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특집 마음을 알면 방향이 보인다_욕구와 자제력 제1편③

가봉 1기 굿뉴스코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며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하루는 검게 그을린 내 피부를 보았다. 어느새 모자 쓰는 것도 화장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가꾸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들이 점점 아깝게 느껴졌다. 어느 총장님의 호의로 대학교에서 한글 아카데미와 미술 아카데미를 열 수 있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서툰 프랑스 말로 아카데미 활동을 진행했다. 내가 하는 프랑스 말을 듣고 웃던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자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환한 얼굴로 돌아 갔는데, 그들의 웃는 모습에 내 마음도 행복했다.
 

가봉에서 지내는 동안 가봉과 가봉 사람들이 내 삶에 점점 크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서 나를 위해 투자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행복했던가?’ 나 자신에게 자주 이러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가봉에서의 하루하루가 꿈같이 지나갔다. 한번은 가봉에 온 토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 었는데,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가봉에 왔다고 했다. 그녀가 아줌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와 동갑이었다.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가족을 위해,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학업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에 와서 비참하게 살고 있었다. 스물한 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에게는 세월과 고생의 흔적이 많이 묻어났다. 조그만 것 하나에 불평하며 어린아이처럼 투정부렸던 내 모습이 보여 너무 부끄러웠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는 자주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돈이 없어서 100원짜리 우유에 물을 타서 마시면서도 우리 봉사단원들에게는 가진 돈을 다 털어 고기를 사주던 가봉 사람들. 피부색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지만 서로를 위해 울고 웃으며 마음으로 엮여 잊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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