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경에서 마음의 세계를 배웠습니다. 제게 딸과 아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려면 욕구를 자제하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으로 만족합니다.
스무 살이 되어서도 “아빠, 사탕. 아빠, 아이스크림.” 하면 바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욕구도 커져서 바라는 것이 달라집니다. “아빠, 자전거 사줘요.” “아빠, 컴퓨터 사줘요.” “아빠, 휴대폰 사줘요.” 욕구가 급속도로 커집니다. 그처럼 상승하는 욕구를 순순히 다 들어줄 수 있는 아버지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아이들의 요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아버지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시점이 옵니다. 그때 아버지가 그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면 아들은 불평과 원망으로 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저에게 무엇을 사달라고 조르면 설령 제가 사줄 능력이 있더라도 일부러 몇 가지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아이 손을 잡고 가서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사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쁩니다. 반대로, 돈이 없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주지 못할 때 아버지는 무척 괴롭습니다. 그런 것이 타고난 부모 마음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잘못 판단하면 아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키우면 아이들이 결국 문제아가 되고 맙니다. 자신의 요구를 점점 들어주지 못하는 아버지를 시들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나이 쉰이 넘어 외국어를 배우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외국어는 어릴 때 배울수록 수월합니다. 미국에서 사는 제 손자들은영어를 잘합니다. 제가 영어를 하면 아이들이 픽 웃습니다. 발음이 이상하다는 뜻이지요. 오랫동안 한국말을 하던 사람이 영어를 하면 발음이 정확하게 안 나옵니다. 어려서 배워야 원래 발음을 할 수 있습니다. 20대에 영어를 배우면 말은 잘할 수 있지만 발음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어는 어릴 때 배울수록 좋습니다. 욕구를 자제하는 능력도 어릴 때 배워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배우려고 하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굉장히 힘듭니다.
저는 아들을 키울 때 일부러 요구를 하나씩 들어주지 않으면서 아이의 욕구를 꺾어 주었습니다. 아들이 “아빠~!” 하고 졸라도 결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제 아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 한번은 저에게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버지, 태권도 승단심사가 있는데, 심사비 5만 원이 필요해요.”
“심사 받는 데 5만 원이 왜 필요하냐?”
“우리 도장이 아니라 국기원에서 하기 때문에 심사비를 내야 해요.”
“너, 5만 원 내면 분명히 초단을 따는 거야?”
“예, 합격할 자신 있어요.”
“어떻게?”
“우리 도장에서 1차 심사를 거쳐 될 사람만 보내요. 그러니까 틀림없이 초단을 따요.”
“그럼, 너는 이미 초단이네. 협회에서 인정만 안 받은 거지. 이제 태권도 그만해라.”
꼭 초단을 따고 싶고 여기서 그만두는 게 억울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아들은 마음을 꺾고 태권도를 그만두었습니다.
아들이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닐 때 제게 가끔씩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저를 이렇게 키워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자기 절제가 안 돼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저도 아버지가 마음을 꺾어 주시지 않았으면 그렇게 되었을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살았을 거예요.”
 오래 전 아들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다른 친구들은 주말이면 좋은 차를 몰고 스키를 타러 갔습니다. 아들은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셔틀차를 운행하면서 종일 일을 해야 하니까 스키 타러 갈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친구들이 대개 토요일에 스키 타러 가서 일요일 오후에 오는데, 점점 월요일까지 놀다가 화요일에 등교하고, 나중에는 수요일에 학교에 왔답니다. 미국 학교에서는 그런 일로 학생에게 일절 간섭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공부해라.” 하는 것은 명령으로서 학생의 인격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그 대신 “공부하는 것이 좋단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마음의 욕구를 절제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마약에 손을 대다가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 아들이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아버지가 자기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고 마음을 다스려 주어서 자기는 탈선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이제라도 욕구를 자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릴 때부터 자녀의 마음을 꺾어 주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합니다. 부모가 훌륭한 교사요, 유명한 정치인이요, 뛰어난 사업가라도, 마음의 세계를 모르면 자식에게 무조건 잘해 주고만 싶습니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면서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 마음을 절제시켜 주려는 부모는 드뭅니다.
욕구를 자제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젊은이가 있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더 나이 들어 하는 것보다는 지금이 빠른 겁니다.
유아기 때 자유롭게 키우다가 청소년기에 마음을 꺾으려고 하면 자녀가 반항하고, 그래도 안 되면 가출해버립니다. 대여섯 살 때에는 집을 나갈 수 없으니까 자기 마음을 할 수 없이 꺾지만, 나이가 들면 마음을 꺾는 게 아니라 그 울타리를 벗어나버리는 것입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욕구를 잘 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해야 하니까 결국 범죄의 길로 서슴지 않고 들어서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장관이라도, 대통령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욕구를 절제하지 못해 높은 지위에 있다가 한순간에 형편 없이 무너지는 사람을 신문에서 자주 봅니다. 어려서부터 절제하는 훈련이 된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도 ‘이건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내가 자제해야지.’ 하고 마음에서 선을 정확히 긋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데 조건은 안 될 때, 그 사람은 절제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하다가 범죄자가 되곤 합니다.
누구든지 마음이 높아지면 그 사람의 나중은 비참해집니다. 사람들이 그러한 마음의 세계를 잘 모르니까 형편이 넉넉해지면 마음도 덩달아 높이고, 무엇을 잘해서 성과를 내면 또 마음을 부풀립니다.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의 조언도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자기 욕구대로 따라갑니다. 그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불행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높이지 말고 낮추는 법을 배워야 하며, 욕구를 절제하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그때야말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매년 40여 개국을 순회하며 강연을 통해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청소년문제 상담가 박옥수 목사가 펴낸책. 살면서 가장 중요한 마음의 세계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어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20년 경력의 마인드강연 전문가가 선사하는 이 시대 최고의 마음 문제 해결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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