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오면서 현관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스트레스 받지 마.” 하며 아내를 꼭 껴안아주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등교하고 있는 둘째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그래, 너도 잘 있어. 일주일 뒤에 보자.” 말수가 적은 녀석이라 짧게 멀뚱멀뚱하게 대화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속에 차오른다. 아마 8시 30분쯤 되면 막내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다.(8시 38분에 왔다.) 이제는 커서 더 이상 몸이 가볍지 않는데도, 어젯밤에 나에게 매달려 “아빠, 맛있는 것 많이 사와.”라고 한 녀석이다. 저녁에 경유지인 두바이에 도착하면 두바이 공항을 찍은 사진을 보내놓고 큰아들과 수다를 떨겠지. 그때쯤이면 아마 내 가슴은 터질 수도 있겠다.(그런데 엄마한테 들었다며 8시 40분쯤 큰아들의 전화가 빨리 와버렸다.)

경유지인 두바이에 내가 들를 때,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를 보러 가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낸 결과물들을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인생에서 또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어쩌다가 두바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막내 녀석이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 사진은 꼭 찍어 보내달라고 했기에, 다른 곳은 몰라도 이 빌딩의 전망대만큼은 가 볼 생각이다.

사막에 어떻게 828미터가 넘는 빌딩을 세우고 싶었을까? 뜨거운 모래 위로 메트로를 달리게 할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 덥거나, 더 덥거나, 아주 덥다는 것밖에는 달리 일기예보를 할 수 없는 숨이 콱콱 막히는 곳에 스키장과 아쿠아리움을 만들자는 욕심이 어디서 나왔을까? 이곳에 누가 올 걸 예상하고 세계 최대의 쇼핑몰을 지었을까? 이 생각은 여러 사람이 한 게 아니라, 지금 두바이의 국왕인 셰이크 라시드(정식 이름은 엄청 길다)에게서 나왔고, 그는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꿈을 꾸고 이 일들을 진행하였다.

우리는 삐딱한 시선으로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두바이는 그래도 석유가 나오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습니까?”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석유가 나는 나라들이 다 두바이처럼 하지는 않는다. 석유로 부를 얻는 것과 그것으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그래도 우리는 두바이에 석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삶에서도 석유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꿈을 깨야 한다. 석유는 우리가 원할 때,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 나지 않는다. 그리고, 두바이 도시 건설의 밑천은 석유가 아니다. 셰이크 라시드가 한 말이 있다.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낙타를 탔지만 나는 벤츠를, 내 아들은 랜드로버를 타고 있다. 내 손주까지는 랜드로버를 탈 수 있을지 몰라도 증손주는 다시 낙타를 타게 될 수도 있다.” 그가 도시 건설의 꿈을 품은 것은 그곳에 석유가 나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바로 사막이기 때문이다. 석유를 밑천으로 삼고 있는 나라들도 일부 사람을 빼고는 여전히 가난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막을 보자. 이것은 우리의 밑천이다. 나를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의 밑천이다. 우리는 이것들을 발판삼아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사고를 하게 되고,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기에 꿈을 꾸고 달려갈 수 있다. 나 혼자는 안 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함께 갈 수 있다.

오늘 나는 그 사막으로 간다. 다음 날 새벽에는 핸디 선풍기를 꼭 가져와야 한다고 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발한다. 여기는 모래가 아닌 또 다른 환경의 사막이 있다. 나는 마음에서 나의 값진 사막들을 발견하고, 내가 거기에 세울 작은 도시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도 내 이야기를 이해할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사막이라면, 뭔가를 시작하기에 아주 알맞은 곳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