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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깊이, 멀리 생각하는 지도자, 에스와티니 국왕 음스와티3세
조현주 | 승인 2019.05.08 15:33

에스와티니 국왕은 나라를 위해 고민하고, 묻고, 또다시 심사숙고한다. 그가 생각하는 국가 발전의 핵심은 경제성장과 청소년교육. 불철주야로 바쁜 국왕의 일정에서 본지와의 인터뷰 약속이 잡혔다. 그 시각은 새벽 5시. 그때에 이미 국왕은 중천에 뜬 태양처럼 많은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그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왕이 되다

음스와티3세는 에스와티니 국왕의 공식 이름이다. 그는 선왕(先王)이신 소부자2세SobhuzaⅡ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를 ‘마코세티브’라고 불렀고 그 이름은 ‘나라의 왕’을 뜻하였다. 그가 태어나던 1968년은 에스와티니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역사적인 해이기도 하다. 이렇게 그는, 신생 독립 국가를 새롭게 이끌어갈 왕의 운명으로 세상에 왔다.
네 살 무렵 마코세티브 왕자는 왕실근위대의 대원이 꿈이었다고 한다. 군사훈련과 행군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일 년뒤 에스와티니 국방군에 유년 생도로 입대해 그 꿈을 이룬다. 왕자는 항상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고,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수업 없는 날에는 왕궁과 가까운 병영에서 군인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았다. 소년이 된 왕자는 유학길에 올라 3년간 영국 셔본 스쿨에서 공부했고, 열여덟 살 성인이 되던 1986년 4월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왕이 되었다.

한국의 그라시아스 합창단 노래에 매료된 국왕이 설립자와 만나게 되면서 에스와티니 청소년들에게 마인드교육이 전해졌다. 음스와티 3세와 마인드교육 전문가 박옥수 목사와의 면담 모습이다. (사진 박용언 객원기자)

내란과 분쟁 없이 ‘평화의 오아시스’를 일구다

그런 그가 에스와티니를 다스린 지 올해로 33년이 흘렀다. 지난 해 독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나라 이름을 스와질란드에서 에스와티니로 변경한다고 선포했다. 오래 전부터 이날을 준비해 온 국왕은 영국의 잔재를 벗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우리 에스와티니는 평화, 안정, 존경, 친밀, 연합이라는 가치에 기반을 둔 나라입니다. 싸움은 가난과 고통, 불행을 안겨줄 뿐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생명과 재산의 손실이 없도록 나라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자주 발생하는 종족 갈등, 분쟁, 쿠데타 같은 사건들이 에스와티니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이야기로 들린다. 누구나 이곳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음스와티3세가 울타리를 단단히 해둔 덕분이다.

국가원수인 국왕과 그의 어머니 국모의 모습. 어린 아들이 왕위에 올랐을 때 여러 방면에서 국왕을 도와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큰역할을 했기에 국민들은 국모도 매우 존경하고 신뢰한다.

-국왕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국정의 최우선 목표가 무엇입니까?
“저는 우리나라가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버지는 나라 독립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열정을 쓰셨습니다. 마침내 그 일을 이루시고 평화로운 왕국을 세우셨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정치적 독립이라는 큰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지금 제 사명은 경제적 독립입니다. 이 나라가 경제적으로 빨리 성장하도록 이끌어가야 합니다.”

지난 해 국가독립 50주년을 맞아 기념 행사가 국립 스타디움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이때 국왕은 에스와티니 국호 변경을 공식선언했고, 초일류 국가로의 도약에 대한 희망적인 비전도 제시했다.
에스와티니 국립대학 졸업식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국왕.
2017년 9월 UN에서 연설하고 있는모습. 이날 국왕은 국호 바꾸는 것을 예고했다. 에스와티니는 현지 고유어로 ‘스와지인의 땅’이라는 뜻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어떤 일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비전 2022라는 경제 로드맵을 만들었고, 현재 정부 각 부처가 실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엔 농업이 가장 중요하지만, 앞으로 가공 기술을 개발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전환해갈 것입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최고의 정유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선진 기술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여러 나라들을 살펴보다가 어떤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나라들이 경제가 발전하면서 모두 풍요로워졌지만, 그로 인해 교육의 지표가 흔들리고 청년들이 방황하고 있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인구가 62퍼센트나 됩니다. 그래서 경제발전 이상으로 청소년 교육이 중요합니다. 경제부흥을 도모하면서 교육발전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 제 목표이자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매년 8월에 열리는 갈대축제 ‘음쌍아’에 참석한 국왕과 왕족들.

-이를 위해 국왕께서 따로 생각하신 교육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가발전의 기초는 교육에 있고, 국가의 미래는 청소년교육에 달려 있습니다. 3년 전, 우연히 한국의 합창단이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외국인인데도 아주 유창
한 에스와티니 언어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모습에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노래하는 합창단을 보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배우기에 이
나라 노래를 현지인보다 능숙하게 부를 수 있을까?’ ‘저렇게 거침없이 도전하는 정신을 배운다면 우리 청소년들도 달라지겠다.’ 그래서 합창단 설립자인 박옥수 목사님을 직접 만나 마인드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들었습니다.”

-마인드교육이 어떤 면에서 필요하다고 보셨습니까?
“선진국들이 경제가 발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약과 자살 같은 사회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전에 마인드교육을 받는다면 이런 문제가 생겨도 예방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한국의 합창단 처럼, 마인드교육을 받은 에스와티니 학생들도 훗날 세계 최고의 학생들이 될 것입니다. 그때에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은 우리의 교육을 표본으로 삼을 겁니다. 제가 마인드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 마음에 질책이 아닌 사랑과 감사를 심어주셨습니다. 마인드교육을 받은 청소년들도 예수님의 지혜를 통해 감사와 기쁨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스와티니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국가이다. 이 나라의 국가(國歌)에 보면 ‘국왕의 평안이 주님의 은혜 안에서 가능하며, 주님이 이 나라를 다스려 주길 원한다’는 가사가 있다. 이 염원처럼, 국은 한 해의 끝에 송년 기도회를 열어서 감사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음스와티3세는 얼마 동안 용히 ‘은둔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기에는 국정을 뒤로하고, 평소에 시간이 모자라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찬찬히 깊이 성찰해본다. 그리고 나서 국왕은 신년기도회를 공식적으로 한 뒤 새해를 시작한다.

인터뷰는 새벽 5시 만자나클리닉 병원 접견실에서 이뤄졌다.국정을 돌보는 음스와티3세의 깊은 마음이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사진 박용언 객원기자)

-국왕께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풀어가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어떤 나라건 각 시대, 각 상황에 따라 어려움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습니다. 무슨 어려움이 앞에 있든지 일단 거기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차분히 앉아 생각해
야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상황을 분석해 보고 원인을 파악해 봅니다. 그 다음에 해결책을 찾아도 늦지 않습니다. 만약에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으면, 나중에 비슷한 문
제가 생기면 또 넘어지고 힘들어합니다.
제가 왕이지만 저는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이 제 위에 계신 것을 믿습니다. 저는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님께 다 맡깁니다. 사람은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은 모든 것이 가능한 분입니다. 제게 어려움이 많았어도 하나님께 모두 맡겼기에 늘 문제를 이기고 성공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왕께서 처음 왕위에 오르셨을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습니까?
“처음 왕이 되었을 때 저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가 과연 아버지만큼 해낼 수 있을까?’ 낯설고 어려운 일들을 제가 알고 있는 범주에서 결론을 내리기가 곤란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어머니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한 저를 어머니가 보필해주셨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큰 힘을 주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열여덟 살 때나 30년이 흐른 지금이나, 저는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출발선에서 항상 시작합니다.”

-끝으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훌륭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자유와 평화가 있는 곳이며, 기술적으로도 매우 발전한 나라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뛰어난 나라
를 이어받아 젊은이들이 계속 전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그 너머, 온 세상으로 넓게 향하길 바랍니다. 그중에는 에스와티니 왕국도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분이 오는 것을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진 많은 지식과 경험들을 우리나라에 와서 함께 나누고 교류하면 좋겠습니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은 직접선거로 일곱 명의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 가운데 두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받았고 하루 아침에 운명이 뒤바뀌었다. 나머지도 객관적으로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흥망의 정치사를 반복해온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30년 동안 나라를 분쟁 없이 이끌어온 음스와티3세가 달리 보였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부러웠다. 한 국왕이 오랫동안 일관된 정책을 펼칠 수 있어 에스와티니는 안정 구도를 유지하며 발전해 갈 것이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으나, 마음이 남다른 교육을 받고 있는 이 나라 청소년들은 날로 새로워질 것이다. 지혜로운 지도자가 있는 에스와티니, 정말 행복한 땅이다.

글=조현주 발행인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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