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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감동의 주인공을 찾아 한국에 오다
조현주 | 승인 2020.12.11 16:01

Interview

다큐멘터리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때, 이른 아침에 그와 인터뷰가 이뤄졌다. 자가격리 2주 동안 호텔 방에서 5백 페이지 분량의 주인공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그는 줄곧 영상만 생각했다. 밥을 먹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이 장면이 여기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랐다. 일 잘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도 마음을 단순하게 정돈하고 정신을 몰입해 촬영에 임했다. ‘한국 출장을 한마디로 말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다큐에 담아내고 싶었던 최고의 주인공을 만났고, 그를 통해 꿈에 그리던 ‘따뜻한 감동’을 이루었다고 했다.

주어웅 루이쓰 히베이루 보르지쓰João Luiz Ribeiro Borges
1970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피라시카바로 이사해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경력을 쌓았다. 17살 때아버지가 사주신 카메라가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브라질 다큐 감독의 거장으로서 헤지 브라지우TV편성국장도 겸하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먼 나라에 온 이유

세상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적막하다. 이동의 자유에 제동이 걸리고, 볼을 비비며 사랑을 표현할 길도 막혔다.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바이러스에 걸릴까봐, 알지 못할 누군가로부터 옮을까봐 서로의 몸이 닿지 않도록 거리를 둔다. 사람들은 마음까지 빗장을 걸고 코로나 없는 안전지대를 찾아다닌다. 텔레비전 시청하기에 편안한 소파가 불티나게 팔리는 한편, 성경 판매도 늘고 있다. 영적靈的인 갈망과 동시에 안락을 추구하는 극단의 욕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게 요즘 지구촌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 여행 가기 쉽지 않은 남반구의 브라질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5월, 평온한 이 나라를 코로나가 휩쓸었고 사상자 수가 매우 많았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고통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슬픈 광경이었다. 코로나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이들을 보며, 그는 고민했다. ‘어떻게 이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통스런 마음을 바꿔줄 방송 콘텐츠는 무엇일까?’

“이분이 누구시지? 왜 사람들이 열광하지? 그의 강연을 들으면 마음이 단순해지면서 편안한 건 뭐지?”

그는 박옥수 목사의 포르투갈어판 책들을 구해 읽었다. 마음 세계를 다룬 내용을 접하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궁금증이 점점 풀리면서, 박옥수 목사가 다음 번 다큐의 주인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16년부터 매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전쟁, 한국의 문화, K-Pop 주제로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던 그는 취재요청 영상을 한국에 보냈다.

“지금 코로나 문제로 브라질의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목사님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절실합니다. 제 생각엔 목사님의 다큐멘터리도 필요합니다. 강연을 들으면 사람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없던 기쁨도 생깁니다. 목사님의 지난 삶이 궁금하고, 어떤 어려움들을 겪었는지, 지금의 마음 세계가 어디서 형성되었는지, 또한 오늘날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의 능력은 어디에서 왔는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담고 싶습니다.”

이런 투명한 진심을 듣고 누가 차갑게 뿌리치겠는가. 박옥수 목사는 필요하면 그러라고, 오면 숙식은 준비해 주겠다고 답했다. 그 말은 그가 19살 때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과 같았다. 그는 박옥수 목사를 직접 만난 적도 없지만 운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렵사리 회사를 설득시켜, 출장 2주에 휴가 2주를 보탠 한 달 공석空席을 승인받았다. 아내, 딸도 함께한 출장길에 코로나 검사를 세 번 받았고, 서울 도착 후엔 곧바로 2주 격리에 들어갔다. 그 시간을 호텔 방에서 다큐 PD인 아내와 같이 주인공 생애에 관한 자료들을 보며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만들어갔다. 격리 해제가 되던 날 아침, 창문 너머로 단풍을 바라보며 긴 호흡을 했다. 이제 그가 꿈꿔온 네 번째 다큐멘터리를 시작할 때가 왔다.

방송인으로서 신념은 무엇일까?

‘나는 개그로 말했는데 너는 다큐로 알아듣느냐’는 세간의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를 진지하게 받을 때 쓰는 말이다. 이 표현은 개그와 다큐가 동떨어진 대척점 관계로, 다큐의 정신이 ‘진정성’에 있음을 말해준다.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찾아가는 순례의 여정이 바로 다큐멘터리이다. 흥행과 유행으로만 치닫는 방송 트렌드에 견준다면 다큐의 세계는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청교도처럼 인식될 수도 있다.

그는 다큐 감독 외에 방송국 편성국장도 겸하고 있어 밤낮도 없고 휴가도 거의 없다. 그렇게 고된 자리임에도 ‘방송의 꽃’이라고들 하는데, 그는 어떤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해내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가족이 다 함께 볼 따뜻하고 아름다운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하루에 방송에서 쏟아내는 콘텐츠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많은 뉴스가 오가는데, 뉴스 자체가 세상의 어둡고 그늘진 부분만 조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내용들을 보고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균형이 깨진 그릇된 시각을 갖게 됩니다.

저는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뉴스를 찾아주고 싶습니다. 몸에 좋은 것을 골라 먹듯이, 우리 의식과 마음에 좋은 정보와 내용을 주고 싶습니다. 시청률을 높이려고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영상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이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스토리,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긍정 에너지를 올려주고 싶습니다.”

균형의 달인, 밸런스를 중시하다

그는 이 사회를 더 밝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5가지의 건강이 필요합니다. 사회적인 건강, 직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건강, 종교와 관련된 영적 건강,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인데요, 5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가 너무 넘치거나 부족한 경우도 모두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약한 것이 두 가지입니다. 일만 너무 좋아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신체적 건강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종교에 시간을 내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영적인 건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5가지 건강 균형을 가장 잘 유지하는 분이 박옥수 목사님인 것을 알았습니다. 매일 오후 4시, 목사님의 일정은 족구입니다. 하루종일 긴장되고 바쁜 일정 속에서, 공을 차는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웃고 움직이며 운동을 합니다. 대단한 절제력과 균형감을 가진 분이십니다.”

헤지 브라지우는 ‘네트워크 브라질’이라는 뜻이다. 헤지 브라지우TV는 아마존 지역을 빼고 브라질의 전역을 망라하는 메이저 방송사다.

그는 방송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가르치고 후배들을 트레이닝하는 일에도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매일 도전이 필요합니다. 만약에 제가 가르치는 사람이 능력은 많은데 주어진 과제가 없으면 모든 것이 지루해집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 능력이 없는데 과도한 일들이 주어지면 압박감을 느끼다 결국 회사를 그만둡니다. 도전과 능력 간에 균형을 이뤄 일을 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에 비해 도전이 더 크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걸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직원 트레이닝을 할 때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개발한 몰입이론을 활용합니다. 개인이 가진 ‘재능’과 환경적 요인에 해당하는 ‘도전’ 사이에 균형을 찾아가며 일을 하면 정신적으로 발전하고 업무능력도 향상됩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은 처음에 열심히 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업무에 필요한 능력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지 않고 쉬운 일만 시키면 권태를 느끼고 발전하지 못합니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까지도 사라집니다. 재능과 도전의 적절한 균형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속담 중에 ‘너무 뜨거우면 데이고, 너무 차가우면 언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부분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업무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아버지와 아내

사람의 과거는 지울 수 없고 지워지지도 않는다.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영향력의 방향은 달라진다. 긍정이냐 부정이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삶의 전개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그도 과거의 경험과 사건이 축적되면서 오늘의 모습을 만들어왔다. 특히 어린 시절의 그에게 아버지는 커다란 존재였다. 방송에 대한 무한열정과 다큐멘터리 감독의 꿈은 아버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르쳐 주셨고 꿈을 향해 맘껏 달려가길 응원해 주신 분이었다.

“아버지께서 캐터필러Caterpillar라는 글로벌 대기업에 다니셨어요. 불도저, 포크레인, 굴삭기 등을 생산하는 토목기계 회사인데 젊어서 입사해 포크레인의 나사 죄는 일부터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그쪽 일을 배웠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14살 학생에게 일을 가르치는 인턴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저도 학생 때부터 아버지 회사에서 3년간 일을 배웠습니다.

1987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엔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우리집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자식 사랑이 대단하신 아버지는 자녀들을 찍어주려고 카메라가 나오자마자 구입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카메라를 처음 만져 보았어요. 영상 카메라도 생겨 재미로 촬영하러 다녔습니다.”

아버지 회사에 미국 본사의 손님들이 오면 보통 한두 달 머무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그에게 미국 손님들이 일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달라고 부탁하셨다. 몇 번 해드렸고 만족해 하셨다. 그가 그때 제작한 촬영물이 다큐의 입문이었다. 17살 때 일이다. 더 나은 영상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영상 전문 학교가 없었다. 대신에 2년간 사진을 배우면서 영상 작업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공과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있던 그는 어느 날, 미래를 놓고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 아버지를 도와 취미로 시작한 영상작업이 점점 좋아져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말을 꺼내면 아버지가 화를 내실 것 같아 마음을 졸이며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의 반응은 의외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니까 젊을 때 도전하고 배워라. 내가 먹을 것과 잠자리는 줄 테니 꿈을 찾아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거라. 너도 자라면 언젠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나이가 되겠지. 사람들은 상대가 두렵고 무서워서 존경하기도 하고, 정말 위대해서 존경하기도 한단다. 나는 네가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아닌, 위대해서 존경을 받았으면 좋겠구나.”

아버지의 응원은 큰 힘이 되었다. 그는 언론 쪽으로 전공을 옮겼고 지금까지 기자로서, 영상 감독으로, 또 방송국 편성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셨다. 존경하는 아버지의 병명이 우울증이었다는 사실이 아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40년 동안 한 회사에 근무하셨고 그 분야에서 상도 많이 받으셨어요. 제가 아버지의 일을 대물림하지 않았는데도 서운해하지 않은 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일만 해오신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은퇴 후엔 다른 어떤 일도 하실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대화도 피하시고 만사를 귀찮아하셨습니다. 우울증 치료 약도 드시지 않고 삶의 목적을 잃으셨어요. 마음에서 죽음을 향해 스스로 걸어가셨습니다. 그런데 박옥수 목사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목사님을 만났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아버지처럼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목사님의 다큐 영상을 보고 희망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그의 인생에도 굴곡진 시간이 있었다. 그에겐 이십대 초반이 그랬다. 21살에 결혼해 아들을 얻었고 25살에 그 아내와 이혼을 했다. 그로 인해 아들을 영영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몇년 간 몹시 불안해했고,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프러포즈를 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들이 없는 척하면 어떨까?’ 그런데 나중에 알면 그게 더 문제가 될 것 같았어요. 두려웠지만 다 털어놓았어요. 고맙게도 아내가 다 받아들였고 아들에게 잘 대해주었습니다. 지금 아들은 유럽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며 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우주천체학을 공부하고 있는 딸 리비아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 한 달을 같이 시간을 보냈다. 아들 브루노는 현재 유럽에서 공부 중이다.
아내도 방송계에서 다큐 PD로 일하고 있어서 업무적인 대화가 가능한 최고의 파트너다. 함께 프로젝트활동도 하고 있다.

이번 출장에 그림자처럼 같이 다니는 아내에게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나에겐 첫 결혼이었어요. 아들이 있다는 말에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내 자식이 아닌 아들과 산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어요. 다행히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 성향을 살려 ‘가까이 지내고 이야기를 나누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가족이 되어 불편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모두 이야기하고 서로 배워가면서 지금까지 잘 지내왔습니다.”

드디어 촬영을 시작하다

다큐의 첫 촬영지는 경복궁이었다.

“목사님 부부를 모시고 찍었습니다. 목사님은 경복궁 담장 밖으로만 지나다녔고, 안에 들어와 본 적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자기를 위한 시간이 없이 바쁘게 사셨다는 얘기겠지요. 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촬영 덕분에 주인공 부부가 생전 처음 경복궁 나들이에 나섰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표현하려는 것은 ‘감동’이다. 이를 위해 평균 40여 명의 인원이 촬영에 동원되었다. 스탭들이 서로 생각이 통하고 마음의 균형이 잘 맞춰 있으면 작업 결과도 더 만족스러운 법이다. 그래서 그는 다큐를 시작할 때 팀원들에게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 이 일에 임하는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 다큐에 참여하는 스탭들이 감동을 받는다면 전 세계가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확신했다.

질문지는 마음속 이야기를 끌어내는 두레박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인공을 만나 삶이 달라진 인물 31명을 각각 촬영하는데 그가 생각한 감동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원인이 있었다.

“이번 다큐 작업에서 제게 큰 어려움은 인터뷰 질문 방식이었습니다. 한국 분들은 질문지를 미리 받아서 말할 내용을 다 준비해 오길 바라는데, 저는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질문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람을 인터뷰할 때 상대방을 보면서 이야기하게 합니다. 긴장하고 있으면 간단한 질문으로 취재원의 마음을 먼저 풀어주고, 그가 하려는 이야기에 맞는 질문을 즉석에서 만들어 던집니다. 이것이 제 인터뷰 방식입니다. 암기에 익숙한 한국 분들의 방식과는 다릅니다. 취재원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는지, 외워서 하는지는 첫 답변을 들을 때 알 수 있습니다. 암기해온 분들은 제 질문은 놔두고 본인이 외워온 이야기부터 말을 꺼냅니다.”

오는 12월 28일부터 1월 1일까지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 헤지 브라지우TV를 통해 박옥수 목사의 다큐멘터리가 5부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주인공과 군대에서 같이 복무했던 친구분을 인터뷰할 때였다. 그는 기지를 발휘해, 주인공을 모시고 친구분 옆으로 갔다. 두 분이 군생활의 추억을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옛 시절로 마음이 돌아가면서 외워온 것을 잊고 아주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때로는 동문서답을 하고 질문에서 벗어난 답변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중간에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할 수 없다. 적절한 답변이 나오지 않아도 그냥 듣고, 다른 날 다른 방식으로 그분에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 인터뷰를 하다가 “그게 아닙니다”라고 말한다면, 질문자의 의도가 작품에 들어가고,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그는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도록 라포rapport 형성에 최선을 다했다.

계획대로 촬영을 마치고 브라질로 돌아간 그가 소식을 보내왔다. 다큐 영상을 편집 중인데, 60분짜리 한 편으로는 도대체 담아낼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45분짜리 5부작으로 결론을 지었고, 연말 방영을 위해 헤지 브라지우TV에서는 예고편을 만들어 벌써 홍보할 준비를 한다고 했다.

다큐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박옥수 목사는 이번 촬영을 이렇게 기억한다.

“부족한 나를 가장 관심 있게 봐주신 분이 주어웅 루이쓰 국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를 촬영하면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세심한 부분들을 영상으로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촬영 내내 가족 같았고 너무 아름다웠고, 제가 일생에 없는 꿈을 꾸는 것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어웅 국장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목사님을 만나면 만날수록 대단하신 분인 걸 알았습니다. 큰일을 하시는데, 삶은 매우 단순합니다. 시간관리, 마음관리가 남다르시고 옆에서 보면 우리가 민망할 만큼 겸손하십니다. 이런 분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한다는 것이 제게 대단한 기회였습니다. 언어의 한계를 넘는 공감대를 느꼈습니다.”

주인공의 고향 선산을 찾아가 황금빛 논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롤스로이스 자동차는 아무나 살 수 없다. 재력과 품격이 어울리는 사람에게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도 찍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온 삶이 남들의 귀감이 되고 공감을 동반할 때 가능한 것이다. 본지의 인기 칼럼니스트인 박옥수 목사의 다큐멘터리를 해외 방송국에서 제작해 방영한다는 소식이 매우 반갑다. 적막한 세상에 희망과 행복이 널리 멀리 전파되길 바라며, 브라질의 2억 명 시청자에게 감동을 선사할 다큐멘터리가 추운 연말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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