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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주인공, 김범수 '짐바브웨에서 피어난 겨울보리'비하인드 2019 굿뉴스코 페스티벌[2]
김성훈 기자 | 승인 2019.03.11 15:06

지난해 2월에 해외로 파견되어 연말에 귀국하기까지 10개월 간의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들. 이들은 다시 모여 2개월 일정의 새 도전에 나선다. 바로 해외봉사단 귀국발표회인 ‘굿뉴스코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공연하는 일이다. 중간에 낀 설 연휴를 제외하면 주어진 시간은 3주 남짓…그 기간에 감동과 기쁨으로 꽉 채운 2시간짜리 무대를 완성해야 했다. 그들의 지난 두 달은 과연 어땠을까? 무대 안팎에서 활약했던 굿뉴스코 단원들의 뒷이야기를 들어본다.

김범수씨. 대학에서 외식상품학을 전공하던 중 짐바브웨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제 트루스토리를 본 관객들께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길 바란다’고 말한다. 현재 4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무릇 범凡자에 물 수水, 범수. ‘평범한 물 그릇’이란 뜻인 내 이름은 외삼촌께서 평범하게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이다. 하지만 내 인생은 평범하지 못했다.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무관심 때문에 부모님은 자주 싸우셨다. 결국 내가 여덟 살 때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나는 어머니와 살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인생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여덟 살 때 간질이 시작됐다. 간질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병을 심하게 앓으면서 1 더하기 1도 모르는 바보가 되었다. 한번은 수업 도중에 발작을 일으키면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그 모습에 놀란 친구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고 짓궂은 아이들은 나를 둘러싸고는 ‘다시 기절해보라’며 때리기도 했다. 다행히 간질은 완치되었지만, 친구들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는 더 곪아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가서도 또 누군가 날 괴롭힐까 봐 늘 초조했고, 두려운 마음에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할 때가 많아서 사람을 사귀기 어려웠다. 도무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서 삶의 의욕만 잃어갔다.

어벤져스 다섯에 엑스트라 하나

대학에 들어가서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게시판에 붙어있던 굿뉴스코 포스터를 보았다. 포스터 속 현지인과 봉사단원의 환한 미소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을까? 저기에 가면 저렇게 행복해질 수 있나? 나도 행복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그런 마음에 굿뉴스코에 지원했고 짐바브웨에 갔다. 짐바브웨 단원은 나를 포함해 총 여섯 명이었다. 나를 제외한 다섯명의 단원은 각각 자신을 나타내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었다. 댄싱머신, 만능스포츠맨, 포토그래퍼 등 자신의 특기를 살려 아카데미와 여러 행사를 담당했다. 어벤져스 같은 그들과 달리 나는 눈에 띄지도 않는 엑스트라였다.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열등감만 느껴졌다. 같이 온 단원들은 제대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나만 어정쩡하게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단원들과 섞이지 못하고 혼자서 겉돌았다.

“형은 행복할 조건이 참 많은 거 같아”

우리 짐바브웨 단원들은 식사 후 가위바위보로 설거지당번을 정했다. 한번은 가위바위보에 져서 현지 친구타코와 같이 당번이 되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내 마음을 처음으로 타코에게 말했다.
“타코, 나는 진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해외봉사와서도 그렇고 내 인생은 늘 이랬어. 여덟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그때부터 간질도 생겼어. 그것 때문에 항상 괴롭힘당하고… 어떻게 해야 내가 변할까?”
내 말을 듣더니 타코는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범수 형, 내가 보기엔 형은 행복할 조건이 참 많은 거 같아. 나는 두 살 때 엄마, 아빠가 이혼하셔서 동생 세 명을 나 혼자 돌보고 있어. 그리고 자동차가 내 발을 밟고 지나가서 새끼발가락도 잃었어. 형, 그런데 나는 참 감사한 게 부모님이 이혼하셨지만 두 분은 아직 건강하시고, 난 새끼발가락이 없어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잖아. 형도 나처럼 생각을 바꿔 봐. 형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여도 많은 사람이 형에게 신경써 주고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나는 설거지를 하다 말고 갑자기 타코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항상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타코를 보며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구나.’ 타코의 따뜻한 위로는 짐바브웨를 향해 닫혔던 내 마음을 열어 주었다.

겨울보리와 같은 사람

‘그래,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는 하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잘할 수 있겠지!’ 그 후로 궂은일도 도맡아서 했고 남들보다 부족하기에 더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계속 실수만 하게 되니 점점 의기소침해졌다. 하루는 너무 속상해 혼자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그때 내가우는 소리를 들으신 지부장님 사모님께서 다가오셨다.
“범수야, 왜 여기서 혼자 울고 있어?”
“사모님, 저는 왜 이렇게 못난 걸까요?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열심히 할수록 실수만 늘어나요.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부모님 이혼에, 간질에, 따돌림에.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왜 저만 이렇게 어려워야 하나요?”

“그래, 많이 힘들었겠다. 그런데 범수야, 너 농부들이 굳이 가을에 보리씨를 뿌리는 이유를 아니? 가을에 씨를 뿌리면 보리 싹이 춥고 힘든 겨울을 지나야만 하잖아. 그런데 반드시 가을에 씨를 뿌려야 해. 그래야만 지난해 수확한 양식이 바닥난 시기에 보리가 귀한 양식이 될 수 있어. 그래서 보리 싹이 자라기 힘들 걸 알면서도 씨를 뿌리는 거야. 범수야, 나는 네 인생 속 어려움이 너를 겨울보리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 네가 그런 사람이 되면 너처럼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거야.”

겨울은 보리에게 인고의 시간이지만 동시에 보리를 강하게 만든다. 가난했던 시절, 겨울을 지낸 보리는 늦은 봄 가난한 이들의 배를 채워주는 소중한 양식이 되었다. 겨울보리와 같은 사람. 내 인생의 겨울은 정말 혹독했다. 부모님의 이혼, 갑자기 찾아온 간질, 그로 인한 괴롭힘… 내 인생은 끝까지 겨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짐바브웨의 따뜻한 사랑이 찾아왔다. 그 사랑을 느꼈을 때 비로소 내 겨울은 희망 가득한 봄이 되었다.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짐바브웨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후 마인드강연을 하면서 내가 발견한 희망과 행복을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 내 강연을 듣고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는 것을 볼 때 너무 행복했다.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많은 사랑과 행복을 준 짐바브웨.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가 예전의 나처럼 겨울에 머물러 있는 보리들에게 봄을 찾아주고 싶다.

김범수씨의 어머니 김현순씨는 "제가 일하느라 범수한테 따뜻하게 못해줬어요. ‘추운 겨울이 보리를 싹트게 한다’가 트루스토리 주제였는데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너무 좋았을 텐데. 마음의 교류를 못하며 살았고 또 할 줄 몰랐다는 것도 많이 아쉬웠어요. 굿뉴스코 대학생들은 정말 어디에 가도 세상의 밝은 빛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직접 보았고 제 아들도 그렇고요. 아들이 해외봉사를 다녀온 걸 계기로 모자 사이가 훨씬 더 가까워져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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