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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땅 너머 보이는 세계
조현주 | 승인 2020.07.30 19:55

무한한 마음의 세계를 알면, 행복을 더 이상 ‘땅’에서 찾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관심이 마음에 모아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땅’을 소중히 여긴다. 땅에 씨를 뿌리고 가꿔 알곡을 거두는 농경생활을 오래 전부터 해와서 그런지, 인공로봇 시대에도 땅에 대한 애착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농부는 땅 한 마지기를, 식솔 거느린 가장은 내 집을, 신입사원은 사무실의 내 책상을 간절히 원한다. 그런 습성을 가진 우리가, 지난 몇 달 간 집에 몸을 놔두고 업무와 학업 등의 일상을 온라인에서 해결하는 거대한 변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의식의 이동이 가능한 온라인 세계를 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중 하나가,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투머로우 본사에서도 단행본 몇 권을 전자책으로 발행해 해외 사이트에 입점하는 작업을 했다. 편집부는 한 땀 한 땀 수놓듯 정성껏 전자책을 만들었다. 1밀리미터 선의 두께를 늘리냐 좁히냐를 따지고, 행간을 얼마로 할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페이지가 틀리지 않도록 책의 목차를 몇 번이나 보고 또 보았다. 드디어 아마존, 아이북스 등 해외 사이트에 입점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권을 구입했다가 깜짝 놀랐다. 국내 전자책 방식과 달라서, 목차에 적힌 페이지 숫자들이 온 데 간 데 없었기 때문이다. 종이책에서의 목차는 그 내용이 어디에 자리하는지 알려주는 주소록과 같은데, 파일을 다운 받아 읽는 전자책에서는 페이지 숫자들이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다. 이유는 간명했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클릭하는 순간 글자의 축소와 확대가 가능하고, 모바일폰이나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에 따라 들어갈 글자 수가 수시로 바뀌니 종이책처럼 고정된 페이지를 일괄 적용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바다를 본 듯, 그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손바닥만 한 종이책 안에서 모든 걸 승부하며 작업해 온 그간의 편집 철칙이 단번에 박살나는 순간이었다. 전자책은 수만 개의 단어들에게 절대로 ‘지정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반면에 전자책은 편집 오류를 수정해 다시 올릴 수 있도록 ‘너그러운’ 기회를 허용해준다. 게다가 수백 권의 책을 모바일폰에 넣어 어디서든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주니 온라인 세계의 폭은 광활하다.

반면에 우리 인간은 종이책 같은 ‘몸’을 지니고 있어서, 물질 중심으로 생각하고 소유所有 중심으로 행복을 규정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코로나19가 찾아왔고 우리에게 온라인의 세계를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 누가 수만 권을 단번에 사갔다고 해서 재고가 바닥날 일이 없다는 전자책처럼, 그 세계엔 아무리 가져가도 줄어들지 않는 무한 공유가 가능하다. ‘총량’總量이 정해진 땅에 살다가 이런 무한지경을 발견하면, 누구나 그 세계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 세계는 사용할수록 더 풍성해지는 마음의 영역을 말한다.

만약 우리가 무한한 마음의 세계를 알면, 행복을 더 이상 ‘땅’에서 찾지 않고 땅 너머로 시선을 옮길 것이다. 그 세계는 내 것의 경계를 분명히 했던 예전 방식이 아니라, 내게 있는 무형의 것들을 나눠주고 남의 지혜 경험, 사랑을 거저 받아가며 사는 삶이다. 그렇기에, 행복의 척도는 소유가 아닌 공유로 바뀌고, 삶의 가치는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의 관심이 마음에 모아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글=조현주 발행인ㆍ편집인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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