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봉사활동 체험수기

 
 
매체를 통해 기아, 에이즈 등의 어두운 이미지로 자주 소개되는 아프리카.
그곳에 해외봉사를 다녀온 아는 언니가 아프리카 아이들을 ‘흑진주’라고 말하며 그곳을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신기했다. 나도 대학생이 되면 아프리카로 꼭 해외봉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온 후 굿뉴스코(Good News Corps)해외봉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외봉사에 지원하게 되었고 지원국은 서부아프리카에 위치한 라이베리아였다. 라이베리아로 떠나기 전, 1년 동안 사용할 짐을 싸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프리카. 다녀온 선배들로부터 ‘라이베리아는 포장된 도로가 많지 않아 운동화가 금방 닳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 모기에 물린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잔뜩 겁을 먹었었다. ‘라이베리아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과연 1년 동안 잘 살 수 있을까?’

그런데 2012년 2월 처음 수도 몬로비아에 들어섰을 때 생각보다 길도 잘 닦여 있고 건물들도 있고 차도 많이 다녀서 놀랐다. 초원, 사막, 오지로만 알려져 있던 이미지는 아프리카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전기가 잘 안 들어오고 수도시설이 열악해 펌프를 사용해서 물을 얻어야한다는 점이 좀 불편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갔고, 오히려 펌프를 통해 힘도 기를 수 있어서 좋았다. 라이베리아에 살면 살수록 아프리카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발전된 정도와 문화만 좀 다를 뿐 결국 사람이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8명의 단원들이 함께 파견되었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주로 무료교육봉사, 청소봉사, 청소년캠프 등의 활동을 했다.
매주 네 곳의 학교를 찾아가서 피아노, 미술, 한글, 태권도, 댄스 등의 과목을 가르쳤고, 특히 한 중학교에서는 우리를 정규 음악 교사로 위촉하여 우리는 음악교사가 되어 8학년 두 개 반 총 백여 명의 학생들에게 음악 수업을 가르치고 시험도 보았다. 피아노도 꽤 오래 배웠었고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나였지만 악보는커녕 피아노조차 처음 접해보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려고 하니 처음에는 많이 막막했다. 한창 장난기 많은 시기의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원들과 함께 궁리한 끝에 학생들의 흥미를 끌 노래를 먼저 가르치기로 하고 종이를 이어 붙여 큰 종이를 만든 후, 거기에 ‘도레미송’ 가사와 계이름을 적어 학생들과 같이 부르면서 첫 수업을 시작했다.

라이베리아에는 제대로 된 음악 수업이 없기 때문에 노래 하나만 배워서 부르는 것인데도 학생들은 무척 즐거워했고 열심히 배웠다. 점차적으로 기본적인 이론들도 가르치기 시작했고 여러 노래와 기본적인 악보 읽는 법, 악보대로 건반을 누르는 법을 가르쳤다. 낡은 교실에서 5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두 번씩 수업을 하고 나면 늘 목이 쉬어있었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기해하며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어서 마음은 늘 기뻤다.

이렇게 1년 동안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쳤다고 생각했는데 학기 말 시험 결과를 보면서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형편없는 학생들의 점수 앞에 ‘과연 1년 동안 누구 한 명이라도 우리의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한 걸까?’하는 회의가 들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수업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배운 노래를 계속 부르면서 즐거워했고 여러 학생들이 우리에게 몰려와서 이메일주소와 전화번호를 물었다. 우리와 함께 한 수업이 너무 즐거웠고 고맙다면서 언제 다시 라이베리아에 올 거냐고 묻는 학생들을 보니 가슴이 찡했다. 시험 점수로 학생들과 나눴던 시간들을 평가하려고 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고 부족한 우리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학생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들은 정말로 흑진주였다.

 
 
라이베리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을 꼽으라고 한다면 2012년 10월 6일을 고를 것이다. 매달 첫 번째 토요일마다 우리는 몬로비아 시내를 청소하는 청소캠페인을 펼쳤다. 동양인 학생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고마운지 지나가는 시민들은 우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꺼내 보이며 “Thank you”를 연발하곤 했다.

2012년 10월의 첫 번째 토요일에도 어김없이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나가던 차들이 우리 주변에 서더니 호위 속에서 한 할머니가 내리셨다. 그 분은 바로 201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렌 존슨 설리프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먼 곳에서 와서 이렇게 봉사활동을 해주어 고맙다”며 우리와 악수를 했고 우리에게 격려금까지 쥐어줬다. 대통령을 수행하던 기자들이 우리의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고... 청소를 하다말고 갑자기 우리는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그냥 보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직접 차에서 내려서 우리를 격려해 준 대통령.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라이베리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은 순간이었다.

 
 
나는 실패하는 것이 싫어서 무엇인가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부족한 것을 느끼면 그것을 채우려고 애를 썼고 감사보다는 불평이 자주 올라왔다. 그런데 라이베리아에 와서 이곳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조금만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집에서 하루 한 끼 먹으며 살면서도 그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정을 나누고 도와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위해 봉사를 하려고 온 것인데도 그들은 오히려 잘 사는 나라에서 온 내가 이곳 생활에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걱정해주고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라이베리아 친구들이 주는 마음의 선물을 하나 둘 받을 때마다 너무나 고맙고 부끄러웠다. 나는 편안한 집도 있고, 하루에 세 끼 배불리 먹고, 부모님도 계시고, 공부도 할 수 있고, 건강한 몸도 있는데...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 나는 뭘 그렇게 두려워했던 것일까? 감사할 조건뿐인데도 나는 왜 그렇게 불평만 했던 것일까? 1년 동안 그들과 함께 하면서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배웠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그들을 통해 내가 좀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정말로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또, 라이베리아에서 다른 단원들과 함께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수많은 일들을 해보면서 ‘뭐든지 부딪쳐서 해보자!’라는 새로운 마음이 생겼다. 실패한다고 해서 크게 잃는 것도 아니고 설령 무엇인가를 잃는다 해도 그것이 내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인생의 행복은 마음에 달린 것임을 배웠기 때문이다. 실패가 두려워 꿈조차 제대로 결정하지 못했었지만 이젠 내 꿈을 위해 실패도 해보고 뭐든지 부딪쳐서 도전해보고 싶다.

나에게 용기를 가져다 준 라이베리아. 라이베리아에서의 1년은 내일을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 나갈 수 있는 힘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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