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지만, 남에게 피해를 전혀 끼치지 않고 선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법이 정한 것들을 평소 행하며 살기에 굳이 그 삶에 법을 들이댈 필요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법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필요한 법에 대한 여러 형태의 정의들이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성경은 ‘자신이 대접 받고 싶은 대로 타인에게 대접하는 것’이 법이라고 한다. 내가 존중받고 싶으면 타인을 존중하고, 내 물건이 소중하면 타인의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당해서 고통스런 일을 타인에게 행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을 한마디로 표현한 법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이다.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법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그 다음에 자신에게 여유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자신과 친밀한 정도를 따라 타인을 얼마만큼 사랑할지 결정한다. 

사실 대부분의 법은 타인을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만 한다. 사랑까지는 요구하지도 않고, 피해나 고통을 주지 말라는 정도다. 사람들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다면 타인이 아픔이나 고통을 겪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최소한 피해를 주지 말라고 법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사진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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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법이 꼭 필요할까? 모든 사람이 법 없이 살 수는 없을까? 그것은 우리가 어느 세계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는 것들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주어지는 것,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극히 드물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애써도 얻지 못할 때에는 타인에게 아픔을 주거나 해를 끼쳐서라도 얻으려고 한다. 

공원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들은 그 햇볕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누구나 얼마든지 자유롭게 쬘 수 있기 때문이다. 햇볕처럼 모든 사람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누구도 그것을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한없이 나눠가져도 남는다면 소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자람이 없어서 자신의 소유를 주장할 필요가 없는 세계가 있다면, 그곳에는 법이 필요 없다. 애써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아무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세계에 이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위하려는 욕심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며 살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도 사람은 모자람이나 끊어짐이 없는 영원한 세계를 그리워한다. 

글 박민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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