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의 계절 2월이다. 영어로는 졸업을 graduation 또는 commencement라고 하는데, ‘커멘스먼트’라는 단어엔 졸업말고 시작의 의미도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고교 입학이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현행 제도에서, 졸업은 종착점이자 동시에 출발점인 것이다.

대학 졸업은 이와 상황이 약간 다르다. 갈 길을 정한 경우도 있는 반면, 사회 진출의 문을 찾지 못해 서성대는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졸업과 함께 지난날을 ‘리셋’하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지만, 얼마 뒤 다시 진흙탕 같은 미래를 맞닥뜨릴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한다.

불안감을 지워버리고 싶을 때 시선의 방향을 바꿔 보자. 졸업까지의 긴 시간들 중에서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들은 접어두고 감사한 순간들만 찾아보는 것이다. 절망의 나무 뒤에 숨어 있고 불평의 구름에 가려서 없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 마음속엔 감사를 느낀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 나는 어떤 상황에 있었고 어쩌다 감사를 느꼈을까? 열심히 달렸어도 제자리일 때, 외로움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일이 단번에 풀린 적이 없을 때, 손으로 바람을 쥐듯 헛헛하고, 돌아보면 등 뒤에 아무도 없을 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를 때와 같은 느낌들이 당시 나의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어쩌다 감사를 느꼈을까? 안 풀리는 상황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가 부족하고 유약했음을 인정했을 때였다.(이건 자괴감과 다른 이야기다. 자괴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실현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감정이다.) 그 어떤 도움도 고맙고 크게 와 닿았던 것은 나의 부족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할 일이 많음은 곧 나의 부족함 덕분이다.

다시 말해, 우울한 삶을 감사로 바꿀 동력은 나의 못난 부분들이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진입하려 할 때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잘해야 되는 게 아니라 감사하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감사를 방해하는 생각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배운 논리의 저울들이다. 우리는 항상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옳고 그름’을 따졌으며, ‘일등과 꼴찌’라는 점수로 인생을 분류해왔다.

이제, 삶의 초점을 마음 밑바닥에 있는 감사의 기억들로 맞춰 보자. 누구에게나 인생에 많은 선물이 주어진다. 재물과 재능, 지식과 지혜 등 선물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이때 감사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 뜻밖의 선물들을 놓치지 않도록 각도를 잡아주는 레이더와 같다. 그래서 감사는 세상을 행복하게 해주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글=조현주|발행인·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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