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특집 ⑥ 소녀방앗간 김민영 대표

‘소방’이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한 소녀방앗간은 2014년, 대학생 김민영 씨가 서울 성동구의 서울숲 인근에 연 식당이다. 청정지역에서 어르신들이 직접 채취한 산나물, 장인들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발효장 등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한 요리로 크게 사랑받고 있다. ‘대학시절 했던 아르바이트는 인생을 가르쳐준, 참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라는 게 그녀의 말이다.

지금까지 20개가 넘는 알바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백화점 생선굽기, 카페, 레스토랑, 한식당, 백화점 푸드코트, 결혼식 뷔페 서버, 과외교사, 논술첨삭 교사, 학원강사, 선거 출구조사, 도서관, 편의점…. 정확히 세어 보니 23개 정도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알바를 한 만큼 잊지 못할 기억도 많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강남의 유명 백화점 지하에서 했던 생선굽기예요. 제가 했던 알바들 중 가장 오래 했던 일이고, 그런 만큼 산전수전, 좋은 일 슬픈 일을 다 겪었어요. 어떤 손님은 면전에서 아이에게 ‘너도 공부 안 하면 커서 이런 데서 일한다’라고 하셔서 무안했던 적이 있어요. 점심시간이면 30평 남짓 되는 휴게실에 100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모인 틈바구니에서 박스를 깔고 쪼그려 앉아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다른 아주머니들과도 살뜰하게 지낼 수 있었지요.

중학생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시간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친 것도 기억에 남네요. 중학교 때 한번 배운 내용이니까 기억이 잘 날 줄 알았는데, 뜻밖에 기억 안 나는 부분도 많아서 수업 전날이면 밤에 EBS 강의를 듣고 교재로 공부하며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흔히 알바를 하는 이유는 수입을 얻고, 나아가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하고 관심분야를 탐색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표님이 알바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알바를 통해 용돈과 생활비, 학비를 벌어야 하는 건 당연했고요. 돈을 벌면서 세상살이도 겪고 지금까지 못해 본 일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지요.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다 보니, 몸이 힘들 때도 정말 많았고,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께 학비에 용돈까지 꼬박꼬박 받으며 여유있게 공부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고 형편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알바를 하며 보낸 20대 초반은 세상살이를 배우고 일하는 태도를 터득한, 지금 돌아보면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알바를 하며 배운 것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어려서부터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신문기자가 되어 좋은 기사를 써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거든요. 전공을 살려 23살 때 중소기업 홍보팀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어요. 나름 ‘잘해 보겠다’는 각오와 의욕을 품고 갔는데, 웬걸 커피 타기나 서류 복사하기 등 간단한 일부터 실수투성이였어요. 그야말로 혼나는 나날들의 연속이었죠. ‘아, 내가 결코 잘하는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걸 그때 알았죠.

그러다 하루는 ‘어느 분야에 대해 큰 성과를 이루거나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럼 나도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쉽고 빠르고 편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습관을 버리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파고들며 업무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가령 상사께서 ‘이런저런 업체를 검색해 봐라’는 업무를 주시면, 포털을 검색해서 나오는 업체들의 홈페이지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정리해 보고했어요.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물론 2년 뒤에 일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그 시간은 참 많은 것을 배우며 스스로도 한층 더 성장한, 값진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말 행복하고 보람 있는 알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바를 하면서 행복이나 보람을 느껴 보자고 하는 건 어쩌면 강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무겁거나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고요. ‘내 시간과 삶을 조금 더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자’는 마음으로, 알바하는 시간이 스스로에게 좋은 배움과 경험의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면 어떨까요? ‘열심히 한다고 돈 더 주는 것도 아니잖아. 어차피 시간만 때우면 돈 받는데, 뭐’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 역시 우리의 삶이고 시간입니다. 그러니 값지게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흔히 하는 말로 ‘열정페이’처럼, 온갖 부당한 조건이나 대우를 감수하며 이 악물고 일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 본 적 없는 일들을 하며 내 인생을 다채로운 경험과 노력으로 채우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알바생이었지만, 지금은 사장님이 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알바 경험이 식당을 운영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나요?

하나하나 다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바를 하다 보면 희로애락喜怒哀樂, 그러니까 좋은 일, 화나는 일, 슬픈 일, 즐거운 일 등 온갖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 자신의 감정에 대처하며,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많을 텐데, 어떻게 대응할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죠. 특히 알바를 하면서 다양한 유형과 계층의 손님들을 응대했던 경험 덕분에, 지금은 어떤 손님을 만나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손님의 요구사항을 맞춰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알바를 하며 만난 분들 중에는 제 부모님뻘 되는 분들도 많았어요. 함께 험한 일을 하면서 그분들의 삶의 고민, 현장에서 일하며 겪는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식당 오픈을 준비할 때도 인테리어를 맡은 시공업자들께도 음료와 간식을 챙겨드리면서 가깝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알바를 하면서 매달 일정 금액씩 돈을 벌어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고민했던 경험은, 현재 식당을 경영하며 불필요한 비용은 아끼고 이윤을 창출할 방안을 모색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소방’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점을 강조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소방’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 모두가 각자 삶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식에 관심이 많고 배우고 싶다’ ‘간단한 식당 일이라도 의미와 보람 있게 하고 싶다’ ‘모두가 모여 같은 목표를 갖고 일하는 데 안정감을 느낀다’ 등 지원동기는 저마다 참 다채로워요. 저마다 자신의 삶에 대한 기준과 방향이 있고, 그렇기에 ‘소방’에서 일하는 시간 또한 빛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저는 ‘소방’이 단순히 윗사람 마음대로 움직이는 일터가 아닌, 원칙과 규칙을 갖고 운영되는 일터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소방’ 식구들과 함께 조리나 서비스에 대한 모든 사항들을 매뉴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면접할 때 특별히 ‘이런 마인드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함께 일하는 동료를 반드시 존중하고 배려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외식업은 누구 한 명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팀으로 똘돌 뭉쳐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한 마음만큼 좋은 대우를 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모두가 골고루 존중받으며 일하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청년 알바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알바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실 텐데요. 모든 경험은 하고 나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저 역시 알바를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가치를 나누면서 마음에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삶의 모든 과정에서 실패는 없고, 경험과 성장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대단한 성과가 없더라도 조급해하지 마시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진심과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그 시간은 고스란히 여러분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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