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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케냐 부통령 영부인 레이첼 루토“모든 여성이 지속가능한 경제력을 갖도록 돕고 싶다”
조현주 | 승인 2019.08.09 16:01

루토 여사의 관심은 언제나 낮고 낮은 곳으로만 향한다. 케냐 여성인권가이자 사회공헌 활동가인 그는 취약계층을 위한 환경보존 사업을 펼치고,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권익 향상에 온 마음을 쏟아왔다. 또한 열악한 환경 속의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하도록 교육의 기회도 제공했다. 영부인이 되어 부통령궁에 들어간 지 7년, 그의 관심 분야는 여전히 결식아동, 여성 재소자, 불우 청소년 같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이다. 케냐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그가, 청소년문제의 실마리를 마인드교육에서 찾고자 이번에 한국을 방문했다. 촘촘한 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가 잠시 쉼표를 찍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레이첼 루토 Rachel Ruto

영부인께서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무슨 목적으로 오셨는지요.

월드문화캠프에 참석하려고 왔습니다.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 박옥수 목사님이 지난해 케냐에 오셨을 때 제가 만났습니다. 그분이 청소년들에게 하고 있는 마인드교육의 내용이 좋아서 직접 현장을 보고 싶었습니다. 부산 개막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캠프 내 여러 부대행사도 둘러 보았습니다.

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영부인을 만나 더 기뻤겠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까?

수십 개 나라에서 온 수천 명의 대학생 참석자들이 가치관도 다르고, 문화도 모두 같지 않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강인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젊은이들이 열악한 외부 환경을 더 이상 탓하지 말고 나약한 마음을 강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고의 마인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인드라고 봅니다. 이번 캠프에서 청소년들이 그 마인드를 배워 이제까지의 삶과 완전히 달라지길 부탁했습니다.

마인드교육의 현장을 직접 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가 교육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더 신선하고 새롭게 보였습니다. 현재의 지식 중심 교육은 한계에 이르렀는데, 마인드를 중시하는 교육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유익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박옥수 목사님이 만든 마인드교육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 생각하는 것을 모두 바꾸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해서 우리의 마음을 불가능이 없는 곳으서로 이끌어갑니다. 만약에 내가 최악의 조건에 있더라도 ‘아니야, 난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어. 발전할 수 있어. 여기서 나올 수 있어.’ 이렇게 마음을 먼저 바꾸면 형편도 달라지는 것이 마인드교육의 핵심 같아요.

남편 윌리엄 루토 부통령은 고등학교 때부터의 오랜 친구이자 인생의 멘토이다.

그렇다면 이 교육을 케냐에 적용시켜 볼 의향이 있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케냐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태어나 성장합니다. 가난해서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 일도 흔합니다. 그래도 이런 현실을 바꿀 생각은 안하고 그냥 사는데, 마인드교육을 받으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육은 케냐의 리더들에게도 매우 필요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들이 마인드교육을 받으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박옥수 목사님이 케냐 대통령을 이미 만났고 부통령도 만났는데, 두 분은 마인드교육이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케냐의 교육자들도 이 교육을 받으면 청소년들에게 바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교육으로 모든 어려움 앞에서 이겨나갈 겁니다. 제 아이들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마인드교육 워크숍에 참석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부통령 제도가 없어서, 부통령과 영부인의 역할에 대해 독자들이 다소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2010년에 케냐의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면서 부통령 제도가 생겼습니다. 2012년 선거에 남편이 부통령으로 출마해 초대 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17년의 재선에서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부통령의 가장 큰 임무는 헌법에 명시되었듯이, 대통령 궐위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남편은 대통령이 하시는 모든 일을 돕고, 장관들을 모아 내각회의를 주관하며, 47개 주를 다니면서 지역 개발 및 발전 프로젝트를 가동시킵니다.

헌법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아내가 각기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임무가 영부인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관심 있는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일합니다. 남편이 대통령 마음에 맞춰 일을 하듯이, 저도 마가렛 케냐타 Margaret Kenyatta 영부인이 하시는 일을 돕고 그 뜻에 따르며 일을 합니다.

소외계층을 찾아가 대화하는 루토 영부인의 모습.

관심을 쏟는 분야가 주로 어디입니까?

대통령 영부인께서는 국민들의 건강과 보건에 대해 총력을 기울이십니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 후원금을 모아 전국에 이동진료소mobile clinic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성 건강 행사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영부인은 매년 21킬로미터 하프마라톤에 참가하시는데, 한번은 런던에서 풀마라톤 코스를 뛰기도 하셨습니다. 저도 이 일을 돕기 위해 같이 가서 뜁니다. 때론 10킬로미터 마라톤도 하고 하프마라톤에도 참여합니다.

한편 청소년 보건교육을 위해 제가 고등학교에 가서 청결 관련 강의를 하고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기증합니다. 자녀는 엄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어린아이를 위하려면 어머니인 여성들부터 위해야 합니다. 저는 케냐 여성들이 재정자립을 확보해서 생계에 도움을 받도록 후원하고 교육시키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세계월드문화캠프 개막식에 참석해 청년들에게 격려사를 했다.

이 시점에서 루토 여사가 온 마음을 쏟고 있는 여성권익 활동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그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존재감 없이 사는 케냐 여성들의 지위와 권리를 신장시키려는 여성인권가이다. 또한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으로 케냐의 모든 가정이 생계의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후원하는 평화주의자이기도 하다. 2014년에는 여성권익 향상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말레이시아의 바이너리대학교에서 수여하는 국제명예우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루토 여사는 Joyful Women Orga-nization(이하 JOYWO)이라는 단체를 2009년 엘도렛Eldoret에서 설립해 전국 조직으로 발전시켰다. 비정부 기구(NGO)인 이 단체의 주된 목적은 자립하는 재정 모델을 구축해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권한과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재정적 자립을 위해 만든 프로젝트가 테이블 뱅킹Table Banking인데 이것은 1960~70년대 우리나라에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어머니들의 ‘계모임’과 그 방식이 매우 닮아 있다. 우리의 계모임은 교통의 발달과 이웃간 교류가 각박해지면서 친목도모 수준으로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케냐에서는 현금융통을 신속히 할 수 있는 요긴한 시스템이다.

루토 여사가 이끄는 JOYWO 단체는 나이로비에서 1만 5천 명의 여성들이 모여 연례행사를 갖는다. 이때 대통령 영부인도 참석해 축사를 한다.

현재 회원만 20만 명이 넘는 JOYWO 단체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JOYWO는 케냐 47개 주 모든 곳에 지부가 있으며, 회원은 12,343개 그룹에 각기 소속되어 있습니다. 케냐는 청년 실업률이 높은데, JOYWO가 프로그램 담당자, 카운티 관리자, 지역 관리자를 젊은이들로 채용해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4,000명 이상의 여성들이 공공 조달에 관한 교육을 받았으며, 특히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 농업 기술과 최신 정보 기술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그 결과 월 20달러 받던 여성들이 지금은 월 2천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정적 자립이 가능해지면서 풀뿌리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테이블 뱅킹’을 활용한 생계형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JOYWO는 매년 한 차례씩 나이로비에서 큰 행사를 개최합니다. 나이로비에 있는 약 1만 5천 명의 여성들이 모이며, 이때 대통령과 부통령도 참석하시고 영부인도 오셔서 연설을 해주십니다.

그는 가드닝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직접 꽃밭을 가꾼다. 한국에 와서도 식물원 방문을 빼놓지 않았다.

테이블 뱅킹을 만든 배경이 무엇이며, 기존의 은행 방식과 어떤 점이 다릅니까?

케냐는 지방 구석구석까지 아직 은행이 개설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테이블 뱅킹입니다. 여성들이 자금을 모으는 방법의 하나로,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만나 테이블에서 상환날짜와 금액을 협상하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테이블 뱅킹 방식은 은행 방식과 정반대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돈을 빌리려면 주택 같은 담보가 필요하고, 예금이 많은 사람이 이자를 더 받아가는 곳이 바로 은행입니다. 하지만 테이블 뱅킹은 사람간의 신뢰와 신용을 원칙으로 해서, 매달 모인 돈을 회원들이 순번에 따라 가져다가 사업자금으로 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이윤의 극대화인 반면, 테이블 뱅킹은 여성과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케냐 여성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삶도 한결 편리해지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요?

케냐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여성들은 아직도 불평등한 현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문화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저는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왜냐면 여성들은 돈을 벌어도 가족을 위해서 쓰거나 이웃을 위해서 건설적으로 사용합니다. 많은 아프리카 남성들처럼 개인을 위해서 쓰진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이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경제 발전국들이 겪는 문제가 케냐에도 생기겠지요. 여성들이 성공할수록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자신만 위해 살려고 하는 그때를 대비해 이런 가치관이 가져올 문제점을 미리 알려 주려고 합니다. 케냐 여성들이 이것을 알아야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있으니까 조심해야 된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하면서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도의 어머니’ 루토 여사는 기도회를 자주 연다. 페이스북에도 금식기도 스케줄을 올린다.

루토 여사는 ‘기도의 어머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인터뷰 당일도 금식기간이라고 했는데, 그는 하루를 기도에서 시작해 기도로 맺는 독실한 신앙인이다. 2017년 8월 대통령 선거 때엔 종일 걷고 또 걸으면서 기도를 하고, 오후에는 체육관에 모여 집회를 하는 방식으로 무려 40개 주를 순회했다. 그후로도 나라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그의 기도는 그칠 날이 없다. 그렇게 신앙은 삶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그를 든든하게 지켜준 정신적 지주였다.

영부인의 어린 시절과 신앙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케냐는 기독교 국가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독실한 기독교인이셔서 저희 8남매는 어려서부터 신앙 속에 자랐습니다. 제 고향 카카메가는 케냐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나이로비에서 나쿠루, 케리초, 키수무를 거쳐 8시간 정도면 도착하지요. 그곳은 동부나 북부와 다르게 나무도 많고 차, 옥수수, 사탕수수 농사를 짓는 푸르른 땅입니다. 아이들이 사탕수숫대를 입에 물고 다니는 것을 거리에서 볼 수 있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양계장도 하시는 부모님 아래 평화로운 청소년기를 보냈는데요, 부모님은 항상 성경을 읽어주셨고 모여서 같이 기도도 했어요. 저는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것 나쁜 것의 기준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으로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남편을 잘 섬기는 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부부가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 남다른 비결이 있으십니까?

남편과의 스토리는 너무 길어서 여기에 다 소개할 수 없지만, 아주 오랜 인연이지요. 우린 고등학교 때 만났으니까요. 제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든든한 멘토입니다. 우리도 의견차이로 갈등을 느낄 때가 있는데,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열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우리 부부가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가 2007년 총선 이후 선거폭력 연루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섰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출구 없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고 일생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무혐의로 기소가 폐기 되었는데, 이런 어려움을 견디며 신앙이 한층 더 공고해졌습니다.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게 신뢰가 쌓여가는 것이 좋은 관계의 비결이겠지요.

케냐로 돌아가시면 한국 다녀온 소감을 어떻게 표현하시겠습니까?

한국은 아주 아름다운 나라이며 사람들 표정에도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도로의 구조나 건물들을 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제가 깜짝 놀란 건, 한국도 60년 전엔 매우 가난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한국은 진정한 First World, 선진국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한국이 그렇게 했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겠다.’ 그 비밀만 우리가 배울 수 있다면요.

제가 한국에 대해 인터넷으로 많이 찾아보면서 그 발전 비결을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결론은 한국인들이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그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시는 겁니다. 하나님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IYF가 하는 일이,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 나가서 봉사하는 일들이 감동적입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인생은 이렇게 사는 거야’라고 조언해 해주신다면요.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런 대단한 나라에서 살 수 있는 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사실을 마음에 반드시 담아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인생을 맡겨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잠언 18장에 ‘여호와의 이름은 견고한 망대라 의인은 그리로 달려가서 안전함을 얻느니라.’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인구가 70%를 차지하는 젊은 나라, 케냐. 그 나라 청소년들을 잘 이끌면 엄청난 힘을 가진 대국이 될 것이 틀림없다. 영부인이 이번 방한 길에 목격한 마인드교육의 핵심, 즉 도로를 건설하기 전에, 교실을 짓기 전에, 마음 먼저 바꾸면 상황도 달라지는 비결을 케냐에 전파해 발전의 박차를 가하길 기대한다.

글=조현주(발행인ㆍ편집인)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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