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빵으로만 살 수 없다 ② 마음의 양식, 책

책보다 좋은 게 없다면 강조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읽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엔 책보다 좋은 게 너무나 많다.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면 흥미로운 게임, 웹툰, 오디오,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가 무한 공급된다. 이런 영상 콘텐츠는 중간부터 보기 시작해도 금방 줄거리가 잡히고, 텍스트로 된 콘텐츠보다 훨씬 이해가 쉽다.

하지만 텍스트 콘텐츠의 대표격인 책은 두 눈을 대고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읽혀지지 않는다. 집중해서 읽어도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오라고 간절히 부를 때는 오지 않던 잠이 책만 펼치면 어찌나 빨리 달려오는지…. 그 상황이 되면 대부분 책장을 덮는다. 책 읽는 희열의 경지를 맛보려면 넋놓고 영상물을 보던 수동적인 태도를 벗어야 한다. 처음 시작은 그리 쉽진 않다.

책 읽는 습관이 생기려면 먼저 책과 가까워야 한다. 친구를 사귈 때 만나면서 우정이 싹트듯이, 책이 있는 서점에 자주 가야 좋다. 오랜만에 서점에 가면 궁금한 책, 읽고 싶은 책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을 구경하다 보면 독서에 대한 열망도 덩달아 일어난다. 큰맘 먹고 몇 권 사가지고 집으로 온다. 하지만 내가 그 책을 펴서 읽지 않으면 종이뭉치에 불과하다. 책을 펴서 저자가 글을 쓴 의도를 생각하면서 저자의 마음에 조금씩 근접해갈 때 비로소 저자와의 교감이 시작되고 독서 습관이 영글어간다.

우연히 북 테라피 전문가로부터 각 지역의 독서 클럽들이 모여 독후감 발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줌으로 개최된 행사를 지켜보면서, 함께 읽을 때 독서의 순기능이 더 빨리 구축되는 것을 알았다. 즉,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읽고 서로 소감을 발표할 때 책 읽는 기쁨이 커지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여러 독서클럽이 모여 ‘인생의 책 스피치 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지역사회의 여러 독서클럽이 모여 ‘인생의 책 스피치 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특히나 정경자 참가자의 발표는 매우 신선했다. 책의 내용을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용해보니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그의 스피치를 소개한다.

“박용후 씨가 쓴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읽고 제가 보는 눈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같은 것을 보고 살지만 보는 것은 제각각 다릅니다. 우리는 살아온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서 보기 때문에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놓치고 살 때가 있습니다. 세상을 자유롭게,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내가 보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필요로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코카콜라도 한때 위기가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찬 음료수가 당연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데워 먹을 수도 없고 누가 찬 음료수를 사먹겠나 싶었고, 결국 겨울 판매량 급감으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상프로그램 '줌'으로 독후감을 발표하는 참가자들. 이들은 책을 같이 읽고 서로의 소감을 발표한다.
화상프로그램 '줌'으로 독후감을 발표하는 참가자들. 이들은 책을 같이 읽고 서로의 소감을 발표한다.

이 기업은 고객의 생각을 바꾸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겨울을 대표하는 산타클로스와 북극곰 캐릭터로 콜라 마시는 광고를 제작했고, 이것이 고객의 관점을 바꾸는 데 적중해서 추운 겨울에도 콜라는 어떤 음식과 먹어도 잘 어울린다는 이미지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백 년 넘는 역사의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부부가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로또 사보셨나요? 저희 부부는 로또 같습니다. 로또처럼 맞을 때가 한 번도 없거든요. 남편은 스크루지 같은 사람이에요. 늘 불 꺼라, 수돗물 아껴라, 잔소리를 하고, 생활비를 아낀다며 모든 생필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합니다. 어느 날은 주문한 야채가 다 시들어서 올 때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입만 열면 “저 인간 때문에 내가 못살아.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해? 나같이 불행한 여자가 어디 있겠어.”라고 말하며 남편을 원망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딸이 대학 들어가면 도장 찍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건강이 병원에서도 포기할 만큼 안 좋아져서 남편은 자연인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딸과 저를 위해 아침마다 “아이고~가기 싫다. 쉬고 싶다.” 하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돈 벌러 나가는데, 하루는 제가 남편 입장에서 ‘얼마나 쉬고 싶을까?’ 생각을 해보니까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맙더라고요. ‘내가 왜 그렇게 남편을 미워했을까?’ 그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날 남편을 바꾸지 않고 제 생각을 바꿨습니다. 똑같은 남편인데 내 마음을 어떤 관점으로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스크루지가 되기도 하고 산타클로스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후로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관점을 새롭게 디자인한다면 당장 마음에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책의 내용이 독자의 관점을 바꿔주었듯이, 참가자들도 처음엔 ‘시간에 쫓겨서 늘 바쁘게 사는데 언제 책을 읽고 발표까지 하겠는가?’라고 독서 모임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모임을 거듭할수록 그들이 얻은 깨달음은 꽤나 진지했다.

박용후의 책 <관점을 디자인하라>
박용후의 책 <관점을 디자인하라>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배우게 되고 나 자신이 계속 성장하는 걸 느껴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책을 읽을수록 점점 책과 가까워져요. 마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기분이 들어요.”

“책 속 인물들을 이해하면서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았어요.”

“왜 자녀들한테만 독서하라고 닦달하고 나는 읽지 않았는지 후회가 됩니다.”

“책을 통해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멘토를 만난 것 같아요.”

‘인생의 책 스피치 대회’의 참가자들은 책 안에 담긴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발견해가면서 자신의 가치관, 삶, 인간관계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혼자가 아닌, 함께 읽고 발표하면서 더 커져갔다. 이젠, 책도 함께 읽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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