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코 12기 수정 씨의 ‘리더로서의 자양분을 얻은 페루에서의 일 년’

부담을 걱정으로 보는 사람과 도전으로 보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전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후자인 사람들을 ‘리더’라고 칭한다. 2014년 7월호 본지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서수정 씨. 항상 부담과 걱정에 휩싸여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 급급했던 그녀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설렘이야말로 도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이 밝은 마음의 자양분을 몽땅 그녀에게 선물한 해외봉사 이야기를 지금 들어보자.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었다. 포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던 그녀는 결국 강하다는 겉모습 뒤에 쓸쓸히 남은 외로움, 상처들을 감싸안으며 해외봉사행을 결정했다.

“제가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려고 저를 가린 만큼 외로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해외봉사 가서 만난 페루 사람들은 달랐어요. 인사법부터 볼에 뽀뽀하는 것이고, 누구에게든 마음이 열려있으며 특히 제 이야기에 감탄하고 신기해했어요. 처음 본 사람들에게 장난도 치는 그들이 처음에는 꺼려졌지만, 그들과 1년을 같이 살다 보니 저도 그렇게 변했어요.”
공항에서부터 자신을 마중 나온 현지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며 환영해줬다. 숙소로 가는 버스에서 수정 씨에게 씨엘로Cielo라는 스페인어 이름을 지어준 페루 친구들. 하지만 그들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싸울 때도 먼저 다가오고 편지를 쓰면서 화해를 청하는 모습이 고마움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남들과의 사소한 다툼이 싫어서 자신을 가리던 그녀는 페루 친구들이 알려준 ‘다가감’으로 사람들과 진정으로 사귀는 법을 배웠다.

“사실, 페루 사람들이 참 밝아서 겉보기엔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깊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갖고 있는 어려움이나 고민이 많아요. 하지만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공존이라는 특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아주 자유롭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감추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그 어려움을 자유로운 문화 안에서 행복으로 바꾸는 친구들이에요.”
자신과 다른 모습이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성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수정씨도 그랬던 걸까. 다양함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어려움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페루 친구들이 마음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음의 친구가 된 그들에게 한국어, 피아노 등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다 대륙별 물품이나 공연을 통해 세계 문화를 소개하는 박람회인 ‘세계 엑스포 컬처’라는 활동을 하던 그녀는 페루 친구들에게서 또 다른 배울 점을 발견한다.

 
 

“세계 엑스포 컬처를 준비하면서 저는 힘든 나머지 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지만, 페루 친구들은 정말 열심히, 열정적으로 작업했어요. 차비가 없어도 걸어서 굿뉴스코 지부까지 오고, 밤새 작업했죠. 한번은 일주일 이상 안 오던 친구가 있었어요. 오랜만에 왔길래, ‘왜 이렇게 안 보였냐?’고 물었더니 차비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오면 차비를 아끼려고 굿뉴스코 지부에서 자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와 대조적인 제 모습이 절로 비교가 되면서 반성이 됐어요.”
가난하지만 열정적으로 남을 위해 사는 페루 친구들. 일 년이라는 시간을 봉사해야겠다고 오긴 했지만 힘들어 지친 자신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그렇게 무엇이든지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온마음으로 봉사하는 페루 친구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신도 점점 진취적인 성격으로 바뀌게 되었다. 해외봉사를 하며 얻은 것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도전하는 법을 배웠고,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이라는 그녀는 페루에서 배워온 도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전하는 습관으로 무장된 1년을 보내고 돌아오니, 새로운 일들에 대해 도전을 하는 게 예전만큼 겁나지가 않더라고요. 확실한 건 ‘이 도전이 끝나고 나면 이 일을 통해 분명히 내가 더 많이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어요. 그래서 도전에 대해 부담스러운 마음은 있지만 겁내지 않고 즐겁게 하게 되었죠.”

공항에서부터 옆에서 조잘조잘대며 무거운 입을 수다쟁이 입으로 바꾸어준 페루 친구들, 가난하지만 열정과 도전적인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뜨거워 그 열정적인 도전의 온기를 그대로 그녀에게 전해준 친구들, 그들이 준 잊지 못할 선물은 백두산보다 높은 세로 데 빠스꼬라는 마을에서 결국 울음까지 터트리게 만들었다.

그 마을은 고도가 너무 높아, 산소가 부족했다. 숨이 안 쉬어지고 조금만 걸어도 앞이 팽팽 돌았다. 남미 전통 댄스를 추느라 조금 더 많이 움직이면 어지러워서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어야 했다. 자기 전에는 병원에서만 보던 산소 호흡기를 15분 정도 착용해야 했다. 산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밤에는 너무 추워서 가져간 옷을 다 껴입고도 덜덜 떨면서 자야했고, 물도 일주일에 3번 밖에 나오지 않아서 잘 씻지도 못했다. 그렇게 생활 속에서 불편을 겪다보니 해외봉사자로서의 의욕은 사라진 지 오래, 불평불만만 가득히 안고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1주일쯤 지났을까. 그녀의 생일날. 그곳 사람들은 케익, 빵, 우유를 사와서 생일 파티를 해주었다. 그녀는 정말 미안하고, 고맙고, 행복한 마음에 만감이 교차했다. 봉사하러 갔지만, 사람들 마음을 닫히게 하고, 봉사자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자신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준 그곳에서의 마지막 날. 그날은 울면서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할 수밖에는 없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문득문득 페루가 생각나요. 너무 그립고, 다시 가고 싶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지만, 그곳에서 느낀 행복은 온 데간데 없이 삭막함 안에서 살고 있는 제 자신을 봤을 때, 그곳에서처럼 남에게 도움을 주고 배우는 보람을 얻기 위해서 여러 가지 길을 알아봤어요.”
먼저, 학교 홍보대사에 지원해서 합격했다. 학교 홍보대사를 하면서 대학생이 될, 성인이 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자신이 해외봉사를 통해 바뀐 것처럼, 그들이 실제 삶에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도전하여 많은 경험을 쌓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여름 방학에는 세계청소년부장관포럼을 위한 Tomorrow Global Leaders’ Camp에도 참여한다. 페루 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친구들과 만나서 교류할 기회가 될 것이고, 장관 포럼을 통해 실질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논의해보면 사고 폭도 넓어질 것 같아 기대가 크단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항상 느꼈던 건, 제가 생각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거였어요. 풍족한 삶 속에서 불만을 갖고 있다가도, 더 힘든 환경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반성했고, 저만 옳다고 생각하다가도 더 깊고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놀라곤 했었어요. 해외봉사를 통해서 배웠던,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방법을 이번 장관포럼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요.”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도,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고민과 회의감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보고 내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다는 서수정 씨. 그녀는 자신과 같이 걱정과 낯가림만 안고 살던 학생들에게 이렇게 권유한다.
 “해외봉사는 젊을 때 해볼 수 있는 도전이에요.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선진국이 됐든 후진국이 됐든 어떤 나라에 가서 봉사를 하다 보면 저절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1년 동안 해외에서의 경험 자체가 스펙으로 따져도 큰 메리트이지만, 자신에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와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확신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모델 | 서수정(세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  
사진 | 이규열(Light House Pictures 실장)  
헤어&메이크업 | 윤미영   의상협찬 | R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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