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자기 몸집보다 큰 리어카에 물을 잔뜩 싣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밀며 울퉁불퉁한 흙길을 힘겹게 지나간다. 티셔츠에 그려진 커다란 해골 그림이 마치 아이의 삶을 대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한창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한창 부모님께 응석부릴 나이에,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이티에 온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도 도시는 무너진 건물 잔해들과 쓰레기들로 가득하고, 여전히 거리를 가득 메운 먼지 때문에 눈을 뜨기 어렵다. 2010년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땅 속으로 사라졌고, 한순간에 땅은 오염되었다. 이곳에서 깨끗한 물을 기대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우물을 더 깊게 파야 하지만 수천 달러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나마도 식수를 얻으려면 보통 30~40분을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책가방 대신 물통을 들고 가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의 눈 속에서 희망을 찾기는 힘들다.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는 아이들, 학생이 되는 것이 꿈인 아이들, 조그마한 텐트에서 지렁이처럼 엉켜 붙어 사는 사람들. 아직도 아이티에는 비참하게 사는 이들이 아주 많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생각할 때, 시험 성적 때문에 좌절할 때, 더 나은 스펙과 더 좋은 직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떠올려 보라. 지금 나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한솔
아이티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매니저로서, 아이티 청소년을 위한 무료 교육을 하며, 매년 미국 자원봉사자를 초청해 영어캠프를 열고, <투머로우> 통신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 이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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