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이해하는 여행 월드캠프

캠프 마지막 날 아침,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마라톤이 개최되었다. 약 5km의 거리를 완주한 기쁨을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만끽했다. (빨간색 티셔츠 차림이 골드버그 제노) 사진제공 골드버그 제노
캠프 마지막 날 아침,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마라톤이 개최되었다. 약 5km의 거리를 완주한 기쁨을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만끽했다. (빨간색 티셔츠 차림이 골드버그 제노) 사진제공 골드버그 제노

글 골드버그 제노Goldberg Zeno

저는 미국에서 왔어요. 최근 한글 배우기 동아리에 가입해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친구로부터 한국에서 월드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 행사에 대해 알아 보니,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뉴욕에서만 살아 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어를 쓰지 않는 외국인과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라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만 활짝 열고 있으면 제가 다른 언어를 배우든 혹은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든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죠.

한국의 만두를 처음 먹어본 날. 기념사진은 필수다. 사진제공 골드버그 제노
한국의 만두를 처음 먹어본 날. 기념사진은 필수다. 사진제공 골드버그 제노

한국에 와서 캠프에 참석하면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한 팀이 되어 함께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터놓기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게임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혼자 풀려고 하면 어려울 수 있는 문제들이 함께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또한, 제 삶 속에도 저와 동행하며 저를 돕고 싶어했던 분들이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20대의 여행은 익숙한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마음껏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 묘미가 아닐까요?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면, 자연스레 새로운 언어도 배우게 되고 새로운 삶의 방식도 배울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번 캠프는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네요.

저는 이번 캠프 후, 한국에서 1년간 자원봉사 활동할 더 해볼 계획입니다. 캠프 참석이 연습 게임이었다면, 봉사활동은 실전이겠죠. 다채로운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마음이 단단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고 하잖아요? 앞으로의 1년이 기대됩니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맛보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 비 오는 날 먹은 매콤한 떡볶이와 따뜻한 오뎅 국물의 조합을 잊을 수 없다.(사진 왼쪽 첫 번째가 까쟈 꿀리쇼바)
부산 국제시장에서 맛보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 비 오는 날 먹은 매콤한 떡볶이와 따뜻한 오뎅 국물의 조합을 잊을 수 없다.(사진 왼쪽 첫 번째가 까쟈 꿀리쇼바)

글 까쟈 꿀리쇼바Katya Kuleshova

저는 우크라이나에서 왔습니다. 5년 전, 한국 월드캠프 소식을 처음 접하고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곳에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유익한 강연을 들으며 행복했다는 참가자들의 후기를 많이 보았거든요. 그런데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문화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월드캠프에도 올 수 있었어요.

꿈 같은 일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전쟁 중이기 때문에 18살 이상인 남자 무용수들은 출국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정부의 공식적인 허가가 필요했어요. 기적적으로 문화부와 국방부의 허가를 받고 한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부산 시민들에게 우크라이나 댄스팀 ‘므리야’를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사진제공 까쟈 꿀리쇼바
부산 시민들에게 우크라이나 댄스팀 ‘므리야’를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사진제공 까쟈 꿀리쇼바

캠프 기간 동안 부산의 여러 명소도 방문하고,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고,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캠프 프로그램은 마인드 강연이었어요. 강사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나만을 위해 사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요.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살아오신 그 분은 절망 속에 있던 사람이 다시 소망을 되찾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행복이 가장 크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우리도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해주셨어요. 그 강연을 들으며 제 마음이 뛰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생각을 바꾼다면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는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주고받으며 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이 어느 나라든지 말이죠. 그리고 낯선 걸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이 좋은 여행인 것 같아요. 내년에도 이 캠프에 다시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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