 신은 다음 무작정 반포대교에서 성수대교 방향으로 뛰었다. 공백기가 있었지만, 이때부터 꾸준히 조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 상태를 보기 위해서 5킬로미터를 몇 번 뛰었다가, 명절에 처가에 내려가서 새벽 바다를 보며 개운하게 뛰고 나니 8킬로미터가 나왔다. 이때부터 더도 덜도 아닌 8킬로미터를 틈틈이 뛰고 있다.처음 2킬로미터. 나는 보기에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몸이 무겁다. 조깅을 한 지 10년이면 거
어느 날, 우리 교회의 한 성도에게서 전화가 왔다.“목사님, 언니가 미국에 사는데 암에 걸려서 상황이 좋지 않아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고 돈을 모았어요. 그 돈을 저에게 주면서 이 돈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미국의 언니에게 가서 음식도 만들어 주고 또 잘 돌보아 주고 한국으로 오라고 해서 제가 미국으로 가요.”나는 전화한 분에게 암 환자들의 마음 상태에 관하여 이야기해 주고, 언니에게 믿음과 소망의 이야기를 해주면 병이 훨씬 잘 나을 거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암환자인 그분이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하
같은 시간, 다른 느낌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다. 그 ‘공평한’ 시간에 대해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부족하다.’라고 하면서 ‘시간은 곧 돈이다.’는 말도 자주 한다. 시간은 저축이 안 되고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급여 산정의 기준을 ‘시급’으로 하고 있으며 노동의 대가를 시간 단위로 환산하기에, 시간은 돈보다 더 중요하고 활용을 잘해야 한다.나이가 든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장수’이다. 오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나이를 많이 먹을 때까지 사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생
지난 4월 2일 ‘세계 자폐인의 날’을 기념하여 푸에르토리코의 카타뇨 시에서 ‘자폐인의 날’ 행사가 열렸다. 행사 순서 중에 굿뉴스코 해외봉사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추은상 학생의 발표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자폐성 장애 스펙트럼의 하나에 속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던 그가 강단에 서서 아직 서툰 스페인어로 또박또박 말했고, 그가 전한 희망의 메시지에 카타뇨 시장님 부부를 비롯해 참석한 자폐아와 부모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 감동 스토리를 본지의 독자들과 공유한다.발표자 추은상(배재대학교 3학년)Hola~ 안녕하세요. 저는 한
한동안 청소년들에게 ‘밸런스게임’이 유행했다. ‘여름에 에어컨 없이 지내기 vs 겨울에 히터 없이 지내기’처럼 고르기 힘든 두 조건을 임의로 만들어 놓고 조금이라도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을 고민해서 선택하게 하는 게임이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나도 꽤 자주 활용하곤 했다. 처음에는 밸런스게임에 재미난 상황을 주로 제시하다가, 마지막에는 강의에 오신 부모님의 의중이 궁금해서 난해한 질문을 드렸다. ‘내가 좀 희생을 하더라도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vs 자녀 인생은 자녀의 것이고, 일단
생명이 피어나는 봄이다. 농부는 열매나 채소를 거둬들일 것을 기대하며 논에나 밭에 씨앗을 심는다.나는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읍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 집에는 먹을 것이 넉넉지 않아, 쌀농사는 아니어도 밭에 감자나 고구마 등을 심어 먹었다. 나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끔 산에 가서 밭으로 만들 땅을 파서 갈아엎고, 돌들을 치우고, 잡목들을 제거했다. 그렇게 만든, 산 이곳저곳의 작은 밭들에 감자를 심고, 감자를 캔 뒤에는 고구마를 심었다.밭을 일구고, 종자를 심고, 작물이 잘 자라도록 돌보는 일은
가끔씩 고향에 다녀올 때가 있다. 내 고향은 경상북도 성주군 금수면의 두메산골이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보니 모두가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논밭이 거의 천수답天水畓이어서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짓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모내기를 해놓아도 비가 오지 않으면 농부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하늘에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도 하고, 남의 논 물꼬를 터서 그 물을 몰래 자기 논으로 끌어들이느라 이웃과 더러 다투기도 했다. 날씨가 아주 가물 때는 동네 우물의 물을 퍼내어 농로農路로 보내기도 했는데, 힘들게 퍼낸 샘물이 말라버린 물길을 따
아직까지 더위가 한창인 날씨 속에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그로부터 넉 달 후 병석에 오래 계셨던 어머니가 갑자기 뇌사 상태가 되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병원의 보호자 대기실에 머무르며 하루 두 번 있는 중환자실 면회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밤에 엄마 손을 꼭 잡고 잠을 자면서 “엄마, 내가 크면 엄마 좋은 데 많이 데려갈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줘.”라는 철없는 소리를 하거나, “엄마,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며 세상모르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어머니는 이런 아들이 있어서
세월이 빨라서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다.그날 밤 우리 일행은 울산에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주에 나는 울산의 한 교회에서 열린 성경 세미나 강사로 며칠 동안 성경 이야기를 하고, 그날 밤에 세미나가 끝나 서둘러 차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차가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의 시간이 밤 10시 30분경이었다. 서울까지는 빨라야 4시간 후에 도착할 수 있기에, 중간에 적당한 곳에서 자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우리 선교회 소속 교회들에 부탁하면 잠잘 방은 마련해줄 테니, 먼저 대구에 있는 교회의 목사님에게 전화를 했
먼동이 터오면 짙게 드리웠던 어두움이 서서히 물러가고 아침이 찾아온다. 푹 자고 맞는 아침은 우리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일상이다. 하지만 깊은 산 외진 곳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만나 밤새 깜깜한 어두움 속에서 두려움의 긴 시간을 보냈다면, 그 아침은 한없이 새롭고 반갑고 소중할 것이다.해가 뜨면 아무리 짙은 어두움도 물러간다. 그런 이치에서라면, 생명이 있는 곳에서 죽음이 물러가는 것이 맞다. 그런데 우리는 그와 반대되는 현상들을 삶 속에서 접한다. 살다 보면 병이 찾아와서 건강한 몸을 헤치기도 하고, 죽음이 찾아와 삶을 마무리하기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회사 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의례적인 소통이나 단문 형태의 대답 또는 식사를 혼자 따로 해야 하는 일들이 계속되면서 사람들 관계가 이전보다 다소 어색해진 것이다. 엔데믹을 맞이하면서 필자는 동료와 따뜻한 정情이 흐르는 관계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계 개선의 프로젝트로 ‘온溫택트’ 문화의 정착에 힘을 쓰고 있다. 그 프로젝트의 핵심이 ‘인소찬’의 생활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필자가 운영 중인 회사에서는 매년 4~5월이 되면 ‘미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감사’란 ‘미안합니다, 감사
따뜻한 봄이 시작되면 해마다 어김없이 찾는 곳이 경기도 장흥면에 있는 양주화훼단지다. 아직 꽃샘 추위가 있지만, 이곳에 가면 초록식물과 봄꽃들을 먼저 만날 수 있다. 다육식물, 관엽식물, 형형색색 봄꽃을 피운 화분들이 가슴을 설렘으로 바꾸어준다. 겨우내 누군가 애써 가꾸어 두었다가 내놓은 선물처럼 아기 손톱만치 작은 안개꽃, 꽃이 꽉찬 수국, 겹겹이 올라오는 장미 등을 보면 마음이 열린다.차를 조금 더 타고 가면 파주 마장호수가 나오는데 호수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쭉쭉 뻗은 소나무 숲과 단풍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눈길을 멀리 옮
아름다운 항구도시 여수의 오동도에 가면, 등대 입구 돌비석에 ‘암야도광暗夜導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어두운 밤에 빛으로 인도한다.’는 뜻이다. 칠흑과 같은 밤바다를 헤매며 혼돈과 절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 멀리서 비치는 등대 불빛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고 뱃머리를 항구로 돌리게 한다. 사람의 인생에서 행복의 항구로 인도하는 등대는 무엇일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겸비한 마음과 절제라고 본다. 홧김에 BMW 승용차를 강물에 밀어 넣은 청년2019년 8월 인도의 한 부잣집 아들이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사준 BMW 새 승용차가
아프리카를 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오면서 현관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스트레스 받지 마.” 하며 아내를 꼭 껴안아주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등교하고 있는 둘째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그래, 너도 잘 있어. 일주일 뒤에 보자.” 말수가 적은 녀석이라 짧게 멀뚱멀뚱하게 대화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속에 차오른다. 아마 8시 30분쯤 되면 막내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다.(8시 38분에 왔다.) 이제는 커서 더 이상 몸이 가볍지 않는데도, 어젯밤에 나에게 매달려 “아빠,
“창문을 열어.” 창문을 열었다. “의자를 가지고 와.”의자를 창문 아래 가져다 놓았다. “의자 위로 올라가.”의자 위에 한 발을 올리고, 나머지 발도 올려놓았다. “고개를 창문 밖으로 내밀고 뛰어내려.”젊은 부인은 아무 생각 없이 마음에서 누군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깊은 밤, 말하는 이가 누군지 모르지만 마음에서 들리는 음성을 따라 부인은 행동했다. 그 음성은 부인을 죽음으로 이끌고 있었다. 부인이 사는 집은 아파트 38층이었다. ‘뛰어내리면 죽는데….’ 누군지 모르지만, 속에서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따뜻하게 들렸다.“뛰어
드물지만, 남에게 피해를 전혀 끼치지 않고 선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법이 정한 것들을 평소 행하며 살기에 굳이 그 삶에 법을 들이댈 필요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법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필요한 법에 대한 여러 형태의 정의들이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성경은 ‘자신이 대접 받고 싶은 대로 타인에게 대접하는 것’이 법이라고 한다. 내가 존중받고 싶으면 타인을 존중하고, 내 물건이 소중하면 타인의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당해서 고통스런 일을 타인에게 행하
연말에 반성을 하고, 연초에 계획을 세워 다짐도 했는데 2~3개월 후 다시 돌아보면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운동을 하겠다고 집에 운동기구까지 샀는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처럼, 작심삼일 또는 용두사미 같은 일들이 늘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2023년도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고 머지않아 꽃피는 봄날을 맞이하는 이 상황에서, 나 자신을 살펴보면 부끄러울 때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그 계획이 내 능력만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아
나는 한국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멕시코 사람이다. 여기에 온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평소 외교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1년 전 여행차 왔던 한국의 매력에 빠졌고, 멕시코와 유독 교류가 많은 나라인 한국에서 유학을 결심했다. 조금 늦더라도, 내가 꿈꿨던 일을 해보고 싶었다. 부모님은 나를 만류하셨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올해 초, 고집스러운 딸에게 화를 내시는 엄마와, 조용히 눈물을 닦으시는 아버지를 뒤로한 채 나는 한국에 도착했다.한국살이 첫째 관문은 살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감사하게
배움의 장소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새해의 첫 달인 1월보다 더 활기차고 긴장감 넘치는 시기다. 달리기 대회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은 올해 교실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를 갖는다. 그래서 3월은 항상 설렘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들을 새 다이어리에 적어 보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다. 잘 알려진 심리학자 매슬로우A.H.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의 피라미드형 구조로 설명한다. 하단부의 욕구가 채워지면 더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책을 사는 것은 더 좋아한다. 책이 유용하고 교양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재밌어서 읽는 편이다. 읽다보니 내가 좋아하고 내게 익숙한 곳에서 다른 장르로 넘어가기도 한다. 나와 우주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우주에 대한 책도 읽고, 이과적인 면이 ‘제로’인데도 반도체에 대한 책을 갑자기 사서 보기 시작한다. 한국 시장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변변한 투자 한번 해본 적도 없으면서, 시장의 자유를 둘러싼 새뮤얼슨과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의 대가들이 하는 이야기도 들여다본다. 어쩌다 해외에 나가게 되면,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