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ll of Mind

생명이 피어나는 봄이다. 농부는 열매나 채소를 거둬들일 것을 기대하며 논에나 밭에 씨앗을 심는다.

나는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읍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 집에는 먹을 것이 넉넉지 않아, 쌀농사는 아니어도 밭에 감자나 고구마 등을 심어 먹었다. 나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끔 산에 가서 밭으로 만들 땅을 파서 갈아엎고, 돌들을 치우고, 잡목들을 제거했다. 그렇게 만든, 산 이곳저곳의 작은 밭들에 감자를 심고, 감자를 캔 뒤에는 고구마를 심었다.

밭을 일구고, 종자를 심고, 작물이 잘 자라도록 돌보는 일은 힘들지만, 수확할 때에는 정말 즐거웠다. 호미로 밭을 팔 때마다 감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쇠스랑으로 땅을 깊이 찍어 뒤집을 때마다 커다란 고구마들이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수확한 감자나 고구마를 가마니에 담아 몇 가마니씩 큰 수레에 싣고 산길을 내려올 때면 마음이 뿌듯했다.

사진 프리픽
사진 프리픽

사람의 마음도 밭과 같아서 무엇을 심든지 그 열매를 맺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이란 열매를 거두기 위해 ‘이렇게 살면 행복할 거야.’ 하고 자신이 선택한 씨앗을 뿌린다. 자신이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면 즐겁고, 잘 자라면 만족스럽다. 그렇게 잘 자란 데에서 행복을 거둔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런데 목적한 곳에 이르렀을 때 행복을 누리는 것은 잠시이고, 마음이 헛헛할 때가 있다. 그러면 힘을 다해 달려왔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마음이 스산하고 발목에 힘이 빠진다. 그런 우울함이 싫어서 어떤 이는 더 열심히 앞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이미 맛본 상실감 때문에 인생의 다음 씨앗을 뿌리면서 ‘이번에도 행복한 열매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이번에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사람은 다 자신의 마음 밭에서 행복을 거두려고 하는 인생 농부들이다. 인간은 언제 행복한가? 사랑 받을 때, 사랑할 때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낄 때, 오늘 내가 사는 삶이 감사할 때 행복하다. 평안할 때 행복하고, 기쁠 때에도 행복 하다. 아낌없이 다 쏟아 부을 수 있을 때 행복하고, 넉넉해서 얼마든지 나눠가질 수 있을 때 역시 행복하다. 때묻지 않은 세계를 만날 때 행복하고, 의심하지 않고 마음을 다 열 수 있는 대상이 있을 때 행복하다. 두 얼굴을 갖지 않아도 될 때 행복하고, 누군가와 늘 함께하고 싶을 때 정말 행복하다.

살면서 어떤 씨앗을 뿌리면 이런 열매들을 거둘 수 있을까? 좋은 열매를 거두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인생에서 그 길을 묻고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그들처럼 좋은 씨앗을 뿌려 행복을 수확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글 박민희 편집위원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