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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나다우크라이나 난민 취재기
최지나 기자 | 승인 2022.07.18 09:55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을 발사해 두 나라 간에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는 우크라이나 여성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뉴스와 SNS에 퍼지면서, 전쟁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국외로 피난한 인구는 800만 명을 넘어섰다(유엔난민기구, 2022년 6월 21일 기준). 전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에 국내에서도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다. 6월 20일은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이날 각종 SNS에서는 사람들이 각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난민을 돕는 모금 운동과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명 운동 등을 진행했다.

해마다 각 지로부터 온 수십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지 않았음에도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난민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히 할테 디히Ich halte dich’ 단체의 류의규 긴급구호 단장을 온라인으로 만나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난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취재했다.

ⓒOleksandr Klymenko

독일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난민들

전쟁이 일어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전쟁이 일어났던 날이 생생합니다. 새벽 4시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제 남편이 일어나 친구들에게 전화해 안부를 물었고, ‘전쟁이 시작됐다’라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한 번 더 폭발음이 들렸고, 직장에서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마트로 향했는데 이미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습니다. 은행 ATM기는 현금이 다 떨어져 있었고, 약국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생소한 광경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주었습니다.

첫 폭격이 있고 5일 정도 지나자 폭격이 점점 더 심해졌고, 러시아 군인들이 우리가 사는 지역까지 들어왔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60명이 사살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러시아 군은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빌딩에도 폭격 가능 표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살던 곳에 머물 수 없어 동네를 떠났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아들을 데리고 키이우 중앙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좁은 기차 칸에 수많은 사람들과 모여서 그렇게 키이우를 떠났습니다.

아직 그곳에는 저의 친구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미 목숨을 잃은 친구들도 많아 자꾸 생각납니다. 앞으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슬픕니다. – 따띠야나

저는 전쟁이 시작된 하리콥에서 왔습니다. 24일 새벽, 사방에서 폭격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살던 집이 폭격당했고, 많은 집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눈앞에서 집들이 무너져내릴 때 ‘이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직시했습니다. 다만 며칠 안에 끝날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지내던 이웃들이 죽었고, 제 남편과 두 명의 남동생이 그곳에 남아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피난용 열차를 타고 독일로 왔습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합니다. – 나탈리야

저는 미콜라이우에서 세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한순간에 집을 잃고, 직장을 잃고, 아무것도 모르는 곳으로 왔습니다. 어린 아기와 함께 떠날 때 굉장히 두려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앞을 내다볼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미콜라이우에서 떨어진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주위에 러시아 군인들이 있어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한 달 반 정도 교회의 도움으로 그곳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전쟁이 끝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아이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4살짜리 아이는 어떤 아저씨가 총으로 토마토를 쏜다며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폭탄 소리를 듣고 많이 울었습니다. 모든 것을 설명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비행기만 지나가도 몸을 움츠리고 두려워합니다.

앞으로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벌었던 돈으로 우린 집을 샀습니다. 9월이 되면 새 집에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더 이상 꿈이란 걸 가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평범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옥산나

저는 엄마와 함께 피난 길에 올랐습니다. 전쟁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항상 친구였습니다. 러시아에는 친척과 친구들이 살고 있고, 전쟁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월 24일 새벽 다섯 시, 첫 번째 폭발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을 나가기 위해 일어났다가 그 소리를 들었고, 그때부터 무수한 폭발이 일어났고 소음이 발생했습니다. 밤이 되면 불을 껐고, 어디에도 불빛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둠, 고요, 어디론가 날아가는 비행기..., 너무 무서웠습니다. 토요일 아침, 우리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다고 판단해 작은 가방 2개를 챙겨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며칠 동안 기차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폴란드였습니다.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이틀 동안 이동해 독일에 도착했습니다.

아빠와 남자친구는 우크라이나에 남아 러시아에 대항해 싸우고 있고, 엄마의 여동생과 두 명의 어린 동생은 지하실에 숨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으로 오라고 하고 있지만 어떻게 와야 할지 막막합니다. – 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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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난민의 동향은
2022년 6월 16일 공개된 유엔난민기구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강제로 집을 잃은 사람들의 수가 지난 10년 간 매년 증가했고, 올해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난민기구가 *강제 이주민 수치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크고 급격한 규모의 실향 사태를 야기했다.
*강제 이주민(Forcibly displaced)에는 난민과 국내 실향민, 난민 신청자, 베네수엘라 실향민이 포함된다.

용어 정리
*난민 (Refugee):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자로,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돌아갈 수 없어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

*국내 실향민 (Internally Displaced Person): 집이나 통상적인 거주지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으나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을 넘지 않은 사람.

*난민 신청자 (Asylum-seeker): 국제적 보호를 구하는 개인으로 난민 신청 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난민 심사 기간 동안 난민신청자 역시 국제적 보호를 받으며 강제 송환될 수 없다.

*베네수엘라 실향민 : 베네수엘라를 떠났으나 법적으로 난민 혹은 난민신청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 이들은 난민에 준하는 보호를 필요로 한다.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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