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절망 속에서도 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희망의 원천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행복을 찾아간다.

<어린 왕자> 책에서 여우는 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 시가 가까워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그리고 네 시가 다 되었을 때 나는 흥분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거야.
아마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

요즘 세상은 기다림이 낭비다. 시간이 곧 돈이기에 무작정 기다리거나 줄을 서는 대신, 급행료로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실시간 결제로 총알배송을 받는다. 자본주의 경제는 내가 할 노력과 수고를 돈이 대신하도록 제법 편리한 시스템을 제공해준다. 그래서 돈이 많으면 편리하게 살 수 있다. 돈은 우리 삶과 기억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거둬내고, 욕구에 즉시 반응하도록 부추긴다. 이제, 기다림은 특별히 할일이 없는 사람들의 소일거리일 뿐이다.

기다림을 잊고 사는 것의 문제는, 살다가 돈으로도 안 되는 일을 만날 때이다. 불치병에 걸렸을 때, 아이가 빗나갈 때, 큰 좌절과 실망감에 휩싸였을 때 등등 인생에 느닷없이 불어 닥친 폭풍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이때 기다림에 서툰 사람은 기다릴 줄 모르니 수돗물을 확 틀어버리듯 극단적 결정을 한다. 심지어 넘지 않아야 할 영역으로 생각을 던져버리기도 한다. 다른 수단이 없더라도 기다려야 할 때에는 거기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은 길이 없을 때 걸어가는 마지막 선택이다. 그날들을 위해 우리는 기다림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영화로 제작된 <어린 왕자> 중 여우가 왕자를 만나는 장면.
영화로 제작된 <어린 왕자> 중 여우가 왕자를 만나는 장면.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에게서 우리는 기다림의 진정한 본질이 행복에 있음을 발견한다. 여우는 어린 왕자가 어디에 사는지 모르기 때문에 마냥 기다려야 했다. 왕자를 굉장히 만나고 싶어 했기에, 왕자에게 언제 올 건지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여우는 왕자가 온다고 약속한 시간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만나면 몹시 기쁠 거라는 기대감에 미리부터 즐거워할 것이라고 했다. 여우는 말한다. “이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라고.

매년 오는 새해 첫날을 우리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데, 그 날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람마다 같지 않다. 여우가 왕자를 기다리듯, 우리 주변에 따뜻함을 전해 줄 사람을 기다린다면 우리는 곧 찾아올 행복에 마음이 설렐 것이다. 그 기다림이 마음속에서 희망을 싹틔울 때, 우리는 기다림의 자세를 배우게 될 것이다. 한해가 새로 시작하는 때, 우리 삶에 설렘과 행복이 동행했으면 한다.

글=조현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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