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갔던 길에, 잠시 도산공원에 들렀다.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이 잠들어 있는 그곳엔 작은 기념관과 큰 동상이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일본의 압제로부터 벗어나 부강한 나라 건설과 인재양성을 목표로 정한 도산 선생은 밥을 먹어도 대한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 독립을 위해 할 것을 청년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조용한 공원 곳곳에 놓인 그의 주옥같은 명언들을 읽다가 한 어록비語錄碑 앞에서 걸음이 멈춰졌다.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청년이 품는 희망이 나라 흥망에 관건이라는 선생의 말에 공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선생의 생존 당시에도 꿈 없는 청년들이 걱정거리였구나 싶었다. 그때 꿈 없다던 청년들이 훗날 자녀들에게 왜 너희는 꿈이 없냐고 다그쳤겠지? 예나 지금이나 청년들은 꿈꾸지 않는 존재처럼 잘못 인지되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독립도 이뤘고 빠른 경제 성장으로 가난의 옷도 벗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먹고사는 기본틀이 만들어졌으니, 청년들이 원대한 포부보다 소소한 꿈에 매달리는 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이태 전 한국을 방문한 글로벌 투자가 짐 로저스는, “청년들의 무모한 도전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청년들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특별한 일을 찾아라.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라고 조언하면서 본인이 한국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는 이유로 노량진을 지목했다. 노량진은 대한민국 공무원 탄생의 발원지와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 대다수는 공무원 합격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두고 기성세대는 ‘9급 공무원이 어떻게 인생의 꿈이냐’며 해묵은 꿈타령을 또 꺼낸다. 그렇지만 청년들에겐 공무원 시험이 일생일대의 도전이고, 안정을 보장해줄 ‘당장의 꿈’인 게 현실이다.

도대체 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상에 태어날 때 나중에 무엇이 될지 마음에 정하고 온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꿈의 잉태는 내 안에서 이뤄지지만, 그 발단은 외부로부터 유입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영향, 어떤 사건, 아니면 영화나 책이 매개가 되어야 꿈의 씨앗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꿈은 아는 만큼, 겪은 만큼, 상상한 만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하루의 반 이상을 책상 앞에 사는 공시생들은 남들과 대화 없이 공부만 하다 보니, 우울증과 고립감을 느낀다고 한다. 어쩌면 꿈을 만들어 줄 멋진 기회와 경험이 청년의 등 뒤에 와서 한참 기다리다가, 책만 응시하고 돌아다보지 않는다며 다른 곳으로 가버렸을지 모른다.

이런 청년들에게 꿈을 넣어줄 절호의 기회가 지난 7월 7일부터 12일간 부산과 무주에서 있었다. 이번호에 소개된 월드문화캠프가 그 행사다. 60개국의 청소년 참가자 4천 명은 그곳에서 마인드교육을 배우고 글로벌 문화체험을 하는 동안, 우물 밖 세상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했다. 그들의 격앙된 기쁨이 담긴 기사를 보면서, ‘희망은 청년의 생명’이라는 생각이 더욱 단단해진다.

글=조현주(발행인ㆍ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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