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에서 경험한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는 바로 손님맞이문화이며 러시아어로 ‘고스찌쁘리이느’라고 한다. 키르기스스탄의 손님접대 풍습은 얼마나 극진한 지 이곳 사람들에게 흠뻑 빠지게 한다.

▲ '다섯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손을 이용하여 먹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키르기스스탄의 전통음식 베쉬바르막.
▲ '다섯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손을 이용하여 먹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키르기스스탄의 전통음식 베쉬바르막.
함박눈이 내리며 시작된 12월의 아침, 우리는 한국에서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손님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인상 좋은 쥬마바이 아저씨가 우리를 아침 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그 집은 그동안 방문한 집들 가운데 가장 키르기스스탄 집다웠다. 아직 덜 지어진 2층 집으로, 1층에는 손님을 위한 부엌과 큰 거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부터 집을 지을 때 손님을 위한 공간부터 만든다. 안으로 들어가자 키르기스스탄 전통방식 그대로 상이 차려져 있었다. 식탁 없이 바닥에 흰 보자기를 깔고, 전통무늬가 새겨진 기다란 방석을 깔고 보자기 주위로 둘러앉는 것이다.

그 날 쥬마바이 아저씨가 우릴 위해 직접 양을 잡으셨다. 이곳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양을 잡는다는 것이다. 요즘은 도축장에서 양을 잡기에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지만 아저씨는 우리에게 특별히 보여 주기 위해 손수 양을 잡으셨다.
잡은 양을 손질한 후에는 커다란 솥에 넣은 후 장작불로 삶기 시작했다. 전통 음식 ‘베쉬바르막’이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자그마치 3시간! 그 시간동안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푸짐하게 준비된 다른 음식들과 차를 즐겼다.
드디어 양 요리가 완성되었다. 먼저 양을 삶아 우려낸 따뜻한 국물을 마셔 몸을 데운 후, 양고기가 나왔다. 양 한 마리가 통째로 한 접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그릇에 담겨져 나왔는데, 사람마다 담겨져 있는 양고기의 부위가 달랐다. 집안의 웃어른께는 가장 귀한 머리고기나 엉덩이 살을 드리고, 가장 귀한 손님께는 가장 맛있는 뱃살을 준다.
고기를 먹기 전에 쥬마바이 아저씨의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축복을 빌어 주셨다. 이곳의 원래 전통대로라면, 식사를 마친 후 “오민”이라는 말과 서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감사를 표하지만, 한국 사람인 우리를 위해 식사 전의 간단한 축복으로 마쳤다.
마지막으로 나온 요리는 베쉬바르막! 큰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양고기과 밀가루로 만든 삶은 면이 함께 들어 있었다. 나이가 가장 많으신 할아버지께서 먼저 먹는 시범을 보여주셨고, 둘러앉은 사람들 모두 손으로 면과 고기를 집어먹으며 즐거워했다.

▲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푸짐하게 각종 빵과 음식이 가득했던 전통만찬상.
▲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푸짐하게 각종 빵과 음식이 가득했던 전통만찬상.

식사가 끝나갈 무렵 주인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우리의 손에 조그마한 것을 하나씩 쥐어 주셨다. 그것은 유르따(이동식 집)모양의 키르기스스탄 기념품이었다. 쥬마바이 아저씨는 양털로 만든 키르기스스탄 전통 모자를 들고 와서 어른들에게 하나씩 씌워드렸다. 나중에 키르기스스탄을 떠날 때 이 모자를 쓰고 가라는 농담과 함께. 우리 모두 웃으면서 ‘초~라ㅎ맛’(정말 감사합니다)이라고 합창했다.

이처럼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손님대접에 극진하다.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손님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다해서 대접한다. 그것은 이곳 사람들의 삶에 배어 있는 문화다. 그래서 키르기스스탄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금방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에 평온을 느끼게 된다. 키르기스스탄은 만년설로 덮인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서 차가운 날씨일 것 같지만 양털처럼 훈훈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나라이다.

글 | 이은진(목포대학교 1학년, 키르기스스탄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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