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구호 단체 '이히 할테 디히' 류의규 단장

한국 시간으로 6월 16일 저녁 11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긴급 구호 단체 ‘이히 할테 디히’의 류의규 단장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현황과 구호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독일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십니까?

그들이 피난올 때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서 구호물품, 생필품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난민을 돕는 단체가 많아졌습니다만, 전쟁 초기에는 직접 생필품을 구해서 그들이 최대한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독일에서 난민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난민 신청을 하고 주거지역에서 거주해야만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어가 서툰 사람들에겐 난민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서류 작성을 도와주고 주거지역을 구할 때까지 임시적으로 센터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후에는 80여 명의 난민들이 주거지역에서 지낼 수 있도록 은행이나 후원단체를 연결해 집을 제공받아 주었습니다.

므리야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과 류의규 단장. 7월 초에 있을 세계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학생들은 총 50명으로, 한국시간으로 6월 26일 입국한다. 이 학생들은 대회 참가를 끝으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일을 시작으로 폴란드, 헝가리, 유럽 전역을 돌며 투어할 계획이다. 이 공연으로 또 다른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것을 기대한다.
므리야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과 류의규 단장. 7월 초에 있을 세계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학생들은 총 50명으로, 한국시간으로 6월 26일 입국한다. 이 학생들은 대회 참가를 끝으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일을 시작으로 폴란드, 헝가리, 유럽 전역을 돌며 투어할 계획이다. 이 공연으로 또 다른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것을 기대한다.

꼭 필요한 지원이네요. 독일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른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신가요?

네. 앞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독일에 적응하고 지내야 하는데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매주 독일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한번씩 맘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맘카페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진행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활동입니다. 이곳으로 피난 온 난민들의 90%가 여성입니다. 18세부터 60세의 남자들은 징집 대상이라 피난을 나올 수 없기에 여자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피난을 나온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엄마의 경우 자녀들 앞에서 슬픔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사귐을 가지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경우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축구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지원받아 토요일마다 축구 교실도 운영 중입니다.

매주 바쁘게 진행되고 있네요. 어린이 날에는 특별한 행사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6월 1일인 국제 어린이 날을 맞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아왔습니다. 그들을 위해 솜사탕, 팝콘 등의 간식을 준비하고, 에어바운스 놀이 기구를 빌려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외에도 페이스 페인팅, 사진 촬영, 그리고 3D로 그림을 그려주는 장치 등을 이용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샤슬릭Shashlik이라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즐겨먹는 양꼬치 구이와 햄버거를 준비했고요. 이날 아이들이 부모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 어머니는 “이곳에 온 뒤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어린이 날 행사를 찾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그들은 페이스페인팅을 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어린이 날 행사를 찾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그들은 페이스페인팅을 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다양한 행사를 하고 계시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어려움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민간 단체나 교회, 자선 단체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도 많이 도와주시고요. 어렵지만 다 같이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난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가 큽니다. 나라는 현재 전쟁중이고, 남편은 본국에 남아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의 부모님일 할머니나 할아버지 분들은 거동이 불편해 피난을 오지 못하고 언제 폭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들려오는 전쟁 소식들은 절망적이고 암울하기 때문에, 다들 걱정과 불안감을 가지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는 비행기만 날아가도 숨고, 큰소리라도 나면 폭탄이 떨어진 줄 알고 두려워하고요.

우크라이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음식들로 준비된 점심식사를 받는 아이들과 봉사팀의 모습.
우크라이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음식들로 준비된 점심식사를 받는 아이들과 봉사팀의 모습.

그렇군요…. 그런 상처들이 아물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독일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위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노래와 춤으로 구성된 공연을 준비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공연 후에는 타국에 와서 고국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고, 언제 또 이런 공연을 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공연을 보고 저희 센터에 찾아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전쟁의 슬픔과 고통, 남은 가족들을 향한 걱정과 불안, 혼자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을 보며,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슬픔과 절망과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절실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와 소망을 주는 일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심리적인 안정에 중점을 두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세계 최대 항공기였던 우크라이나의 ‘므리야’가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되었습니다. ‘므리야’는 ‘꿈’이라는 우크라이나 말입니다. 그 일에 대해 한 신문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꺾기 위해 므리야를 파괴했지만, 꿈을 부수진 못한다.”라고 썼더군요. 그 기사를 읽고, 우크라이나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실현시킬 ‘므리야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케이팝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젊은 학생들이 댄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댄스 페스티벌에 나가서 ‘대상’을 받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춤이 좋아서 참여한 학생들은 처음 이 프로젝트를 듣고 ‘우리가 어떻게 한국에 갈 수 있지? 우리는 비행기 값도 낼 수 없는데’ 하며 포기하려고 했지만, 계속 소망을 심어주었습니다. 1주일 전, 이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학생 50명의 비행기 삯을 다 마련했습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공연이니 많은 분들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대됩니다. 학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뻤겠습니다.

한 학생이 펑펑 울면서 “내가 혼자 집에 있었다면 두려움 속에서 떨며 지냈을 겁니다. 매일 불안에 떨며 내일을 걱정하며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꿈도 꾸지 못했던 한국에 가게 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더군요. 학생들이 ‘한국에 가는 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실제로 이뤄지니까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행복해했습니다.

학생들이 기뻐하고,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질 때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찾게 됩니다. 제가 그들을 풍요롭게 해주진 못하더라도 마음에 자리한 슬픔이나 두려움을 빼내고, 그 자리에 기쁨이나 꿈을 채워주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시간 뒤엔 행복한 때가 온다고 믿으며, 그날이 오기까지 함께하고 싶습니다.

온라인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는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해보았다. 단기적으로는 구호 지원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정착한 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닐 것이다. 지워지지 않을 상처, 고통, 불안은 언제 어떻게 그들을 잠식할지 모른다. 그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는 것보다 행복한 순간들을 계속 선물하는 건 어떨까. 그들이 기뻐하고 감사하며 삶을 이어가는 동안 슬픔이 생각나지 않도록 말이다.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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