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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실수를 혼자 머금다
조현주 | 승인 2020.05.01 11:44

우리 인생은 하루하루가 쌓여서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 각자의 모습은 외부로부터 온 여러 요인과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해 이뤄진 것이다. 최근 이목을 집중시킨 N번방 용의자의 얼굴은 편의점에서 스칠 법한 스물다섯 살 청년이었다. 대학에서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보육원 자원봉사 경험도 있다고 한다. 겉모습으로 모르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평범해 보이는 그가 어떻게 상상불가한 인생길을 걸어 왔는지 알 수가 없다.

우연히 그 청년이 학보에 게재했던 ‘실수를 기회로’라는 글을 보았다. 요지를 소개하면, ‘학보도 한번 발행하면 돌이킬 수 없으므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제 완벽하다 생각하고 발행하는데, 종이로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부터 실수들이 보인다. 그럴 때면 머리를 움켜쥐고 책상에 몇차례 내리박는다. 정말 노력했는데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자책도 끊임없이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위안 삼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 무결점의 학보를 목표로 달려가겠다.’로 기사를 끝맺고 있다.

그 청년처럼 우리도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로 인해 야단을 맞거나 창피를 당하고, 그게 두려워서 실수를 숨기려 들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빠지는 함정 하나가 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말아야지’ 하는 각오와 다짐이다. 그 함정에 빠지면 스스로 노력해서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 청년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자책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실수를 정말 기회로 삼으려면 내가 마음 먹어서 된다는 환상부터 깨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관용적이기 때문에 자신을 믿어 버린다. 최소한 자신이 누구처럼 착하진 않아도 누구처럼 악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을 믿고있다가 순간적으로 옳지 않고, 좋지 않은 어떤 생각이 들어오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그쪽으로 마음의 발을 내딛는다. 한 번, 두 번, 별 문제가 없으면 그 길에 슬슬 익숙해진다.

물론 자기를 믿는 마음을 가진다고 모두 그 청년 같은 길을 가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 청년이 그 마음 때문에 그런 길을 갔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그러나 내딴에 최선을 다 했어도 완벽할 수 없고, 똑같은 실수를 수없이 반복할 수 있다는 인간의 본질을 이해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자기의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 옳다고 믿지 않을 때,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겸허해진다. 남의 지혜, 남의 조언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어두운 생각이 머물 틈이 줄어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혼자의 시간이 많은 요즘, 내 마음을 찬찬히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신뢰의 벨트가 단단하다면 불온한 욕구에 휩싸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붙잡아 줄 지원군이 있기 때문이다. 판단하기 어려울 때, 가족, 친구, 동료 누구에게라도 묻고 귀기울여 듣는다면 그 청년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 만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글=조현주 발행인·편집인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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