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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친구들은 맘 좋아~커버스토리
고은비 기자 | 승인 2018.09.03 10:13

왼쪽부터 강주희, 안드레아, 김소은

이번 달 표지로 선정된 저희 사진 어떤가요? 루마니아에서 평화로운 오후를 함께 보내는 저희 세 명이 무척 가까워 보이지요? 저희들 사이가 이렇게 가까워지기까지는 끊임없는 대화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답니다. 저희들의 친구사귀기 비결이 궁금한가요?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루마니아 친구들을 어떻게 사귀었나요?

김소은. 아동미술을 전공하며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던 그가 루마니아에서의 봉사활동을 선택한 후 현지인 친구들과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는 낯가림도 심하고 외국어 능력도 뛰어나지 못해서 처음에는 한국인만 친구처럼 대하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샤샤라는 친구가 멀뚱멀뚱 서 있는 제게 다가오더니 말을 거는 거예요. 샤샤는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알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 일을 계기 로 새로운 친구들을 한 명 두 명 사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금방 한계가 찾아왔어요. ‘말이 잘 안 통하니 까 불편하고 답답해서 나와 대화하지 않으려 할 거야’ 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번은 현지인 친구들이 모두 모였을 때 한국에서 선물용으로 가져간 전통적인 모양의 거울을 하나씩 나눠주었어요. 그런데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제 생각엔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데 작 은 것에 감동하는 순수한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마음이 활짝 열려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친해지려고 애썼던 것 같아 요. 손짓 발짓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죠. 루마니아 말 을 잘 못해도 알아듣는 것처럼 반응도 크게 하고요.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면 언어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친구는 아직까지 제가 준 거울 선물을 가지고 다니는데 제 마음을 받아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고마웠어요

눈이 크고 코도 오똑한 루마니아 친구들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루마니아 사람들은 다른 유럽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갈색 또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어요. 피부색 도 한국 사람이 더 하얀 경우가 많고요. 친근하게 느껴지는 외모랍니다. 안드레아는 정말 예쁜 눈을 가졌는데요. 그런 안드레아는 오히려 한국인들의 밋밋한 눈을 좋아해요.
“언니 눈과 내 눈이 바뀌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할 정도죠. 루마니아 사람들이 한 국 사람들의 작은 눈까지 부러워하며 좋아 해주어서 자부심을 느끼며 지내고 있어요.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쳐다본답니다. 정말 신기해요.

루마니아 사람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관심을 많이 가지나요?

강주희. 지인으로부터 해외봉사 체험담을 듣고 변화를 꿈꾸며 루마니아로 떠났다. 하루하루 색다른 경험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표현하려고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 홍지은에게 편지를 썼다.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동유럽 사람들은 한국에 관심 이 많아요. 코리아캠프를 하러 알바니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터키 등의 여러 나라들을 다녔는데 한국 을 너무 너무 좋아했어요.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 을 사랑하고요.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현지인 친구를 사귀기가 쉽죠.

7월 초에 코리아캠프 거리 홍보에 나선 적이 있어요. 그때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한국인인 걸 알아보시고는 관심을 보이셨어요. 현빈을 좋아한다고 하시며 현빈 아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루마니아에 KJ라는 한 국·일본 마트가 있어요. 그런데 일본 음식은 거의 없고 한국 식재료들로 가득 채워져 있죠. 라면은 물론 한국 아이스크림, 찹쌀떡, 고추 장…. 마트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뮤비도 모니터에 나와요. 루마니아 사람 들이 한국을 좋아해서 마트도 장사가 잘된다고 해요.

한번은 안나라는 친구가 자기 집으로 저희를 초 대해줬어요. 맛있는 닭발요리를 만들어주겠 다고 하면서요! 한국 닭발보다 두 배는 큰 닭발을 가지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프라이팬 채 올려놓고 그 많은 걸 다 먹었어요. '엘레나'라는 친 구도 있어요. 엘레나와 봉사단센터로 가고 있는데 엘레나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김치를 만들어 먹고 싶은데 어떤 재료가 필요하냐고 물었죠. 재료가 무척 비싼데도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만들어 먹는 사람 들이 많아요. 한국의 모든 것이 루마니아에서 인기가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아요. 저희들도 덩달아 인기 있는 사람들이 되죠.

친구에게 말을 걸 때 쓰는 루마니아어 인사말을 소개해 주세요.

아침에는 ‘부너 디미네아차!’, 점심에는 ‘부너 지와!’, 저녁에는 ‘부너 세아라!’라고 인사해요. 친구 사이에 는 가볍게 ‘부너~’라고 해요. 오늘 뭐하냐고 물을 때는 ‘체 마이 파 치?’라고 하면 돼요. 헤어질 때는 ‘라 레베데레~’라 고 하죠. 루마니아 사람들은 정이 많아서인지 만나면 인사만 하지 않고 항 상 안아줘요. 또 헤어질 때는 아쉬운 마음에 아 주 오랫동안 인사를 여러 번 하죠. 루마니아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 유학생 들이 루마니아어로 사람들과 말하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그래서 ‘토요일에 만나’라는 뜻인 ‘네베뎀 숨버터’를 사용해 보려고 열심히 외웠죠. 까먹지 않으려고 숨버터를 ‘쓴 버터’라고 외웠던 기억이 나요.

남은 5개월의 봉사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궁금합니다.

한 달 후부터 봉사단은 유럽 24개국 28개 도시 사람 들 에 게 행복을 전하는 뮤지컬 투어인 ‘크리스마스 미 러클’ 공연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요. 루마니아에 서 사귄 친구들 중에 그 공연을 보고 저희와 가까워진 학생들이 많은데요. 마음을 다해 준비 한 공연으로 봉사단과 저희의 마음을 유럽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저희로 인해 행복 을 느끼고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보람된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루마니아 친구 안드레아의 이야기,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코리아캠프에 참석해 소은이와 주희를 처음 보았을 때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걸어볼까?’ 망설였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한국말을 못해서 친구가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어요. 그런데 고맙게도 소은이와 주희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거예요. 그때 이름과 나이를 말하는 아주 짧은 대화를 했지만 신기하게 말문을 연 자체로 가깝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제가 계속 말을 걸었죠. 지금 우리 사이는 정말 가까워졌습니다. 소은과 주희 덕분에 한국 잡지에도 나오고 정말 ‘대박!’입니다^^"

To. 죽마,지은이에게

내 죽마 지은아, 안녕?! 갑작스러운 편지에 놀라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이곳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네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 루마니아에 온 지 벌써 7개월이 되었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1년 뒤가 먼 미래처럼 느껴졌는데 매일매일 사람들을 만나 고 월드캠프, 댄스캠프, 코리아캠프를 하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 그 만큼 너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멋진 장소와 신기한 맛의 음식과 좋은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너랑 같이 루마니아에 오면 얼마나 신날까? ㅎㅎ

루마니아에서 사귄 친구들 중에 ‘안나’가 있어. 안나를 처음 봤을 때는 진한 화장이 무서워서 친해질 생각도 못 했지. 그런데 점점 알아갈수록 배울 게 많은 친구더라고. 안나는 나보다 어린데도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해줘서 언니처럼 느껴져. 항상 나에게 “언니, 고마워. 정말 감동받았어. 언니 최고야!” 하며 마음을 표현해주어서 내가 오히려 더 고맙더라. 안나를 보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표현을 안 하고 살았는지 생각하게 됐어.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특히, 이런 나를 이해해주고 기다려 준 너에게 가장 고마워. 타국에 오니까 너의 소중함이 커지네.^^ 루마니아에서 속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어. 나중에 달라진 내 모습을 보고 놀라지 말길! 지은아~! 너도 꼭 해외봉사를 경험해보면 좋겠어. 1년이라는 시간을 외국에서 보낸다는 게 결정이 필요한 일이지만 떠나와 보면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그럼 4개월 뒤에 한국에서 보자 죽마야. 안녕~

2018.8.19 주희가
※추신: 너도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면 답장할 것
 

이 책 어때요?
<내 젊음을 팔아 그들의 마음을 사고 싶다>

언어가 안 통하면 마음을 나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을 완전히 바꿔준 제레꼬레. 지금은 이곳 코나크리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바짐, 가미, 땜가, 오귀스땡….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더 이상 내게 핑곗거리가 될 수 없었다. p.92

해외봉사를 떠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정한 현지 친구를 사귀는 로망을 가진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면 언어문제 로 움츠러들어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이외에도 서로 다른 생김새와 나이, 문화, 성격 등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는 많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것 때문에 친해지기 어려울 거야’라는 생각! 친구 사귀기의 첫 번째 단계는 ‘Just open your mind’라는 점을 명심하자.

고은비 기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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