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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광화문에 아침이 오면
조현주 | 승인 2020.09.22 17:23

거리를 비추는 햇빛처럼, 마음을 비추는 빛이 있다. 그 빛은 우리 마음에서 변화를 만들어낸다. 어두움은 빛의 가치가 나타날 최고의 조건이다.

요즘 퇴근길에 광화문을 지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복궁 담장에 진열된 전시가 그것인데, 어두운 밤거리를 LED 미디어 아트가 멋지게 바꿔주고 있다. 누가 봐도 박물관 소장품들의 영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적절한 빛의 조화는 눈을 기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다음날 출근길에 광화문 주위를 바라보니, 어젯밤 화려함의 자취는 온데간데없다. 담장 곁에 전시 텐트가 숨 빠져나간 몸처럼 덩그라니 서 있었다. “밤의 빛은 해 아래서 전멸電滅하는구나!” 지극히 당연한 그 사실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왔다.

ⓒ 연합뉴스

서산 너머 해가 지면 밤이 된다. 빛이 떠난 밤은 어둡고, 그 안에서는 생명이 제대로 살아가기 어렵다. 게다가 어두움은 두려움으로 이어져 불안감을 키워간다. 그래서 우리는 햇빛 없는 밤의 빈자리를 인공人工의 빛들로 채우려 한다. 광화문 LED 전시물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인공의 빛들은 밤새 제각각의 모양으로 열심을 다하지만 아침에 해가 떠오르면 힘을 잃는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더 강렬하고 더 원대한 햇빛이 오면 인공의 빛들을 모두 품어서 그 안에 포용한다.

광화문 밤거리의 현란한 불빛 속에서 각자도생하는 세상이 보였다. 제각기 내비치는 소소한 빛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정의라는 빛으로, 어떤 이는 이념으로 치켜든 빛이 가장 옳다고 확신하지만, 그것은 정말 밝은 빛이 오기 전까지만 가능한 일이다. 떠오른 해가 세상을 비추면 주의 주장으로 점철된 모든 불협화음들은 단번에 사라진다.

거리를 비추는 햇빛처럼, 우리의 마음을 비추는 빛이 있다. 그것은 햇빛과 달라서, 우리 마음에 그 빛이 들어오면 마음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그 빛은 마음 틈새에 창궐해 있는 생각들을 정확히 비추어서 탐욕, 거짓, 위선, 옳음, 명분, 갈등, 분노와 같은 부산물들을 쓸어버린다. 그 빛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 수 없고, 밖으로부터 들어와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 마음에 있는 어두움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두움은 빛이 필요로 하는 최고의 조건이며, 빛이 제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최상의 플레이그라운드다. 그러니까 어두움은 인공의 빛으로 포장하지 말고 그냥 어두운 채로 있기만 하면 된다.

마음을 비추는 빛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희망, 약속, 신뢰, 사랑의 한 마디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우리 마음속 어두움을 환히 밝혀줄 한 마디가 가장 절실한 때가 아닌가.

글=조현주 발행인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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