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특집 마음을 알면 방향이 보인다_욕구와 자제력 제1편①

손가락 하나 까닥이기 싫을 정도로 무기력한 하루를 보낸 적이 있나요? 아픈 것도 아니고, 피곤한 것도 아닌데 끝이 안 보이는 심연 속으로 내 마음이 빠져 들어가는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먹고 싶지도, 가보고 싶지도, 이루고 싶지도 않다면 점점 우울의 강도가 커질 것입니다. 뭔가 하고 싶은 것을 우리는 ‘욕구’라고 부릅니다. 욕구의 사전적 의미는 ‘본능적, 충동적으로 무엇을 구하거나 얻고 싶어 하는 생리적, 심리적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욕구는 필수적인 것이며, 생명의 동력이자 삶에 발전을 가져오는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됩니다. ‘하고 싶지만 돈과 시간이 없고 능력이 없다!’라는 볼멘소리를 여기저기에서 듣습니다. 어떻게 하면 욕구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잘 운전해서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길을 잘못 들면 과욕, 허영, 중독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생명유지와 문명발전의 원동력인 욕구가 우리 삶에서 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기에 이번 호에서는 욕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다음 호에서는 욕구와 자제력의 관계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이리저리 흐르는 욕구를 조절하여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또 다른 욕구로 전환할 수 있다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찾은 욕구의 대명사 ‘반지를 갖고 싶다!’
<반지의 제왕> 은 영국의 소설가인 존 로널드 로웰 톨킨J.R.R. Tolkien의 유명한 판타지 소설이다. <반지의 제왕> 1권은 1954년에 출간되어 후에 미국에서 톨킨을 숭배하는 현상까지 생길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독일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를 좋아했다고 한다. 바그너의 대표작으로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게르만족의 영혼이 담긴 신화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두 작품에 등장하는 반지는 공통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의 대상을 의미하는데, 반지를 소유한 사람은 결국 저주와 파멸을 맞게 된다.
<반지의 제왕>을 통해 가장 유명해진 캐릭터가 있다면 골룸일 것이다. 골룸은 원래 스미골이라는 호빗이었는데, 우연히 사우론의 반지를 발견하고 간직하게 되면서부터 서서히 괴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파멸로 몰아가는 반지를 너무나 사랑해 오로지 반지를 좇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반지에만 집착하여 결국 불의 산 용암으로 반지와 함께 떨어졌다. 반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하나에 사로잡혀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철저히 파괴시키는지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 속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골룸은 왜 자신을 파멸로 끌고 가는 반지에 집착했을까? 반지가 가지고 올 결과를 알았다면 분명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추구하고 그것을 좇아가는 삶이 진정한 행복을 줄 것인지 반지와 골룸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욕구의 끝이 있을까?
1. 대학생 J양의 고백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왜 허전하지?’
어렸을 때 일주일에 1시간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중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자주 PC방에 가서 게임을 했는데, 돈이 없어서 만족할 만큼은 하지 못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용돈이 생기고 시간도 넘쳐나자 수업에 가지 않고 PC방에서 게임을 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했다. 학교, PC방, 집 세 군데를 돌며 게임만 하다가 나중에는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를 따라가 밤새도록 했다.

만렙(레벨 수치가 최고점에 이른 캐릭터를 뜻함)까지 레벨을 올리고 나면 기뻤지만 만족이 금세 사라졌다. 그래서 다른 게임을 찾아 다시 캐릭터를 키웠다.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루 종일 게임만 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늘 했고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하려고 게임 아이템들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게임을 하면서 앉아있는데, 굉장히 허무했다. 설명할 수 없는 허무함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왜 허전하지?’ 게임을 그만하려고 해 보았는데, 그만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아무리 해도 득이 되지 않는 게임을 그냥 계속 하면서 레벨을 올리고, 다른 종류의 게임을 찾아서 하고, 친구들과 게임 이야기를 하는 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 학생의 사례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아무리 좋은 것,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누려도 우리의 마음은 다시 헛헛해진다’는 사실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2.세계적인 비만녀와 그의 남편 '도저히 먹는 걸 멈출 수 없어!'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사는 한 여성은 넘치는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남편이 요리해 준 음식을 계속 먹고 있다. “제 몸무게가 370kg인데, 725kg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저는 먹는 걸 좋아하고 남편은 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렇다면, 욕구의 질을 높이자

욕구는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상태’로 삶에 있어서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우선순위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누었으며, 낮은 단계의 욕구에서 높은 단계의 욕구로 순차적으로 발생한다고 보았다.

욕구, 채울 것인가? 만족 vs 절제 아니면 참을 것인가?

1946년에 출간된 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5천만 부가 팔린 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스포크 박사는 이 책에서 ‘유아가 먹고 싶어 할 때마다 젖을 주는 것이 시간표에 따라 젖을 주어 부모나 유아 모두를 불만족스럽게 하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범죄율이 급등한 이유가…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유아가 청소년으로 성장한 ’62년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살인율 및 강력범죄율이 급등하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미국인들의 달라진 육아관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전까지 욕구를 자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던 청교도적사회분위기와 달리 ‘만족할 때까지 마음껏 하세요Do it til you're satisfied!’에서 알 수 있듯이 욕구를 표출하고 충족시키려는 풍조가 강해졌다.유대인은 세계 인구의 0.25%를 차지하는 소수 민족이다. 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 870명 중 185명이 유대인이며(2016년 기준), 특히 경제학상의 수상 비율이 높아 전 세계 금융시장을 그들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각계각층에서 유대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그들의 특별한 양육관 및 교육법과 무관하지 않다.

유명인의 부모는 뭔가 달랐다 “자녀의 욕구를 어려서부터 다스려 주어라”
보스턴대학교의 연구진들은 모바일기기를 쥐어줌으로써 자녀를 진정시키고 행동을 통제하려는 부모들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화면에 몰입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감정과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고 절제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박탈당하는데, 이것이 첨단 전자 기기가 끼치는 가장 큰 폐해라는 것이다.
 

정보기술 시대를 선도해 온 빌 게이츠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 3D 로보틱스 사의 최고경영자 크리스 앤더슨 등은 공통적으로 자녀의 모바일기기 사용 시간을 엄격히 제한했으며, 자녀들이 독립심과 자제력을 바탕으로 화면 밖 세상에서 경험하고 도전하고 소통하며 살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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