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 19시대, 우리는 무엇을 남길까? ③

쉼1, 몸은 떨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사람이 고립되면 한 가지 생각에 빠지게 되고, 부정적인 생각에 이끌려가기 쉽다. 이 때 가족이나 친구든 누군가에게 연락해보자. ‘불안’ ‘우울’이라는 감정으로 가득 찼던 마음에 ‘반가움’ ‘고마움’ ‘기쁨’이 하나씩 고개를 들 것이다.

연락 한통에도 따뜻해지네요

3주째 집에서 지내는 중입니다. 2주 전, 너무 답답하고 무기력해져서 탈출구를 찾던 중, SNS를 통해 ‘안녕 캠페인’을 발견하고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한 친구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이더라고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 울고 웃었어요. 얼마나 두려웠는지, 어머니의 사랑을 얼마나 느꼈는지, 격리 생활은 어떤지…. 제가 친구를 위해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제게 무척 고맙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전에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도 이런저런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제 몸은 멀어도, 마음은 사람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자가 격리자 K씨

“엄마 덕분에 걱정없이 지냅니다”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서울에는 마스크가 다 품절돼서 못 산다는데, 마스크 하고 다니나?” 인터넷을 켜면 마스크 품절, 마스크 사재기 등의 연관검색어가 올라오고 있어서 걱정이 되셨나보다. 나는 괜찮다는 이야기를 연신 하며 걱정하는 엄마를 안심시켰다.

이틀 뒤 집으로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다. 엄마가 보낸 것이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마스크 15장과 손 세정제, 물티슈가 들어 있었다. 최근 엄마가 사는 동네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라, 나보다 엄마가 더 필요할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엄마, 택배 보냈던데 엄마는 마스크 있어?”

“응, 엄마는 있어. 서울은 마스크 다 품절이라며.”

“거기 확진자 나와서 엄마가 마스크 더 필요할 거 같은데....”

“아니다. 엄마는 밖에 잘 나가지도 않아서 많이 필요 없다. 네가 밖에 돌아다니느라 마스크 필요하지. 거기는 마스크도 없고, 있어도 비싸다며.”

엄마는 나에게 마스크를 보내주기 위해 약국 여러 곳에서 줄을 섰다고 했다. 엄마가 보내준 마스크가 여러 종류인 것을 보니, 종류만큼이나 약국을 돌아다녔을 엄마를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는 마지막까지 손 씻는 것, 먹는 것, 마스크 쓰는 법 등을 일일이 알려주시곤 전화를 끊었다. 다 큰 딸이 엄마 눈에는 여전히 아이 같은지, 한참을 그렇게 설명해주었다.

그 이후로 매일 엄마가 보내준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당분간 고향에 내려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라도 매일 엄마의 사랑과 만나니 어려워도 버틸 만하다.

요즘 마스크를 선물하며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자주 본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발품을 팔고, 본인이 쓰기에도 부족한 마스크를 나누며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들을 보니, 코로나로 인해 서로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할 기회가 생긴 것 같다. 나도 이번 주말에는 엄마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마음을 전해야겠다. 엄마 덕분에 걱정없이 지낸다고, 엄마 덕분에 힘이 난다고.

쉼2, 코로나 덕분에

‘코로나 덕분에’ 대기오염이 줄어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사가 인기 검색창에 올라왔다. 웃프긴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생긴 슬픈 일이 아닌 그 덕분에 생긴 긍정적인 영향에 주목한 것이 흥미로웠다. 불편하고 답답한 우리 삶에서도 ‘코로나 덕분에’ 뜻밖에 마주하게 된 감사나 기쁨은 무엇일까?

“달리기만 했던 삶을 다시 돌아봐요”

코로나19 이후 아르바이트 근무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동시에 바쁘던 제 일상에도 뜻하지 않은 여유가 찾아왔어요. 작년 이맘때 즈음에는 정신없이 과제 하고, 아르바이트 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 지냈거든요. 지금도 물론 사이버로 수업은 듣지만 틈틈이 읽고 싶은 책도 읽으며 지냅니다. 그리고 미뤄두었던 고민도 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것인지’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지’ 돈이 없어 생활은 좀 막막하지만, 제 삶에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생각하는 유익한 시간으로 보내고 싶어요. -대학생 O씨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해요”

공부하느라 바쁜 고등학생 첫째, 기숙학교를 다니던 중학생 둘째, 초등학생 셋째 모두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도 재택근무를 시작했고요. 겨울, 여름 방학 때도 다 같이 지내는 시간은 일주일이 채 안되었는데, 코로나 덕분에 다섯 식구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아침 7시 30분에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 식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 10시에는 거실에서 유튜브 영상을 함께 보고 운동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 시시콜콜한 일들로 울고 웃고 싸우는 아이들을 볼 때면 즐거워요. 물론, 집안일은 3배는 더 많아진 것 같아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언제 다시 올까요? 특히, 내년이면 아들이 대학생이 되기에 저는 이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보내려 합니다. -주부 J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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