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힘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다. 마음에서 두려우면 상황은 그늘 속에서 어둡게 종료한다. 코로나라는 거대 밀림을 향해 먼저 발을 내디디면 없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꽃샘추위에 찾아와 긴 여름을 같이 보낸 코로나19가 우리 곁을 떠날 기색이 없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바이러스와 공생共生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삶만 정지시킨 게 아니라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래 인간은 어려운 환경, 힘든 상황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역경을 넘어가든지, 굴복하든지 결판을 내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맞닥뜨리기보다 뒤로 물러나 피하는 길에 익숙하다. 거대한 문제 앞에서 여태껏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대입시켜 보면 ‘줄행랑’이 제일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만났으니 힘들어하고, 슬픈 일을 만났으니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슬픈 일에 슬퍼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한다. 그것은 자기의 경험과 관념으로 둘러싸인 세계, 자기 눈에 보이는 영역 안에서 살고 있을 때에 가능한 항변이다.

아스팔트 갈라진 틈새에 씨앗이 날아와 싹을 틔우면 그 작은 땅에서도 식물이 자라나듯이, 불행해 보이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행복의 씨앗을 발견해 심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에 그런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행복 체감온도를 높여주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다.

이들도 처음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 날 이들의 마음 틈새에 작은 씨앗 하나가 들어왔다. ‘우리에게 행복한 길이 없을까? 내가 언제 행복했었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언제 맘껏 웃었지?’ 길지 않았던 그들의 인생살이에서 그 순간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제가 해외봉사를 다녀온 브라질의 친구들에게 코리안 캠프를 다시 해준다면, 그때처럼 해맑게 웃지 않을까? 싶었어요.”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유럽에 한류 열풍이 불었습니다. 그때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해 큰 호응을 받았어요.” “저는 독일 해외봉사 때 뮤지컬을 하면서 사람은 서로의 마음이 전달될 때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보자!’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모여 지난 달 온라인으로 코리안 캠프를 개최했다. 여섯 개 언어로 동시 진행한 캠프를 마친 이들은, 몸이야 고단했지만 참가자들이 얻은 기쁨을 생각하면 이 정도 고생쯤은 얼마든지 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한국어를 가르쳤을 뿐인데, 참가자들과 마음의 대화가 시작되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위하는 사랑을 느꼈다는 청년들. 이들을 취재한 기사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그 상황 안에 갇혀 있지 않았던 이들처럼,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전에 마음을 열고 길을 찾아야 한다. 마음에서 힘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다. 마음에서 두려우면 상황은 그늘 속에서 어둡게 종료한다.

그러나 어디가 출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코로나라는 밀림을 향해서 발을 내디뎌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사람들이 따라와 걷기 시작하면 된다. 누가 행복으로 가는 오솔길을 낼 것인가?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의 행보는 21세기를 사는 우리 마음에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p.s. 투머로우 잡지가 이번 호로 창간 11년을 맞았습니다. 독자들의 관심과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조현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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