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빵으로만 살 수 없다 ③ 마음의 양식, 책

소설가 다니엘 페낙은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읽는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고 말한다. 즐겁게 읽으려면 독서에 대한 강박증부터 없애야 한다면서 그는 ‘어린이의 독서 권리 십계명’을 만들었다.

세부 내용은,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다시 읽을 권리,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상상할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아무데서나 책을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 내어 읽을 권리, 읽고 나서 독후감을 말하지 않을 권리 등이다. 다 공감이 가는데, 여섯 번째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우리 몸에 이로운 식품과 해로운 식품이 있듯이, 마음에도 좋은 내용이 있고 불량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불량식품을 먹으면 건강을 해치듯이, 잘못된 사상이나 이념, 지식과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 마음에 독이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정섭 작가의 <감기 걸린 물고기>를 발표한 노수정 참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로 <감기 걸린 물고기>를 아이들과 함께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합니다. 매일 새로운 정보들이 온라인 상에 올라오는데 어떤 것이 사실일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거짓 뉴스, 편파 보도가 흔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데, 이 동화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알고 있는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저 사람은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오가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서로 상처를 받고 결국 소중한 인연이 다 깨져서 모두 다 싫다고 느끼게 되는데, 저도 그렇게 된 무렵에 이 책을 독서 모임에서 읽었습니다.

책 내용은 배고픈 아귀가 물고기 떼를 잡아먹고 싶지만, 작은 물고기들이 똘똘 뭉쳐 다녀서 쉽지 않았어요. 어느 날 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는 말이 떠돕니다. 감기에 옮을까봐 빨간 물고기들을 무리에서 쫓아냅니다. 쫓겨난 빨간 물고기들은 곧바로 아귀의 밥이 됩니다. 그 뒤로도 물고기들끼리 서로 의심하게 만드는 말들이 퍼지면서 또 하나둘씩 무리에서 쫓아내 결국 물고기 떼의 크기는 점점 줄어듭니다. 작은 물고기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의심 없이 받아들여서 갈등을 야기시켰습니다. 그러다가 물고기 떼는 모두 해체되어 큰 아귀에게 다 잡아먹힙니다.

작가 박정섭은 <감기 걸린 물고기> 책에서 잘못된 정보, 팩트 체크가 안된 콘텐츠의 역기능을 쉽게 설명했다.
작가 박정섭은 <감기 걸린 물고기> 책에서 잘못된 정보, 팩트 체크가 안된 콘텐츠의 역기능을 쉽게 설명했다.

우리가 접하는 새로운 정보가 어떤 것이 사실일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작은 물고기의 종말과 같아지겠지요. 또 우리는 확인되지 않은 누군가의 말에 의해 하루 종일 마음이 상하고 기분도 나쁘고 걱정도 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사는 나에게 중요한 기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먹기 전 식품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처럼, 이런 생각과 정보들을 먼저 확인하고 수용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홍수처럼 밀려오는 정보와 새로운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위에 언급되었듯이, 지금 시대는 엄청난 양의 정보와 지식이 매일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에 맞춰 유해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거짓 기사와 객관성이 흐려진 편향보도, 목적을 위해 짜깁기된 내용들을 일일이 걸러내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는 문자가 아닌 동영상으로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많이 노출되는 동영상 콘텐츠 중에, 개인 라이브 방송이나 뉴스가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사실 여부를 살펴보았는지 체크를 해보는 수순이 필요하다. 특히 뉴스와 댓글에는 자극적이고 혐오적인 표현들이 많아 굳이 읽어서 득이 될 것이 없다. 우리가 만일 잘못된 기사를 읽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견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책을 읽을 때 콘텐츠의 유해성 여부를 살펴야 한다.

가짜뉴스, 일부분만 전달하는 편파보도, 사실 확인을 거치치 않는 짜라시 같은 정보와 뉴스들이 판치는 요즘 세상.
가짜뉴스, 일부분만 전달하는 편파보도, 사실 확인을 거치치 않는 짜라시 같은 정보와 뉴스들이 판치는 요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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