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투머로우

상단여백
HOME 컬쳐 세계 문화
에스와티니에서 평화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조현주 | 승인 2019.05.08 16:13

20년 전, 어떤 한국인이 에스와티니에 여행가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길을 건너던 행인이 차에 부딪힌 것이다. 외국에서 생긴 사고라 운전자가 당황했는데, 현장에 몰려든 사람들이 행인을 다그쳤다. “여기는 건널목도 아닌데 왜 찻길로 들어와 사고를 냈느냐?” “운전 방해니 네가 잘못이다.” “사과해라.” 부딪힌 행인이 자동차로 다가와 미안하다고 했다. 그날, 운전자는 천둥 같은 충격을 받았다. ‘요즘 세상에 이런 나라가 있다니!’ 하늘 아래 천국에 온 듯, 한국인 운전자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에스와티니에 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에스와티니가 궁금해진다. 사람들이 과연 평화롭게 사는지, 누가 이들을 행복하게 이끄는지, 또 여행은 어디가 좋을지 소개한다.

한국과 에스와티니 사이에 직항은 없다. 홍콩에 가서 남아프리카공화국행 비행기를 타고 요하네스버그에서 내린 뒤, 다시 에스와티니행 국제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긴 여정이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아프리카의 스위스’라는 별칭처럼 초록 평원이 있고 험준한 산도 보인다. 실제 초원에는 소떼가 풀을 뜯고, 도심에는 아스팔트 길이 잘 깔려 있어 먼지와 소음도 없다.
에스와티니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척박한 아프리카가 아닌, 정갈하고 생기가 도는 땅이었다.

1. 에스와티니는 축제의 나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전통 댄스를 하고 있는 모습. 2. 이 나라 주식은 ‘빱’이다. 옥수수 가루를 끓는 물로 반죽한다. 아프리카 다른나라에서는 우갈리라고 부르는데, 채소나 고기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3. 자연에서 자라는 마룰라 나무의 노란 열매들. 이것을 따먹은 코끼리가 취해 비틀거리는 영상이 알려지면서 이 축제가 더 유명해졌다. 열매로는 술을 빚고, 으깬 씨앗에서 오일을 추출한다. 이 과정에 춤과 노래가 더해지면서 축제가 무르익는다. (사진 최인애)

남반구의 스위스, 작아도 비옥한 땅
에스와티니를 설명하면서 ‘국토는 우리나라 강원도만 하고, 인구는 수원시 정도’라고 운을 떼면 십중팔구 ‘아주 작구나’라고 반응한다. 지도에서 찾기도 어렵게 조그만 나라인 건 사실이지
만, 고산기후에서 열대우림까지 고루 분포되어 다양하고 풍요로운 생태계가 펼쳐진다.
동쪽은 모잠비크와 맞닿아 있고 나머지 삼면은 남아공이라 국경으로 둘러싸인 분지 같다. 해발 1800미터의 서쪽 고지대는 기후가 쾌적하고, 동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면서 열대기후가 나타난다. 전형적인 농업 국가로서, 당도 높은 사탕수수는 전량 수출하며 삼모작이 가능한 옥수수를 식용으로 재배한다.

‘인콸라’는 남성 중심의 축제이다. 연말연시에 열려 송구영신의 의미를 갖는다. 국왕과 국민들이 축제에 함께 하면서 단결과 유대감을 키운다.

전통문화를 축제로 계승시키다
에스와티니는 축제의 나라다. 해외에서 구경 오는 관광객들이많은데, 요즘은 마룰라 축제기간이다. 노란 마룰라 열매를 먹은 코끼리들이 취해서 비틀거리는 모습이 유튜브에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엔 부활절 축제가 성대히 열렸다.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이 날엔, 전국의 교회들이 국립 스타디움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올해는 3만 명이 모였고 신앙이 독실한 국왕도 참석해 메시지를 전했다. 8월에는 갈대축제로 알려진 ‘음쌍아Mhlanga’가 있다.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소녀들이 국왕의 어머니에게 갈대를 바친뒤, 춤과 노래를 하면서 축제가 무르익어간다.

성의 순결을 중시하는 인콸라 축제
축제 중의 백미는 남자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콸라Incwala’이다. 전통문화의 뿌리가 깊이 박혀 있어서 보름달 뜨는 밤, 소년들이 신비한 나무를 자르러 가는 것으로 축제가 시작된다. 10만 명의 소년들이 방패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40킬로미터 먼 길을 걸어가는데, 달빛 아래 이어지는 긴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다음 날 새벽 무렵, 나뭇가지를 꺾어온 소년들이 왕궁 앞에 도착한다. 그런데 순결하지 않은 소년이 꺾어온 나뭇가지는 그냥 시들어버린다고 한다. 손에 시든 나뭇가지를 든 소년들은 행렬에서 나와야 하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수모를 겪는다. 때문에 에스와티니 소년들은 소녀들처럼 순결을 소중하게 여긴다.
매년 12월말에서 1월에 걸쳐 열리는 인콸라는 이 나라의 송구영신 행사이다. 국왕이 참석하여 묵은해의 흔적을 없애버리고 새로 수확한 첫 열매를 먹으면서 새해를 맞이한다. 3주간의 긴 축제를 치르는 동안 국왕과 남자들은 유대감을 강하게 느끼고 하나된 마음을 갖게 된다.

기독교 국가라서 성경과 관련된 조각품들이 많다. 선물하기에 좋은 공예품이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공동체 사회
민족의 정체성이 분명한 에스와티니 국민은 62년 간 영국의 지배에도 불구하고 서구문화에 잠식당하지 않았다. ‘나’라고 쓰면서도 ‘우리’라고 읽는 이들의 사고방식은 더불어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고아가 생기면 친척들이 나서서 데려다 키운다. 윗세대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다음 세대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풍습이다.
게다가 단일 민족의 씨족 사회라서 보통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다. 숨어 사는 ‘익명성’의 삶은 존재하기 어렵다. 구속력을 갖는 법보다 마을의 질서가 개인의 삶에 더 영향을 준다. 즉, 같은 마을에 살면서 이웃사람을 속이거나 주민에게 부도덕한 일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국왕에 대한 무한신뢰를 가진 국민들

화강암 바위로는 전 세계에서두 번째로 큰 시베베록Sibebe Rock. 암반등벽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아프리카에서 치안이 가장 안전하며 정치 시스템도 안정된 나라가 에스와티니이다. 국왕은 국
가원수이자 나라의 중심축으로, 국왕 없이는 나라가 존속할 수 없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어려움에 빠지면 국왕님이 도와 주실 거야’라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 그 무한대의 신뢰감이 음스와티3세가 국민을 위해 선정善政을 펼치는 가장 큰 힘이다.

 

글=조현주 발행인
도움=강태욱 글로벌리포터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현주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