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절망 속에서도 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희망의 원천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행복을 찾아간다. 책에서 여우는 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네 시가 가까워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그리고 네 시가 다 되었을 때 나는 흥분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거야.아마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요즘 세상은 기다림이 낭비다. 시간이 곧 돈이기에 무작정 기다리거나 줄을 서는 대신, 급행료로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실시간 결제
얼마 전 이사를 했다. 25년 살던 집을 팔고 새로운 동네로 옮기려니 가진 돈이 부족했다. 전세를 찾고 있는데 누군가 주택 담보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은행에 찾아가 글씨가 깨알 같은 대출거래 약정서를 읽고 사인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대출금이 나왔다. 그리고 매달 15일이면 통장에서 어김없이 이자가 빠져나간다. 나는 그 날짜에 은행 잔고를 맞추려고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까지 해둔다.은행은 집의 부동산 가치를 보고 몫돈을 내준 것이지, 내 이름만으로는 만원한 장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은행 빚은 경제 원리에 입각한 물리적 부채라서,
Interview다큐멘터리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때, 이른 아침에 그와 인터뷰가 이뤄졌다. 자가격리 2주 동안 호텔 방에서 5백 페이지 분량의 주인공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그는 줄곧 영상만 생각했다. 밥을 먹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이 장면이 여기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랐다. 일 잘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도 마음을 단순하게 정돈하고 정신을 몰입해 촬영에 임했다. ‘한국 출장을 한마디로 말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다큐에 담아내고 싶었던 최고의 주인공을 만났고, 그를 통해 꿈에 그리던 ‘따뜻한 감동’을 이루었
서로 기대며 사는 행복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불화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뒤에 다시 깃들 평화를 믿기 때문이다.마음은 인체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매우 정교하고 세밀하며 무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마음 안에는 서로 부딪히는 본질적인 성향이 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서 자기 뜻을 관철하려는 ‘자기중심적 성향’과 누군가와 더불어 살고 싶어 하는 ‘공감 성향’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중심적 성향과 공감 성향은 양팔저울과 같아서 조금이라도 더 무거운 쪽으로 기울어진다.만약 내가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한국어말하기대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대회를 비대면 온라인 대회로 전환하면서, 해외의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가 확대 진행되었다. 주제는 나의 꿈, 사랑하는 가족, 감동적인 순간, 존경하는 인물 등으로, 원고와 영상 심사를 통해 예선 후 총 13개국 30명이 결선에 진출하였다.대회 시작에 앞서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과 박홍근 국회의원이 언어를 통해 마음으로 하나되는 세계인의 축제가 될 것이라는 축전을 보내왔다. 이어 왕보현 중랑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 위원은 언어로써 서로의 문화를 익혀
마음에서 힘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다. 마음에서 두려우면 상황은 그늘 속에서 어둡게 종료한다. 코로나라는 거대 밀림을 향해 먼저 발을 내디디면 없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꽃샘추위에 찾아와 긴 여름을 같이 보낸 코로나19가 우리 곁을 떠날 기색이 없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바이러스와 공생共生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삶만 정지시킨 게 아니라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원래 인간은 어려운 환경, 힘든 상황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역경을
거리를 비추는 햇빛처럼, 마음을 비추는 빛이 있다. 그 빛은 우리 마음에서 변화를 만들어낸다. 어두움은 빛의 가치가 나타날 최고의 조건이다.요즘 퇴근길에 광화문을 지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복궁 담장에 진열된 전시가 그것인데, 어두운 밤거리를 LED 미디어 아트가 멋지게 바꿔주고 있다. 누가 봐도 박물관 소장품들의 영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적절한 빛의 조화는 눈을 기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다음날 출근길에 광화문 주위를 바라보니, 어젯밤 화려함의 자취는 온데간데없다. 담장 곁에 전시 텐트가 숨 빠져나간 몸처럼 덩그라니 서 있었
최근 종이책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킨 사례가 넷플릭스 채널을 통해서 전해졌다. 그것도 저 멀리 아프리카 남단에 자리한 레소토 왕국의 어느 교도소에서 말이다. ‘지상 최악의 교도소에 가다’라는 제목 하에 방영된 다큐멘터리는 영국의 저널리스트 두 명이 야만과 고통으로 얼룩진 교도소들을 직접 체험하는 내용이다. 높은 담장 안엔 재소자와 교도관뿐, 안전망이란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파라과이, 독일, 모리셔스, 레소트 4개국 교도소를 배경으로 4편으로 제작되었는데, 레소토 마세루 교도소에서 재소자
스마트폰이나 전용 리더기로 읽는 전자책엔 나름의 좋은 점이 많다. 그런데 아쉬운 점을 하나 꼽으라면, 감동의 전달과 공감 확산이 어렵다는 점이다. 전자책은 나밖에 볼 수 없는 책이다. 다 읽고 나면 후배에게 물려줄 수도 없고, 친구에게 빌려줄 수도 없다. 즉 읽은 책의 공감 공유 및 확산이 어렵다.우리는 좋은 것을 알고, 가지고 있을 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나눠주고 싶어한다. 혼자서만 좋은 것을 알고 가지려는 태도는 기쁨을 반으로 줄여 사는 어리석은 일이다. 누가 추천해준 책, 선물로 받은 책, 저자의 친필 사인을 받
소설가 다니엘 페낙은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읽는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고 말한다. 즐겁게 읽으려면 독서에 대한 강박증부터 없애야 한다면서 그는 ‘어린이의 독서 권리 십계명’을 만들었다.세부 내용은,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다시 읽을 권리,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상상할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아무데서나 책을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 내어 읽을 권리, 읽고 나서 독후감을 말하지 않을 권리 등이다. 다 공감이 가는데, 여섯 번째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책보다 좋은 게 없다면 강조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읽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엔 책보다 좋은 게 너무나 많다.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면 흥미로운 게임, 웹툰, 오디오,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가 무한 공급된다. 이런 영상 콘텐츠는 중간부터 보기 시작해도 금방 줄거리가 잡히고, 텍스트로 된 콘텐츠보다 훨씬 이해가 쉽다.하지만 텍스트 콘텐츠의 대표격인 책은 두 눈을 대고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읽혀지지 않는다. 집중해서 읽어도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오라고 간절히 부를 때는 오지 않던 잠이 책만 펼치면 어찌나
우리가 배부르다 해서 인생이 행복한 건 아니다. 배가 불러도 마음이 허기지면 삶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는 존재다. 마음의 허기는 배가 고파 느끼는 고통과 또 다른 영역이다. 우리는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 책 읽는 일이 필요하다고 배워왔다. 책은 자신을 성찰하게 일깨워주고, 잘못된 생각의 회로를 막아주는 힘을 발휘한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책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연재로 소개한다.책 좋은 줄 알면서 왜 읽지 않을까?자기소개서에 취미를 ‘독서’라 쓰고, 새해 목표 중에 ‘독서’를 꼭 넣는 경우가
무한한 마음의 세계를 알면, 행복을 더 이상 ‘땅’에서 찾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관심이 마음에 모아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우리는 ‘땅’을 소중히 여긴다. 땅에 씨를 뿌리고 가꿔 알곡을 거두는 농경생활을 오래 전부터 해와서 그런지, 인공로봇 시대에도 땅에 대한 애착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농부는 땅 한 마지기를, 식솔 거느린 가장은 내 집을, 신입사원은 사무실의 내 책상을 간절히 원한다. 그런 습성을 가진 우리가, 지난 몇 달 간 집에 몸을 놔두고 업무와 학업 등의 일상을 온라인에서 해결하는 거대한 변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능소화가 피기 전에 ‘집콕’을 벗어났으면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조금도 움직일 기세가 아니다. 이태원발發 확진자들이 등장하면서 자유를 향해 부풀었던 우리들의 기대감이 침 맞은 풍선처럼 꺼져버렸다.코로나 바이러스는 국경도 시차도 없이,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이 사람 저 사람을 옮겨 다니며 우리를 ‘꼼짝 마’ 시키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섬도 아닌데 어찌 바이러스 때문에 떨어져 살겠는가? 온라인을 타고 사람들의 마음이 예전보다 더 빈번히 오가고 있다. 원래 온라인은 ‘직접 연결’을 의미하는 인터넷 용어다. 그런데 인간
봄날의 꽃들은 제각각이다. 예쁘장한 꽃, 향기 좋은 꽃, 드러나지 않는 작은 꽃…. 이들은 생김새가 달라도 열매 맺는 데 필요한 양분은 뿌리에서 공급받는다. 대부분의 아버지들도 겉모습과 역할, 능력은 다르지만 꽃과 같은 자식에게 ‘사랑’이라는 자양분을 주려는 마음은 동일하다. 나무로 치면 뿌리에 해당한다고 할까? 뿌리는 지표면에서 보이지 않지만 줄기가 마음껏 뻗어가도록 땅속 깊이 뻗어 내려 중심을 잡아주고 양분 만드는 일을 맡는다. 그래서 뿌리와 줄기가 단단히 연결되었을 때 나무는 몸집을 키워간다. 그렇지 못하면 아름다
우리 인생은 하루하루가 쌓여서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 각자의 모습은 외부로부터 온 여러 요인과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해 이뤄진 것이다. 최근 이목을 집중시킨 N번방 용의자의 얼굴은 편의점에서 스칠 법한 스물다섯 살 청년이었다. 대학에서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보육원 자원봉사 경험도 있다고 한다. 겉모습으로 모르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평범해 보이는 그가 어떻게 상상불가한 인생길을 걸어 왔는지 알 수가 없다.우연히 그 청년이 학보에 게재했던 ‘실수를 기회로’라는 글을 보았다. 요지를 소개하면, ‘학보도 한번 발행하면 돌이킬 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자. 코로나로 뒤덮인 하늘은 어두움만 보이지만 사이사이 별빛이 존재한다. 그 별은 우리 눈엔 작지만 실제 곁으로 가보면 지구보다 훨씬 크다.부모를 떠나 살지만 가까이 가보면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깊은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지구의 재난 속에서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지금, 멀리 있었던 것들에게 다가가 보자. 작아 보였지만 가까워질수록 짙은 감동을 만날 것이다.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는가?‘같이’의 가치를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마스크에 나홀로 산책, 혼밥은 필수, 다른 사람과 물리적 거리 2미터
졸업의 계절 2월이다. 영어로는 졸업을 graduation 또는 commencement라고 하는데, ‘커멘스먼트’라는 단어엔 졸업말고 시작의 의미도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고교 입학이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현행 제도에서, 졸업은 종착점이자 동시에 출발점인 것이다.대학 졸업은 이와 상황이 약간 다르다. 갈 길을 정한 경우도 있는 반면, 사회 진출의 문을 찾지 못해 서성대는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졸업과 함께 지난날을 ‘리셋’하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지만, 얼마 뒤 다시 진흙탕 같은 미래를 맞닥뜨릴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한다.
같은 하루도 어떤 날은 빈둥거릴 때가 있고, 어떤 날은 바늘 하나 꽂을 틈도 없이 보낼 때가 있다. 내 경우에 그 차이는, 대체로 목표 유무로 나뉜다. 할 일이 많아도 오늘까지 끝낼 이유가 없으면 일의 속도가 달 위를 걷듯이 느릿해진다. 하지만 죽을 일 생겨도 원고는 쓰고 죽어야 한다는 마감일이 도래하면 부수적인 일에 마음을 분산시킬 수 없다. 달려갈 길이 급하고 또 분명하니까 흥분할 일에도 휩쓸리지 않는다.하루를 살아도 이렇게 목표가 있는 것과 그냥 사는 것은 차이가 난다.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노래를 부르더라도, 하고 싶어서
얼마 전, 어느 대안학교의 교장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의 근황을 듣다가 묻어둔 웃음보가 터졌습니다.“우리 학교에 공부라면 담 쌓고 사는 ‘유명한’ 남학생이 있어요. 고 2인데 알파벳도 몰라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알파벳도 모르고 수업 시간에 앉아만 있었던 거예요. 알파벳이 많기나 해요? 스물여섯 자를 한 달에 한 자씩만 외워도 이렇진 않았을 텐데….영어 못 배운 것이 반은 학생, 반은 학교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학생은 공부하기 싫어서 안 했을 것이고, 학교는 그냥 방관했기 때문이죠. 선생님이 닦달하고 가르쳤다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