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인재제일人才第一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사람에게 쏟는 열정이 대단해서, 직원들이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지역전문가 제도이다. 1990년에 처음 실행했고 25주년이 되던 해엔, 전 세계 80개국에 누적 인원 5천 명을 지역전문가로 파견해 왔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금도 해마다 수백 명을 해외로 보내고 있으며 지역전문가로 선발된 직원들은 원하는 국가에 가서 1~2년씩 머물며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인맥을 쌓는다. 이들에게는 연봉과 별도로 1억여 원이라는 체재비가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되는데, 여기에 들어간 비용이 1조 원 이상이다.

지역전문가 중 상당수는 현지 주재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기업의 매출 증가에 기여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역전문가 출신의 임원들이 등장했는데, 대표적 인물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다. 1994년에 미국을 다녀온 그는 현재 3연임 중이다. 지역전문가 제도는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해주고,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국가 경쟁력까지 높여주고 있어서, 경영학술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삼성의 성공 비결이라고까지 평가했다. 해외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훨씬 큰 삼성의 입장에서는, 고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지역전문가 제도를 계속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는 아니지만, 삼성처럼 십수 년 동안 글로벌 인재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해오는 단체가 있다. 청소년 NGO인 굿뉴스코Good News Corps 해외봉사단인데, ‘내 젊음을 팔아 그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슬로건 아래 차세대 리더들을 양성해오고 있다. 2002년에 14명을 10개국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 95개국에 국내외 대학생 약 9천 명을 파견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글로벌’ 기준에 걸맞은 젊은이들을 선발해 보낸 것은 아니었다. 자기중심적인 젊은이들이 많았고, 앞날을 불안해하는 소극적인 청년들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청소년 교육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건축봉사와 재난복구 지원, 고아원 방문, 친선 문화캠프 개최, 무전전도여행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미지의 세계를 만나고 새로운 변화를 경험한다. 현지어 습득은 물론 현지인의 정서까지 이해하며, 주변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하고 교류할 줄 아는 젊은이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라는 둥지를 떠나 먼 나라에 가서 생전 안 해본 고생도 해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헤아리면서 얻은 경험은 젊은이들의 얄팍한 생각을 깊게 해주고 좁은 시야를 넓게 만들어준다.

본사에서는 기자 채용시 굿뉴스코 출신 지원자를 우대하고 있다. 삼성처럼 시간과 비용을 들여 원하는 인재를 자체적으로 길러낼 수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얻는 것은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의 업무는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하고 야근도 많은 편이라,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런데 굿뉴스코 출신들을 채용해 보면 일할 때 마인드가 남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심리적 한계를 넘어봐서 그런지, 이들은 자신의 업무만 집중하지 않는다. 자기 일을 하면서도 힘든 상황에 놓인 동료는 없는지, 다음 단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변을 돌아본다. 그러다 문제점을 발견하면 자기 영역이 아니어도 방치하지 않고 해결할 전문가를 찾아본다. 이런 자세는 몇 주 연수를 받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창간 10년이 된 투머로우 편집부에도 어느덧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다녀온 재원들이 포진해 있다. 일본 출신 편집장이 중심에 있고, 인도와 나이지리아, 태국, 미국, 아르헨티나를 각각 다녀온 기자들이 그 주변에서 긴밀한 협업 체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그 감사를 오래 기억하는 이들의 긍정 마인드가 분열된 우리나라의 국민정서를 상생과 화합으로 이끌어가는 데 일조를 하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뒤엔 밝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굿뉴스코 단체가 글로벌 리더의 등용문이 되길 희망한다.

글=조현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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