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마음에 소망을 잃고 불행으로 채워 살면
결국 그 마음이 몸도 불행으로 이끌어 간다. 반대로 마음에 행복이
가득한 사람은 그 마음이 몸도 행복한 곳으로 이끌어 간다.

어느 날, 우리 교회의 한 성도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언니가 미국에 사는데 암에 걸려서 상황이 좋지 않아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고 돈을 모았어요. 그 돈을 저에게 주면서 이 돈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미국의 언니에게 가서 음식도 만들어 주고 또 잘 돌보아 주고 한국으로 오라고 해서 제가 미국으로 가요.”

나는 전화한 분에게 암 환자들의 마음 상태에 관하여 이야기해 주고, 언니에게 믿음과 소망의 이야기를 해주면 병이 훨씬 잘 나을 거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암환자인 그분이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나에게 전화한 분이 미국으로 떠난 뒤, ‘내가 잘못했다. 암에 걸린 언니에게 내가 직접 전화해서 이야기해 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언니를 간병하러 떠나는 동생에게 자세히 알려 주기는 했지만, 믿음에 대하여 내가 직접 이야기하면 암으로 고통받는 언니가 위로를 받고 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 보니, 밤중에 누군가 나에게 무료 인터넷 전화를 걸었는데 낯선 번호였다. 그래서 연락해 보니, 전날 나에게 전화했던 분의 언니였다.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암에 걸려 휴직하고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 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그분과 인터넷으로 화상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의사는 아니지만 암환자인 그분이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병이 낫겠다는 믿음을 그분의 마음에 심어 주려 정성을 쏟았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마음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는 것 같아도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한다. 먼저, 암이 무서운 병이기에 환자들은 거의 죽음을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내가 죽기 전에 이 일은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을 앞둔 딸이 있으면, ‘딸의 결혼 준비를 내 손으로 다 해주고 죽고 싶다. 딸에게 어울리는 좋은 옷도 사주고, 괜찮은 미장원에 데리고 가서 신부 단장도 예쁘게 해주고, 하객으로 오신 분들에게 대접할 음식도 내 손으로 준비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딸이 아직 결혼할 나이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 딸 시집보낼 때까지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생각한다.

어떤 생각이든지 다 죽음과 연결된 것들이다. 암에 걸린 사람은 그 마음이 죽음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마음에서 죽음을 가까이하면 할수록 죽음과 부딪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죽음과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그렇게 하면서 마음이 서서히 죽음에 물들어가는 것이다. 마음에서 죽음을 떠나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소망을 잃고 지내다가 결국 몸도 죽고 만다.

우리 몸은 마음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소망을 잃은 채 마음을 불행으로 채우고 사는 사람은 결국 그 마음이 몸도 불행으로 이끌어 간다. 반대로 마음에 행복이 가득한 사람은 그 마음이 몸도 행복한 곳으로 이끌어 간다. 암에 걸린 그분이 암을 이 기게 하려면 먼저 마음부터 암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분에게 소망을 이야기했다. 나는 의사가 아닌 목사여서 의학적인 지식은 많지 않지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의사들이 말하길, 사람 몸에는 매일 암세포가 생긴대요. 그런데도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이에요. 부인이 지금의 나이가 되도록 50년 이상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매일 생기는 암세포를 다 이겨왔다는 이야기예요. 사람 몸에는 암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소망을 가지세요. 마라톤 선수가 달리다가 넘어질 수 있듯이, 우리 몸도 균형이 깨지면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제거하지 못해서 암에 걸릴 수 있어요. 하지만 넘어진 마라톤 선수가 다시 일어나서 뛰면 되듯이 몸도 정상으로 돌아와서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이기면 문제가 없어요.”

다행히 암에 걸린 부인과의 대화가 좋았다. 그분이 소망을 가지며 기뻐했고, 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화하면서 그분의 마음에 믿음과 소망을 줄 수 있어서 기뻤다. 그 부인이 마음에서 점점 힘을 얻어가는 것을 보며 감사했다.

“아, 그러네요.”

그렇게 잘 지내던 부인이, 어느 날 보니 얼굴에 병색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얼굴이 왜 그래요?”

“며칠 밥을 먹지 못했어요.”

“왜요? 먹을 음식이 없어요?”

“음식이야 있지요.”

“그런데 왜 밥을 먹지 못했어요?”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입맛이 써서 음식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요.”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허허허 하고 웃었다.

“목사님, 왜 웃으세요?”

“암환자가 입맛이 쓰다고 밥을 안 먹어요? 그것은 정말 웃기는 이야기예요. 사람이 사는 것은 어떤 약보다 우리 몸에 있는 면역체계가 병을 이기기 때문이에요. 면역체계가 힘을 가지려면 영양이 잘 공급되어야 해요. 무엇보다 밥을 잘 먹어야 돼요. 입맛이 쓰다고 밥을 안 먹으면 면역체계가 어떻게 일해요? 그리고 항암 치료를 받아서 그런 것이니까, 음식을 계속 먹어서 입맛이 쓰지 않게 해야지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분이 바로 대답했다.

“아, 그러네요.”

그 부인은 그날부터 먹을 것을 방에도 두고, 거실에도 두고, 부엌에도 두고…. 집안 곳곳에 먹을 것을 두고 그것과 마주칠 때마다 입에 넣고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동안 지내니 얼굴이 다시 살아나고 몸도 좋아져 우리가 함께 기뻐했다.

몇 달이 지난 뒤, 그 부인이 나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목사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는 안 될 것 같아요.”

“또 왜요?”

“위경련이 심하게 일어나서 꼭 죽을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물었다.

“지금도 위경련이 일어나요?”

“아니요. 지금은 괜찮아요.”

“위경련이 일어났다가 지금 안 일어나면 나은 거예요. 다시 위경련이 일어나다 그치면 또 나은 거예요. 지금 나았는데 왜 위경련이 또 일어날 것을 생각하면서 미리 걱정해요?”

“아, 그러네요.”

환자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줄 수 있다면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고, 그 부인이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졸업 가운을 입고 사각모를 쓰고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항암 치료 졸업’이라고 쓰여 있었다. 얼마 전에 딸이 석사 학위를 마치고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딸의 졸업 가운과 사각모를 빌려서 자신도 항암 치료 졸업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얼굴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우리는 함께 기뻐하고 또 기뻐했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건강을 되찾은 그 부인은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교장 선생님이 무척 기뻐해서, 전교생이 모여 암을 이기고 온 선생님을 박수로 환영했다고 한다. 이듬해 부활절에는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부활절 기념 예배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암에서 나았는지 간증하기도 했다.

암이 낫고 몇 년이 흐른 지금, 그 부부는 아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내가 미국에 가면 꼭 찾아와서 인사를 한다. 미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 부인이 직접 구워온 쿠키를 내가 맛있게 먹었는데, 그 후로도 미국에서 만날 때마다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와서 함께 먹으며 감사한 마음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나는 의사가 아니라서 병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다만 암에 걸린 사람이 절망 속에 있을 때 희망을 이야기해 준다. 몸에 암세포가 있을 뿐 아니라 마음도 암이란 질병에 빠져 있으면 암을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씩 하는 이야기가 암에 걸린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하루 종일 암 환자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병원의 의사가 잘 치료해서 암이 낫기도 하지만, 환자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줄 수 있다면 나 또한 매일 암 환자와 이야기하고 싶다.

암에 걸려 죽음을 생각하다가 다 나은 그 부인은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암으로 인해 나와도 가까워져서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서 마음의 세계를 연구해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마인드교육으로 집대성하였다.《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신기한 마음여행》,《마인드 교육 원론》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6권과 신앙서적 66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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