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인재제일人才第一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사람에게 쏟는 열정이 대단해서, 직원들이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지역전문가 제도이다. 1990년에 처음 실행했고 25주년이 되던 해엔, 전 세계 80개국에 누적 인원 5천 명을 지역전문가로 파견해 왔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금도 해마다 수백 명을 해외로 보내고 있으며 지역전문가로 선발된 직원들은 원하는 국가에 가서 1~2년씩 머물며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인맥을 쌓는다. 이들에게는 연봉과 별도로 1억여 원이라는 체재비가 아
편의점 알바생 카페에 보면 가끔 재고조사에 관련된 게시글이 올라온다. 편의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판매하는 상품수가 3천 종 이상이라서 전체 재고조사는 월별 또는 분기별로 한다. 담배나 상품권 같은 중요 품목만 실시간으로 조사하는데, 인수인계 과정에서 손실이 생기면 넘겨주는 알바 책임이니 주의하라는 조언도 등장한다.재고조사란 자재나 물품에 대해 기록상의 재고량과 실제 재고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건은 기업의 자산이므로 재고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몇몇 품목은 잘 관리해서 생산이나 유통량을 조절하고, 창고만 차지하는 오래된 물건은 폐기
그날 로빈슨 몰에는 사회연금을 받으려고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행사 연설을 마친 리베라 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운집한 사람들 사이로 언뜻 목발 짚은 노인이 보였다. 시장은 그에게로 다가가 인사를 했고, 69세의 노인은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땡볕을 가릴 오두막 짓는 목수였어요. 일을 끝내고 길을 건너다가 달려오는 자동차에 치여 그만 왼쪽 다리를 잃었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외다리 노인의 사연을 듣던 시장은 둔탁해 보이는 목발로 시선을 옮겼고, 노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청담동 갔던 길에, 잠시 도산공원에 들렀다.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이 잠들어 있는 그곳엔 작은 기념관과 큰 동상이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일본의 압제로부터 벗어나 부강한 나라 건설과 인재양성을 목표로 정한 도산 선생은 밥을 먹어도 대한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 독립을 위해 할 것을 청년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조용한 공원 곳곳에 놓인 그의 주옥같은 명언들을 읽다가 한 어록비語錄碑 앞에서 걸음이 멈춰졌다.‘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청년이 품는 희망이 나라 흥망에 관건이라는 선생의
일찍 해가 뜨는 여름철에 열 살 딸아이는 아버지를 따라 아침 등산을 했다. 숨이 턱 밑에 차오를 때까지 올라가야 정상이 보이는 야트막한 산이었다. 거기서 ‘야호’를 냅다 외친 뒤 아버지 구령에 맨손체조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내려오는 길엔 덕담도 들었는데, 한번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돈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공부는 위를 올려다봐야 한다.” 당시 딸아이는 돈이 맨 위에 있길 바라는 인생을 희구했으나, 아버지는 검약하게 살면서 학업에 매진하는 삶이 좋은 것이라고 가르쳐주셨다. 그땐 누구나 어려운 환경을 견디고 결핍을 인내하는 것이
루토 여사의 관심은 언제나 낮고 낮은 곳으로만 향한다. 케냐 여성인권가이자 사회공헌 활동가인 그는 취약계층을 위한 환경보존 사업을 펼치고,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권익 향상에 온 마음을 쏟아왔다. 또한 열악한 환경 속의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하도록 교육의 기회도 제공했다. 영부인이 되어 부통령궁에 들어간 지 7년, 그의 관심 분야는 여전히 결식아동, 여성 재소자, 불우 청소년 같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이다. 케냐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그가, 청소년문제의 실마리를 마인드교육에서 찾고자 이번에 한국을 방문했다. 촘촘
세계 3대영화제의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수상 소식을 듣고 보니, 먼 나라 잔치 같았던 해외 영화제가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최고상을 거머쥔 ‘기생충’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극장 관람을 했다. 마지막 여운이 강해선지 상영이 끝나고도 제법 많은 이들이 객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나는 주인공 가족의 스토리를 보면서 성경에서 읽은 가난한 포도원 농부가 떠올랐다. 기택과 농부의 마음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꼴이었다.재미보
지금 세계는 신냉전新冷戰 시대로, 강대국들의 다툼과 분열은 총성 없는 무역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정치는 과거 적폐에 머물러 있고, 사람들은 당장의 확실한 행복에 연연해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내일을 염려할 여유는 바늘만큼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나의 삶, 나의 행복이 국가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을 향해 김중로 의원은 단호하게 일갈한다.“국가안보가 왜 중요한지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경제는 생활이지만 안보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에 실패하면 열심히 해서 ‘다시’ 일으켜
20년 전, 어떤 한국인이 에스와티니에 여행가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길을 건너던 행인이 차에 부딪힌 것이다. 외국에서 생긴 사고라 운전자가 당황했는데, 현장에 몰려든 사람들이 행인을 다그쳤다. “여기는 건널목도 아닌데 왜 찻길로 들어와 사고를 냈느냐?” “운전 방해니 네가 잘못이다.” “사과해라.” 부딪힌 행인이 자동차로 다가와 미안하다고 했다. 그날, 운전자는 천둥 같은 충격을 받았다. ‘요즘 세상에 이런 나라가 있다니!’ 하늘 아래 천국에 온 듯, 한국인 운전자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에스와티니에 살고 있다. 이런 이야기
에스와티니 국왕은 나라를 위해 고민하고, 묻고, 또다시 심사숙고한다. 그가 생각하는 국가 발전의 핵심은 경제성장과 청소년교육. 불철주야로 바쁜 국왕의 일정에서 본지와의 인터뷰 약속이 잡혔다. 그 시각은 새벽 5시. 그때에 이미 국왕은 중천에 뜬 태양처럼 많은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그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왕이 되다음스와티3세는 에스와티니 국왕의 공식 이름이다. 그는 선왕(先王)이신 소부자2세SobhuzaⅡ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를 ‘마코세티브’라고 불렀고 그 이름은 ‘나라의 왕’을 뜻하였다. 그
관광객의 눈에, 스페인은 멋있고 맛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그 나라 국민들의 눈엔 경제 불황이 더 보이고, 지역간 정치적 골도 깊은 갈등의 땅이다. 특히 부유한 도시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못사는 국가 스페인이 걸림돌처럼 보일 수 있다. 국가와 분리하겠다는 그들의 주장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마음의 눈을 통해 해결책을 살펴본다. 여행자에게 스페인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유럽 대륙 남서쪽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해 햇살이 좋기로 유명한데, 그 햇살을 받고 자란 오렌지와 올리브의 맛은 기가 막히고, 그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마친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렇게 읊조렸다.“다행히, 지나간 옛일이네요.”너무 힘들어서 기억을 봉인하고 살았던 독일에서의 삶. 이제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멀리 가버렸겠지 싶어서 옛이야기를 꺼냈다가 그는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우리나라 근대 발전사와 맞물려 있는 그의 인생 이야기 속으로 따라가 본다. 도넛 장사를 왜 하는지 묻지 않았던 선생님6.25전쟁으로 국가도, 국민도 모두 헐벗고 가난했던 시절, 박선애씨는 전주 근처 이서라는 동네에서 일백 마지기 논을 가진 부잣집
2030년 경엔 대학의 절반이 사라지고, 교수가 아닌 로봇이 강의하며 아무나, 아무 시간에, 아무 장소에서 학습 받는 교육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대학 간판을 중시하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고 하는데, 그때를 대비해 변혁을 준비하는 학교가 있다. 그 일의 중심에 서 있는 입학처장을 만나 교육의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개나리, 목련 꽃망울이 팝콘처럼 터지는 캠퍼스의 활기와 달리, 요즘 대학 입학 담당자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얼마 전 폐교 결정이 내린 서남대, 대구외국어대, 한중대는 교비 횡령, 임금 체불, 운영
빛은 어두울 때 더욱 빛난다. 캄캄할수록 빛의 존재는 더 돋보인다. 스스로 빛이라 이름한 예수님이 태어나신 이스라엘 땅. 그곳은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가보고 싶은 꿈의 땅이다. 백화점 외벽이 크리스마스 트리로 치장되기 시작 할 즈음, 나는 평소 바라던 성지순례를 떠난다. 어느 나라보다도 이스라엘에 더 가보고 싶은 것은 가는 곳마다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이리라. 내 삶 속의 어두움을 예수님이 다 몰아내주셨듯이, 누구든지 예수님과 연결만 되면 모두 변한다. 아주 아름답게 말이다. 내 마음에 찍어온 예수님의 사진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우리는 초중고 시절, 도덕과 윤리 교과서에서 초월자와의 관계에 대해 배웠다. 학문적인 교육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여러 국면을 겪으면서 우리의 실제 삶에 종교적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아진다. 더욱이 ‘복잡다양성’이라는 시대특성은 경제적 부조리, 정치적 갈등, 종교적 분열을 자아내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각계각층에서 정화淨化의 노력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최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기독교지도자대회Christian Leaders Fellowship·CLF는 교리, 교단, 교파가 달라 수백 개로 갈라진 현 기독교의 화합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철학자가 동네 산책을 나왔다가 우물가에서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고구마를 씻고 있던 여자에게 그가 물었습니다.“안녕하세요? 지금 씻고 있는 게 무엇인가요?”“네, 선생님~ 야채튀김 하려구요.”자기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말을 걸어준 철학자가 고마웠는지 여자는 말꼬리를 올리며 신난 듯이 말했습니다. 철학자는 대답을 듣고 저만치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물었습니다.“아주머니, 지금 씻고 있는 게 뭔가요?”“아, 선생님~ 채 썰어서 야채튀김 하려구요.”“야채튀김을 하려는 거군요.”잠시 후 철학자는 다시 와서 똑같은
올해 3월 말에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서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문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보니 야이 전 베냉 대통령이 성하의 계절 7월에 우리나라를 찾았다. 국가 수반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 방문한 첫 국가가 왜 대한민국이었을까? 일주일 동안 국내 여러 곳을 시찰하고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그의 행보도 궁금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인터뷰 기회가 주어졌다. 베냉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는 프랑스에서 독립한 1960년부터의 대통령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